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온열질환 추정 사망자가 12명으로 늘어 지난해 같은 기간의 75% 수준에 이르렀다. 전체 환자 수는 지난해의 59% 수준에 불과하지만 사망자는 비슷한 규모로 불어났다. 특히 최근 나흘 사이에 사망자 절반인 6명이 집중됐다. 이러한 가운데 당분간 한반도를 덮친 이중 고기압의 영향으로 폭염이 이어질 전망이 나온다. 고령자와 야외 노동자의 건강관리에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 감시체계 가동 첫날 첫 사망 발생 및 최근 나흘 새 6명 집중
31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올해 5월15일부터 7월29일까지 온열질환 응급실감시체계에 접수된 환자는 모두 1638명이다.
이 가운데 12명이 숨졌다. 올해 첫 온열질환 사망자는 감시체계 가동 첫날인 5월15일에 발생했다. 이는 역대 가장 이른 시점이다.
이후 한동안 잠잠했던 사망자는 7월29일까지 최근 나흘 사이 6명이 몰렸다. 전체 사망자의 절반이 단 나흘에 집중된 셈이다.
29일 하루만 보더라도 전국 응급실을 찾은 온열질환자가 76명에 달했다. 이 중 2명이 하루 만에 숨졌다.
◆ 환자는 59% 수준이나 사망자는 75% 육박 치명률 1.3배 증가
전체 환자 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2779명보다 훨씬 적다. 지난해 사망자는 16명이었다. 올해 환자 1638명은 지난해의 58.9% 수준이다.
반면 올해 사망자는 12명으로 지난해 16명의 75%에 이른다. 올여름 위독한 온열질환자가 예년보다 훨씬 많았다는 뜻이다.
이 두 수치로 계산하면 올해 온열질환자 치명률은 0.73%으로,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치명률 0.58%의 약 1.3배 수준이다. 폭염 강도가 인체에 미치는 치명타가 그만큼 거세졌음을 의미한다.
◆ 울진 80대 노인 오전 6시에 밭일 나섰다 열사병으로 사망
구체적인 사례를 보면 고령 야외 작업자의 위험이 두드러진다. 29일 오후 1시25분쯤 경북 울진군 울진읍 읍남리의 한 밭에서 80대 남성이 쓰러져 있는 것을 아내가 발견해 119에 신고했다. 이 남성은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사인은 열사병으로 확인됐다.
발견 당시 이 남성의 체온은 38도였다. 남성은 이날 오전 6시쯤 밭일을 하러 집을 나섰다. 당시 울진에는 폭염경보가 발효 중이었다. 울진의 이날 낮 최고기온은 37.3도였고 최고체감온도는 36.9도를 기록했다.
오전 6시에 집을 나선 사례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한낮만 피하면 된다는 일반적인 인식이 매우 위험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른 아침에 시작한 작업이 기온이 오르는 시간대까지 이어지면 결과적으로 고온 노출 시간이 길어진다. 체온 조절 기능이 떨어지는 고령자에게는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한다.
◆ 한반도 이중 고기압에 갇혀 8월 초까지 극심한 폭염 지속
위험한 기상 상황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 브리핑에 따르면 북태평양고기압과 티베트고기압이 이중으로 한반도를 덮은 상황이다. 이 기압계 배치에는 당분간 변화가 없을 전망이다.
기압계에 변화가 없는 가운데 남쪽에서 고온다습한 공기가 계속 유입되고 있다. 하늘까지 맑아 강한 햇볕이 내리쬐면서 극심하게 더운 날씨가 이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기상청은 최신 중기예보에서 8월2일부터 9일까지 전국이 맑고 평년기온을 크게 웃돌 것으로 내다봤다.
기상청 장기 전망에서도 8월3일부터 30일까지 전국 평균기온이 평년보다 높을 확률은 50%로 제시됐다.
◆ 온열질환 발생 예측 최고 4단계 지속 영남권 피해 우려 집중
질병관리청이 운영하는 건강위해 통합정보시스템의 온열질환자 발생 예측 정보도 당분간 최고 단계가 유지된다.
30일 0시 기준으로 전국의 온열질환자 위험 수준은 8월2일까지 최고인 4단계다. 4단계는 대부분 지역에서 온열질환이 발생해 현저한 피해가 예상되는 심각한 수준을 뜻한다.
특히 영남권의 위험도가 매우 높다. 경북은 7월30일부터 8월2일까지 내내 4단계로 예측됐다. 경남과 부산, 대구, 울산 역시 31일부터 사흘간 4단계를 나타내며 영남 지역 전체에 비상이 걸렸다.
◆ 야외 작업 시 1시간마다 휴식 필수 물 자주 마시고 주류 회피
한편 온열질환을 피하려면 우선 샤워를 자주 하고 밝은색의 헐렁한 옷을 입어야 한다. 몸을 시원하게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외출 시에는 양산이나 모자로 햇볕을 막는 것이 좋다.
갈증을 느끼지 않아도 규칙적으로 물을 자주 마셔야 한다. 탈수를 유발하고 숙면을 방해하는 술이나 카페인 음료는 반드시 피해야 한다.
올해 현재까지 온열질환자의 80.1%가 실외에서 발생했다. 이 중 작업장이 26.9%를 차지해 야외 노동 환경이 가장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야외 작업자는 폭염특보가 발령되면 1시간 주기로 10분에서 15분 이상 규칙적으로 쉬어야 한다. 휴식 공간은 반드시 바람이 통하고 그늘진 곳이어야 한다.
대한의사협회는 "어지럼증과 두통, 구토, 심한 피로감, 의식 저하 같은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시원한 곳으로 옮겨 체온을 낮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증상이 심하거나 의식이 명료하지 않을 경우 지체 없이 119에 신고하거나 가까운 의료기관을 찾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온열질환 응급 대처는 골든타임 확보가 생존율을 결정짓는다. 의식 저하가 발생한 환자에게 억지로 물을 먹이는 행위는 기도로 물이 넘어가 질식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절대 금물이다. 구조대가 도착하기 전까지 환자의 옷을 느슨하게 풀고 피부에 물을 뿌린 뒤 부채질을 하여 기화열을 이용해 심부 체온을 신속히 낮추는 것이 가장 과학적이고 효과적인 응급 처치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