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현 檢총장 대행 사의 표명…"형소법 개정에 책임 통감"

"우려 제기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아…제도 공백 한번 더 살펴달라"
법안 통과되자 거취 결단…수리되면 기조부장이 '총장 대행의 대행' 체제

구자현 검찰총장 직무대행이 형사법소송 개정안 국회 통과 직후 사의를 표명했다.

구 대행은 31일 오후 6시 퇴근길 대검찰청에서 "형소법 개정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고 방금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검사의 직접, 보완 수사 권한을 전면 폐지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31일 구자현 검찰총장 직무대행이 서초동 대검찰청을 나서며 입장을 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11월 15일 취임 후 258일 만이다.



구 대행은 "검찰이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검찰 구성원 모두의 성찰이 필요하다"면서도 "다만 그런 이유로 제도 개편이 이뤄지더라도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고 피해자를 비롯한 사건 관계인을 보호하는 검찰 제도의 본질이 훼손돼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국민의 권리를 보장하고 범죄로부터 사회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개편의 방향성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해왔다"며 "이번 형소법 개정안이 검사가 수사기록에만 의존해 기소 여부를 결정할 수밖에 없고, 피해자 보호에 충실하기 어려우며,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드는 비효율적인 구조를 갖고 있다는 우려도 지속해 제기해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이런 부분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채 개정안이 그대로 통과됐고, 이에 안타깝고 막막한 심정을 감추기 어렵다"며 "개정안이 정부로 이송되더라도 제도의 공백은 없을지, 국민을 보호하는 데 부족함은 없을지 한 번 더 살펴봐 주시기를 간곡하게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아울러 "법조계를 비롯한 각계 전문가들과 국민들께서 걱정하시는 부분이 여전히 남겨진 상태에서 형소법이 이처럼 개정되는 것에 대해 저 또한 책임을 통감한다"며 "앞으로는 모든 국민이 법 앞에서 공정하게 보호받을 수 있는 방향으로 우리 형사사법제도가 발전해 나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구 대행은 사법연수원을 29기로 수료한 뒤 서울지검 남부지청 검사로 임관해 검찰 내 주요 코스인 대검과 중앙지검, 법무부를 모두 거쳤다.

2020년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문제로 대립하던 시기 법무부 대변인으로서 추 장관의 '입' 역할을 했다.

서울중앙지검 3차장을 거친 그는 이어진 인사에서 검사장으로 승진해 검찰의 인사와 예산을 총괄하는 법무부 검찰국장으로 임명됐다.

구 대행은 이후 윤석열 정부로 정권이 교체되면서 대전고검 차장, 광주고검 차장, 법무연수원 연구위원 등 '한직'을 돌다 지난해 7월 이재명 정부의 첫 검찰 인사에서 서울고검장으로 임명되면서 다시 요직을 맡았다.

지난해 11월에는 '대장동 항소 포기' 논란 끝에 사표를 낸 노만석 전 검찰총장 직무대행에 이어 대행 자리를 맡았다.

취임 후 검찰 개혁 국면에서 대외 메시지를 거의 내지 않은 채 '로키 행보'(절제된 행보)를 보이던 구 대행은 검찰을 겨냥한 국회 국정조사 시작 후 대장동 사건 수사 검사가 극단적 시도를 하자 "참담한 마음"이라며 공개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당시 퇴근길 도어스테핑(약식문답)을 통해 "사건 관계인들의 일방적이고 단편적인 주장으로 적법절차에 따른 법원의 판단이 공격받고, 해당 사건의 수사와 공소 유지를 담당한 일선 검사나 수사관들이 증인으로 소환됐다"며 "어떤 국정조사도 재판에 영향을 주려고 한다는 평가를 받아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29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모습.

구 대행은 이후 형소법 개정안의 법안 상정을 앞둔 지난 29일에도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 등 형사소송법 개정 논의의 내용과 그 방향성에 대해 검찰총장 직무대행으로서 무거운 마음"이라는 입장문을 냈다.

그는 입장문에서 "최근 다수의 사안에서 확인되는 바와 같이 1차 수사기관의 수사 내용에 대한 검사의 실효적인 점검·보완·시정 기능이 사라진다면 진실은 은폐되고 대한민국의 형사사법 체계는 무너질 것"이라며 "그로 인한 피해는 누구보다 국가의 보호를 필요로 하는 국민들께서 부담하시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보완수사권을 비롯해 검찰에서 요구했던 조항들이 반영되지 않은 채 형소법 개정안이 통과되자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해석된다.

구 대행의 사표가 수리되면 검찰총장 직무는 당분간 박규형 대검 기획조정부장이 맡아 '대행의 대행' 체제로 운영될 예정이다.

정부는 동요하는 조직 내부 분위기를 추스르고 형소법 개정의 후속 작업을 마무리하기 위해 조만간 구 대행의 후임을 임명할 것으로 관측된다.

새로 임명되는 검찰총장 직무대행은 오는 10월 출범하는 공소청의 초대 수장까지 연이어 맡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일각에서는 공소청 출범이 임박한 만큼 청문회 일정 등을 고려해 대행 임명 없이 바로 공소청장을 지명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