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앞둔 예비부부 한 팀에게 웨딩 촬영은 물론 드레스와 헤어·메이크업까지 무료로 제공한다. 수백만원이 드는 결혼 준비 비용을 줄여주는 대신 기업은 자사 브랜드와 평소 공개하지 않던 사옥을 알리는 방식이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이랜드가 올여름 고객과 임직원을 대상으로 웨딩·가족·커플·우정·반려견 등 다양한 콘셉트의 무료 스냅 촬영 이벤트를 연다.
참여 신청은 오는 8월 5일까지 이랜드 공식 홈페이지 매거진에서 받는다. 당첨자 촬영은 8월 중 서울 강서구 마곡 이랜드글로벌R&D센터에서 진행된다.
가장 큰 혜택이 걸린 분야는 웨딩 스냅이다.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뿐 아니라 결혼 당시 남기지 못한 사진을 다시 찍고 싶은 신혼부부도 신청할 수 있다. 이랜드는 신청자 가운데 한 팀을 선정해 촬영과 드레스, 헤어·메이크업을 모두 무료로 지원한다.
촬영은 스냅 브랜드 바담필름의 최영민 작가가 맡는다. 드레스는 파리 쿠튀르 쇼 ‘안나’로 데뷔한 디자이너 엘레노어 림의 브랜드 레암드레스가 지원한다. 헤어와 메이크업은 나연룸이 담당한다.
웨딩 외 촬영에는 8개 팀이 참여한다. 가족 사진은 바담필름·영호고고·모든필름, 커플 사진은 온시록·포바민, 우정 사진은 몽화필름이 맡는다. 반려견 촬영에는 리시위스트와 최태포토가 참여한다.
웨딩 촬영팀까지 포함하면 이번 행사에 참여하는 전문 촬영팀은 모두 9개다.
촬영 의상에는 이랜드가 보유한 패션 브랜드가 투입된다. 가족 촬영에는 스파오, 커플 촬영에는 후아유, 우정 촬영에는 미쏘가 의상을 지원한다. 당첨자가 희망하면 슈펜 신발도 함께 제공한다.
촬영 장소 자체도 행사 상품으로 내세웠다.
촬영은 서울 강서구 마곡에 있는 이랜드글로벌R&D센터에서 진행된다. 약 1200평 규모의 미러폰드와 중앙 계단, 임직원 전용 옥상정원 등 평소 일반인이 이용하기 어려운 공간이 촬영 배경으로 활용된다.
미러폰드는 수면에 건물과 사람이 비치는 이른바 ‘물 위 반영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공간이다. 대리석 무늬가 이어진 중앙 계단과 옥상정원도 서로 다른 분위기의 사진을 남길 수 있도록 촬영 장소에 포함됐다.
기업 입장에서는 사옥의 상징적인 공간을 외부에 알리는 동시에 스파오·후아유·미쏘·슈펜 등 계열 패션 브랜드를 자연스럽게 노출할 수 있다. 단순 경품 제공을 넘어 공간과 제품, 촬영 경험을 하나의 콘텐츠로 묶은 셈이다.
기업이 예비부부의 결혼 비용을 지원하는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서울시와 농심은 지난달 2일 ‘더 아름다운 결혼식’ 사업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서울시 공공예식장을 예약한 예비부부 가운데 사연 공모로 13쌍을 선정해 한 쌍당 스튜디오 촬영·드레스·메이크업 비용 300만원을 지원한다.
선정 대상은 2026년 예식 예정자 3쌍과 2027년 예정자 10쌍이다. 포토부스와 웰컴푸드, 하객 답례품 등으로 구성된 농심 웨딩 패키지도 제공한다. 공모 기간은 8월 3일까지다.
하나금융그룹도 2023년 그룹 관계사가 보유한 공간을 결혼식장으로 바꿔 무료로 빌려주는 ‘하나 그랜드 홀’ 사업을 시작했다. 서울 명동 사옥을 시작으로 서울 여의도와 인천 청라, 대전, 광주, 부산 등 6개 지역 공간을 활용하는 방식이었다.
서울시 역시 공원과 한옥, 전망 공간 등을 예식장으로 개방하는 ‘더 아름다운 결혼식’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올해 2월 기준 2026년 예식 예약은 506건으로, 2023년 75건보다 6배 이상 늘었다.
이랜드의 이번 행사가 예식장이나 현금을 직접 지원하는 사업은 아니다. 다만 비용 부담이 큰 웨딩 촬영과 드레스, 메이크업을 기업이 대신 제공한다는 점에서 최근 이어지는 결혼 지원 마케팅과 맞닿아 있다.
기업은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는 혜택을 제공하고, 그 과정에서 브랜드 제품과 공간을 콘텐츠로 노출한다. 소비자는 비용을 아끼고 평소 접근하기 어려운 장소에서 전문가의 촬영을 받을 수 있다.
결혼 비용 지원과 브랜드 체험, 사옥 홍보를 한꺼번에 묶은 이랜드의 실험이 일회성 이벤트를 넘어 새로운 기업 마케팅 방식으로 자리 잡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