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이 삼겹살 4인분 먹었더니 10만원”…소주 3병 곁들인 계산서 [일상톡톡 플러스]

삼겹살 800g에 8만5284원…소주 세 병 더하니 10만3284원
칼국수 넉 달째 1만원대…김밥 한 줄도 1년 새 5.9% 뛰어
식재료·인건비·임차료 부담 겹쳐…서민 외식 메뉴도 ‘껑충’

“둘이 삼겹살 4인분 먹었더니 10만원?”

 

한 음식점에서 삼겹살이 불판 위에서 익어가고 있다. pixabay

서울에서 두 사람이 삼겹살을 200g 기준으로 2인분씩, 모두 800g 주문한다고 가정하면 고기값은 8만5284원이다. 여기에 소주 한 병을 6000원으로 잡아 세 병을 더하면 총액은 10만3284원이 된다. 공깃밥이나 찌개는 포함하지 않은 금액이다.

 

이는 특정 음식점의 실제 결제 사례가 아니다.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종합포털 ‘참가격’에 공개된 서울 지역 삼겹살 외식비를 토대로 계산한 값이다. 소주 가격 역시 계산 편의를 위해 병당 6000원으로 가정했다.

 

음식점마다 삼겹살 1인분의 중량과 판매 가격, 주류 가격이 달라 실제 결제액에는 차이가 날 수 있다. 다만 서울에서 두 사람이 삼겹살을 넉넉히 먹고 소주까지 곁들이면 한 끼에 10만원을 넘길 수 있다는 외식 물가의 현실을 보여주는 계산이다.

 

◆삼겹살 800g만 8만5000원

 

참가격에 따르면 지난 6월 서울 지역 삼겹살 외식비는 200g 환산 기준 2만1321원이다. 지난해 같은 달 2만447원보다 874원, 4.3% 올랐다.

 

‘200g 환산 가격’이라는 점은 유의해야 한다. 참가격은 음식점마다 100∼250g가량으로 제각각인 삼겹살 1인분 중량을 200g으로 통일해 가격을 비교한다. 2만1321원은 식당 메뉴판에 표시된 1인분 가격의 평균이 아니다. 판매 가격을 200g 기준으로 환산한 금액이다.

 

그럼에도 체감 부담은 작지 않다. 두 사람이 각각 400g씩, 모두 800g을 먹는다고 계산하면 고기값만 8만5284원이다. 여기에 소주 세 병을 병당 6000원으로 잡으면 1만8000원이 더해져 총액은 10만3284원이 된다.

 

소주 6000원은 참가격이 조사한 공식 평균이 아닌 계산을 위해 적용한 가격이다. 상권과 음식점에 따라 병당 4000∼5000원을 받는 곳도, 6000원 이상인 곳도 있어 실제 결제액은 달라질 수 있다.

 

◆칼국수도 넉 달째 1만원대

 

점심 메뉴 사정도 비슷하다. 서울 지역 칼국수 한 그릇 평균 가격은 지난 3월 1만38원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1만원을 넘어섰다. 2월 9962원에서 한 달 만에 0.7% 오르며 1만원 선을 뚫었다.

 

이후 6월까지 넉 달째 1만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6월 가격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3.6% 올랐다. 김밥 한 줄 평균 가격도 3838원으로 4000원 선에 바짝 다가섰다. 지난해 6월 3623원보다 215원, 5.9% 상승했다.

 

비교적 적은 돈으로 한 끼를 해결할 수 있었던 메뉴들까지 차례로 가격 문턱을 높이고 있다.

 

◆돼지고기 물가도 4.5% 상승

 

외식업계가 마주한 원가 여건도 녹록치 않다.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6월 소비자물가동향을 보면 축산물 가격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6.2% 올랐다. 국산 쇠고기는 7.5%, 돼지고기는 4.5%, 달걀은 10.3% 상승했다.

 

돼지고기 가격 상승만으로 삼겹살 외식비가 오른 배경을 모두 설명하기는 어렵다.

 

음식점 가격에는 고기와 채소 등 식재료비뿐 아니라 인건비와 임차료, 전기·가스비 등 여러 비용이 함께 반영되기 때문이다. 각각의 비용이 메뉴 가격을 얼마나 끌어올렸는지는 별도의 원가 자료가 있어야 따질 수 있다.

 

◆덜 올랐을 뿐, 내려간 건 아니다

 

6월 외식 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2.6% 올랐다.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 3.2%보다는 낮았지만, 전월과 비교해도 0.2% 상승했다. 자주 구매하는 품목을 중심으로 산출하는 생활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3.4% 올랐다.

 

외식 물가 상승률이 전체 물가보다 낮다는 것은 음식값이 내려갔다는 의미가 아니다. 이미 높아진 가격에서 오름폭이 상대적으로 작았을 뿐, 1년 전보다 2.6% 더 올랐다. 상승 속도가 다소 둔화해도 소비자가 계산대에서 내는 돈은 줄지 않는다.

 

삼겹살 4인분과 소주 3병을 차린 모습(왼쪽)과 총액 10만3284원이 표시된 계산서. ChatGPT 생성 이미지

한국은행은 7월 통화정책방향에서 그간 높아진 비용과 환율의 영향이 이어지고 수요 측 물가 압력도 커지면서 물가상승률이 상당 기간 높은 수준을 나타낼 것으로 내다봤다.

 

물가가 오르는 속도는 다소 느려졌을지 몰라도 이미 높아진 메뉴판 가격은 좀처럼 내려오지 않는다. 두 사람이 삼겹살 800g에 소주 세 병만 주문해도 10만원을 훌쩍 넘는 시대다. 한때 서민 외식의 상징이던 삼겹살도 이제는 불판보다 계산서를 먼저 걱정해야 하는 메뉴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