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항공사 조종사가 국제선 여객기를 운항하면서 대량의 마약을 밀반입한 혐의로 체포돼 충격을 주고 있다.
인도네시아 당국은 해당 조종사가 비행 당시에도 마약에 취한 상태였을 가능성을 제기한 가운데, 항공사 승무원에게 적용되는 별도 수하물 절차가 범행에 악용됐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1일(현지시간) AP통신과 로이터통신, AFP통신 등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경찰 범죄수사국은 마약법 위반 등의 혐의로 말레이시아항공 소속 조종사 A씨(39)를 체포했다.
A씨는 지난달 28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인도네시아 자카르타로 향하는 항공편을 운항한 뒤 엑스터시 7만정과 필로폰 4g을 밀반입하려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수사당국에 따르면 A씨는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항공기를 운항해 자카르타 수카르노-하타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이후 세관 직원들이 수하물을 엑스레이(X-ray)로 검사하는 과정에서 수상한 여행가방을 발견했고, 확인 결과 해당 가방의 주인이 A씨인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에 인계된 A씨는 소변 검사에서 필로폰과 엑스터시, 코카인에 대해 모두 양성 반응을 보였다.
인도네시아 세관은 A씨가 국제 마약 조직의 운반책 역할을 맡았으며 비행 당시에도 환각 상태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에코 하디 산토소 인도네시아 경찰 마약범죄 담당 국장은 “A씨를 구금한 뒤 윗선 조직을 추적하기 위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다른 인물로부터 5만 링깃(약 1700만원)을 받는 조건으로 마약을 자카르타까지 운반하기로 했다고 진술했다.
또한 자카르타 도착 이후에는 말레이시아에 있는 조직원의 추가 지시를 기다릴 예정이었으며, 호텔에서 다른 인물에게 마약을 넘길 계획이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이번이 첫 범행이 아니라고도 털어놨다.
그는 과거 말레이시아 사바주와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필로폰을 운반한 적이 있다며 이전에도 두 차례 같은 방식의 범행을 저질렀다고 자백했다.
말레이시아항공은 성명을 통해 수사당국에 적극 협조하고 있으며, 내부 조사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도네시아 세관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항공사 승무원에게 적용되는 별도 수하물 관리 절차가 국제 마약 밀수 조직에 악용되고 있을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헹키 토무안 수카르노-하타 국제공항 세관장은 “승무원 수하물에는 일반 승객과 다른 별도 표시가 부착된다”며 이러한 제도가 범죄에 이용됐는지를 조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6월에는 호주에서도 헤로인 1㎏을 밀반입한 혐의로 타이항공 소속 승무원이 적발되는 등 항공업계 종사자를 이용한 마약 밀수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한편 인도네시아는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수준의 마약 처벌 제도를 운영하는 국가 가운데 하나다. 대규모 마약 밀수 사범에게는 사형까지 선고할 수 있으며, 실제로 2015년 발리에서 헤로인 밀수에 가담한 호주인 2명이 사형이 집행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