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책임경영을 위해 49억원어치의 SK하이닉스 주식을 매입한 가운데, 매입 규모가 왜 ‘49억원’인지를 두고 증권가의 관심이 쏠린다. SK그룹 측은 현행 제도하에서 가장 신속하게 책임 경영 의지를 드러낼 수 있는 최대한의 금액을 투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는 31일 임원ㆍ주요주주 특정증권등 소유상황보고서를 내고 최 회장의 증권 소유상황을 공시했다. 공시에 따르면 최 회장은 30일 주당 135만3677원에 SK하이닉스 주식을 매입했다. 매입액 규모는 49억원에 달한다.
증권가에선 왜 하필 매입 규모가 49억원일까를 두고 의문이 많았다. 이유는 곧 밝혀졌다. 바로 현행 ‘내부자거래 사전공시제도’가 영향을 미쳤다. 해당 제도에 따르면 상장회사 임원이나 주요주주가 거래 개시일을 기준으로 과거 6개월과 향후 거래기간에 거래할 주식을 합산해 발행주식 총수의 1% 이상 또는 거래금액 50억원 이상을 매매하려면 거래 개시일 30일 전까지 거래계획을 공시해야 한다. 거래 수량이 발행주식 총수의 1% 미만이고 거래금액도 50억원 미만인 경우에만 사전공시 의무가 면제된다. 거래를 여러 차례 나눠 공시 의무를 피하는 이른바 ‘쪼개기 매매’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다.
이에 따라 최 회장이 향후 6개월 이내 사전공시 없이 추가로 매수할 수 있는 금액은 50억원에서 이번 매수 분을 제외한 수준이다. 이 금액 이상을 추가로 매수하려면 누적 거래금액이 50억원 이상이 돼 거래계획을 미리 공시해야 하며, 실제 매수는 공시일로부터 최소 30일 뒤에 가능하다.
이번 거래 규모는 현행 사전공시 제도상 별도 사전공시 없이 집행할 수 있는 최대 범위에 해당한다. 결과적으로 책임경영 의지를 신속히 시장에 전달하면서도 현행 제도에 따른 절차를 충실히 준수한 셈이다.
이번 조치로 시장 혼란을 최소화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증권가 관계자는 “만약 50억 이상 사기 위해서 30일 이전에 공시를 했다면 그 공시효과로 인해 주가가 흔들렸을 것”이라며 “주가가 불안정해지면 최 회장이 원래 계획했던 대로 매입을 제대로 못했을 수도 있고, 차익만 노리는 일부 세력들이 주가에 개입할 여지를 줬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혼란도 막고, 주가에 활력을 주기 위한 최적의 수를 최 회장이 택한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