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국내 증시에서 반도체 투자심리가 크게 살아나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역대 최고 상승률로 마감했다. 이번주 낙폭을 사실상 대부분 회복했다. 시가총액 2위인 SK하이닉스는 2009년 이후 약 17년만에 처음으로 상한가로 마감했다. 특히 SK하이닉스는 전날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보통주 3620주 장내 매수 사실공시와 간밤 뉴욕증시에서 미국주식예탁증서(ADR) 17.52% 급등 소식에 더욱 탄력 받은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은 매수분만 하루 약 13억 원의 평가익을 낸 것으로 추산된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전자는 26.81% 오른 26만2500원, SK하이닉스는 상한가인 29.95%까지 올라 171만8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모두 역대 최고 하루 상승률이다.
특히 SK하이닉스는 가격 상승 제한폭이 15%에서 30%로 변경된 2015년 6월 이후 기준으로도 첫 상한가 기록이다. 이로써 두 종목은 지난 3거래일 하락분(삼성전자 -19.34%, SK하이닉스 -29.9%)을 이날 사실상 회복했다. 하이닉스는 94.6%를 회복했고, 삼성전자는 3일간 하락분을 완전히 회복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시총은 전날 대비 각각 무려 327조원, 288조원 늘었다. 이에 삼성전자 시총은 1530조원을 돌파하며 다시 시총 1조달러 클럽에 진입해 전 세계 12위로 올라섰다. SK하이닉스(1255조원)도 18위로 올랐다.
외국인과 기관 순매수 1, 2위 모두 두 종목이 차지했다. 외국인은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를 3조6060억원, 2조1168억원씩 총 5조7000억원 넘게 순매수 했다. 기관은 삼성전자를 9318억원, SK하이닉스를 5446억원 사들였다.
두 종목의 코스피 내 시총 비중도 전날 46%에서 51%로 다시 커졌다. 코스피 시총도 하루 만에 18% 증가했다.
간밤 마이크로소프트와 아마존 등 하이퍼스케일러(대규모 데이터센터 운영사)의 호실적이 확인되자 인공지능(AI) 투자에 대한 우려가 확신으로 돌아서며 투심에 불붙은 모습이다.
미국 상장 30개 주요 반도체 종목으로 구성된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이날 8.19% 급등했다. 특히 마이크론은 18.36%, 샌디스크와 AMD는 각각 25.99%, 13.00%), 인텔은 11.30% 올랐다.
양승수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AI 수요 확대를 기반으로 하이퍼스케일러들의 클라우드 사업 성장세가 가속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최태원 회장은 전날 SK하이닉스 48억원(3620주)어치를 장내에서 직접 매수했다. 최 회장이 개인 명의로 SK하이닉스 주식을 보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 회장이 정확히 48억원 규모로 매수액을 제한한 것은 법적 규제를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자본시장법상 내부자거래 사전공시제도에서 50억원 이상의 매입 시 ‘30일 사전 계획 규정’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최 회장은 지난 17일 대한상공회의소 제주하계포럼에서 SK하이닉스 투자에 대해 “메모리는 계속 필요하기 때문에 시간을 두면 우상향한다”며 “샀다 팔았다 하지 말고 가만히 갖고 있는 게 재산 보전에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