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해운 분야에 적용될 ‘탄소세’ 도입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내달 국제사회가 다시 한자리에 모인다.
1일 유엔 산하 국제해사기구(IMO)에 따르면 내달 1~4일 제22차 IMO 온실가스 감축 실무회의(ISWG-GHG)가 열린다. 해당 회의에서 회원국들은 해운 탄소세 도입 여부에 대한 찬반 논의를 이어간다.
핵심은 ‘넷제로 프레임워크’(NZF) 채택 여부다. NZF는 쉽게 말하면 해운 부문에 적용할 탄소배출 규제 체계다. 흔히 해운 탄소세라고 부른다. 2050년 탄소중립(온실가스 순배출량 ‘0’) 달성을 위해 5000t 이상급 선박 중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경우에 대해서는 부담금을 내도록 하자는 것이 핵심이다. NZF 채택 여부를 두고 한국을 포함해 IMO 176개 정회원국 등이 치열한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앞서 지난해 4월 개최된 해양환경보호위원회(MEPC)에서 NZF에 대한 승인이 이뤄졌다. 하지만 같은 해 10월 열린 특별회기에서 안건이 최종 채택되지 못하고 ‘1년 유예’ 결정이 내려졌다. 미국과 중동 국가를 중심으로 반대 의견이 표출되어서다.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해운 탄소세 도입을 두고 “IMO가 유엔(UN)형 글로벌 탄소세를 추진한다”며 공개적으로 반대의사를 밝혔다. 그러면서 NZF 도입에 찬성하는 국가들을 대상으로 관세를 부과하고 비자를 제한하는 방식으로 보복하겠다고 압박했다.
그 뒤로 올해 5월 영국 런던에서 MEPC 84차 회의를 열고 탄소세에 대한 논의를 이어갔지만 끝내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당초 2027년3월 시행 예정이었던 NZF의 정식 안건 채택이 늦춰지면서 2028년3월 시행으로 바뀌었고, 그에 따라 2029년부터 적용 예정이던 탄소세 부과 시점도 일단은 미뤄진 상황이다.
탄소세 도입에 대한 회원국들의 입장은 크게 세 그룹으로 나뉜다.
NZF를 지지하는 그룹으로는 유럽연합(EU)이 대표적이다. EU는 정책 일관성과 규제 신뢰성을 깨트리지 않으려면 탄소세를 기존 계획대로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미국과 중동국가, 러시아 등은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며 맞서고 있다. 실행 가능성과 기술중립성을 고려해 근본적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전면적으로 반대하지는 않지만 일부 수정을 거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일본과 싱가포르, 중국 등은 부분적으로 NZF를 조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구조는 살리되 합의 가능한 수준의 절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해운업계는 올해를 탄소세 도입의 중대 분수령으로 보고 있다.
국제 선박 검사기관인 한국선급은 지난달 6일 게재한 보고서에서 “다음달 열리는 제22차 IMO 온실가스 감축 실무회의에서 회원국들이 대안을 통합 검토한 뒤, 11월 회의에서 구체적 절충안을 도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만약 탄소세가 도입된다면 법적 구속력을 갖춘 첫 국제 탄소 배출 규제가 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세계 1위 조선강국이자 세계 6위 선박 보유국인 대한민국 경제에도 상당한 영향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해양수산부 등에 따르면 2023년 기준 해운 탄소세 적용을 받게 되는 5000t 이상 한국 국적 외항선은 867척이다. 또 대한민국은 대외무역 의존도가 높아 전체 수출입 화물의 98% 이상을 국제해운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해운 탄소세 도입에 대비한 선제적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기후솔루션은 “한국 해운산업의 탈탄소 대응이 개별 기업의 노력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그렇다보니 정부의 역할이 전환의 속도와 지속 가능성을 결정하는 핵심 요인”이라며 “연료 전환을 위한 공급망 구축, 항만 인프라 준비, 무탄소 선박 전환 전략 마련 등 구조적 기반을 조성해야 한다”고 봤다. 또 “장기적으로는 탄소 배출이 없는 연료로의 전환이 산업 전반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일관된 정책적 신호와 금융·규제·기술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오성혁 한국선급 시스템안전연구팀 연구원도 “(1년 유예가 내려진) 지금의 과도기를 불확실성이 아니라 장기 감축 체계로의 준비 단계로 받아들여야 한다”며 “(향후 IMO 회의에서) 어떤 안이 채택되는지에 따라 유리한 연료군과 전환 시점이 달라지는 만큼 액화천연가스(LNG)·바이오·메탄올·암모니아 도입 선택지를 미리 열어두고 빠르게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