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맛비가 그친 골프장에 폭염이 덮치면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 곳은 눈에 보이는 잔디 잎이 아니라 땅속 뿌리다. 물을 많이 준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토양 속 수분이 지나치게 많고 온도까지 오르면 뿌리의 호흡이 막혀 잔디가 한꺼번에 약해질 수 있다.
한국골프장경영협회가 회원사에 잔디의 외관보다 뿌리 기능과 회복력을 먼저 지켜야 한다고 주문한 이유다. 동시에 카트와 작업장 안전, 캐디 보호, 폐수·폐기물 관리까지 골프장 운영 전반에 대한 점검도 당부했다.
한국골프장경영협회는 지난 7월 경기남부·경기동부·경기북부·영남·호남·충청·강원·제주 등 전국 8개 지역협의회를 순회하며 안전·환경·노무 현안과 여름철 코스관리 방안을 공유했다고 31일 밝혔다.
이번 회의에서는 개정된 골프장 안전점검 매뉴얼과 산업안전보건 관련 법령이 주요 안건으로 다뤄졌다.
협회는 고소작업대를 사용할 때 장비와 지면을 수평으로 유지하고, 갑작스러운 이동을 막기 위해 아웃트리거 또는 브레이크를 확실히 사용하는 등 안전수칙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전모와 안전대 착용, 작업구역 출입 통제, 장비 이상 유무 확인도 필요한 조치로 꼽았다.
개정 매뉴얼에 맞춰 골프장 경영자와 관리감독자를 대상으로 한 안전교육 체계를 갖추고 위험지역과 카트 도로, 차량 제동장치 등을 수시로 살펴야 한다고 주문했다. 캐디를 비롯한 고객응대 종사자가 폭언이나 위협에 노출됐을 때 업무 중단이나 전환, 휴식 등 필요한 보호조치를 마련하는 방안도 공유했다.
환경 분야에서는 여름철 집중호우와 오염물질 유출 가능성에 대비해 폐수배출시설과 방지시설을 사전에 확인하도록 했다. 잔디를 깎고 남은 예지물과 폐기물의 보관 상태를 살피고, 물 사용 및 처리 관련 서류도 정비할 것을 요청했다.
골프장이 고객에게 일반의약품을 임의로 제공할 경우 약사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점도 안내했다. 협회는 의약품을 직접 나눠주는 대신 관련 안내문을 게시하고 인근 약국이나 의료기관을 이용하도록 알린 회원사 사례를 소개했다.
정부가 시행 중인 주 4.5일제 도입지원 사업과 정년 연장·계속고용 논의 등 향후 노동환경 변화에 대비하기 위한 정보도 전달했다.
협회 부설 한국잔디연구소는 늦게 시작된 장마와 지역별로 큰 강수량 차이, 장맛비 뒤 이어진 폭염을 토대로 8월 코스관리 전략을 내놨다.
토양에 물이 지나치게 많은 상태에서 기온까지 오르면 잔디 뿌리의 산소 흡수가 어려워지고 병해 발생 위험도 커진다. 이때 잎 색깔과 밀도를 유지하려고 물이나 비료를 과도하게 공급하면 오히려 회복이 늦어질 수 있다는 게 연구소 설명이다.
연구소는 배수로와 토양의 물 빠짐 상태를 먼저 확인하고 통풍을 개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낮에는 잔디 표면의 열을 식힐 정도로만 물을 뿌리는 시린징 관수를 시행하고, 그린 팬을 가동해 지면 온도와 습도를 낮추는 방안도 제시했다.
그린과 페어웨이의 병해 예방, 토양수분 측정, 잔디를 깎는 높이인 예고 조절, 생육 상태를 고려한 시비도 8월 핵심 관리 항목에 포함됐다.
최동호 한국골프장경영협회장은 “기후변화와 안전·환경 규제 강화로 골프장 운영 여건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며 “회원사들이 현장에서 바로 활용할 수 있는 관리기법과 제도 대응 정보를 지속적으로 제공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