유럽, FIFA에 반기들었다…"민간에 지분매각 강행 시 월드컵 보이콧" 만장일치

국제축구연맹(FIFA)이 월드컵의 지분을 민간 투자자들에게 매각하려는 계획에 유럽이 반기를 들었다. FIFA가 이 계획을 강행할 경우 유럽 국가들은 월드컵을 비롯한 FIFA가 주관하는 모든 대회를 보이콧하기로 하는 강경한 입장을 내놨다. 

 

외신에 따르면 유럽축구연맹(UEFA)은 30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우리는 FIFA가 월드컵과 기타 FIFA 대회의 소유권 지분을 민간 투자자들에게 이전하려는 제안을 만장일치로 단호하게 거부한다”며 “해당 제안이 전면 철회되고, FIFA가 향후 거버넌스(소유·경영 구조)나 대회 운영권을 민간 소유에 개방하지 않겠다는 구속력 있는 약속을 하지 않을 경우 어떤 UEFA 소속 국가 대표팀도 FIFA 주관 대회에 참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국제축구연맹(FIFA) 로고. 로이터연합뉴스

UEFA는 또 “월드컵은 투자 상품으로 취급될 수 없으며, 월드컵의 어떤 부분도 민간 투자자에게 넘길 수는 없다”며 “월드컵은 매물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특히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을 겨눠 “이번 일은 단순히 리더십의 심각한 실패가 아니라, 세계 축구의 수호자로서 FIFA가 져야 할 책임을 스스로 포기한 것”이라고도 꼬집었다. UEFA는 “외부 투자자들이 FIFA 대회의 소유권 지분을 갖게 되는 순간, 축구는 영원히 바뀐다. 상업적 수익은 영구적인 의무가 되고, 투자자들의 기대는 날마다 FIFA를 압박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최근 인판티노 회장은 기업가치 200억 달러에 이르는 자회사를 설립, 월드컵을 비롯한 FIFA 주관 대회를 운영하고 이 자회사의 지분 일부를 민간 투자자들에게 매각하겠다는 구상을 공개했다. 이에 더해 그는 211개 회원국 축구협회에 서한을 보내오는 9월 19일까지 이 같은 계획을 지지하면 각 협회에 4000만달러(580억원)를 지급하겠다고 제안해 축구계의 전방위적 반발을 사고 있다.

 

리사 낸디 영국 문화장관도 이날 성명을 내 UEFA의 보이콧 결정을 지지했다. 낸디 장관은 “이는 우리가 강하게 지지하는 원칙에 입각한 결정”이라며 “축구는 억만장자 투자자들이 아닌 팬들의 것이다. 이제 할 만큼 했다. 우리의 경기를 지키는 데 단호히 나설 때”라고 밝혔다.

 

유럽축구연맹(UEFA). 로이터연합뉴스

유럽 55개국을 회원으로 둔 UEFA는 2024∼2025시즌 한 해에만 유럽 최고 수준의 클럽 대회를 통해 44억유로(약 7조2000억원)의 수익을 올릴 정도로 강력한 상업적 영향력을 지니고 있다.

 

현재 남녀 축구 세계랭킹 10개국 가운데 각각 6개국이 UEFA 소속일만큼, 유럽 국가들이 국제 축구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높기에 유럽 국가들이 월드컵에 불참한다면 FIFA로서는 흥행에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유럽 국가들이 빠진다면 당장 내년 브라질에서 열릴 예정인 2027 여자 월드컵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유럽이 먼저 행동에 나선 가운데, 북중미와 아시아 축구계 역시 거세게 반발하며 반대 행렬에 동참했다. 북중미카리브해축구연맹(CONCACAF) 산하 41개 회원국도 이날 회의를 열고 매각 제안을 거부했다. 다만 월드컵 보이콧까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역시 인판티노 회장의 일방적인 소통 방식을 강도 높게 비판하며 제안을 검토할 충분한 시간을 촉구했다. 셰이크 살만 빈 에브라힘 칼리파 AFC 회장은 47개 회원국에 보낸 서한에서 “대륙별 연맹의 전폭적인 지지 없이는 이 제안이 결코 성공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