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주한 파라과이 대사 “한·메르코수르 무역협정 재추진 환영…함께 성장할 적기” [더 디플로맷]

한·메르코수르 무역협정 재추진 기대

“상호보완적 경제구조…협력 확대 적기
양측 모두에 이익 되는 전략적 협력”
“파라과이는 남미 진출 최적 거점”
청정에너지·마낄라 제도 경쟁력
제조업·데이터센터 투자 환경 강점

브라질을 국빈 방문 중이던 지난달 27일(현지시간) 이재명 대통령은 “통상 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시대에 한국과 메르코수르(남미공동시장) 간 무역협정은 더는 미룰 수 없는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뒤 공동언론발표에서 무역협정에 대해 “한국 기업에는 남미공동시장으로 진출할 기회를 확대하고, 브라질 기업에는 한국을 거점으로 아시아 시장에 진출할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다. 한국과 브라질 등 메르코수르 회원국들이 윈윈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두 정상이 뜻을 모은 것이다. 메르코수르는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파라과이, 우루과이로 구성된 남미 최대 경제블록이다. 리튬과 니켈 등 핵심 광물 자원이 풍부하며 약 3억 명의 소비자를 가진 거대 시장이다.

 

미겔 앙헬 로메로 알바레스 주한 파라과이대사가 7월30일 서울 중구 주한파라과이대사관에서 한·파라과이 경제협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유희태 기자

“매우 반가운 소식입니다.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와의 협력은 더욱 중요해집니다. 한국과 메르코수르는 경제 구조가 상호보완적인 만큼 지금이 협력을 한 단계 끌어올릴 적기입니다.”

 

이 같은 평가는 미겔 앙헬 로메로 알바레스 주한 파라과이대사가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것이다. 파라과이는 이 대통령의 이번 남미 순방국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메르코수르 핵심 회원국으로서 한국과 메르코수르의 무역협정 재추진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알 수 있는 평가다. 로메로 대사는 메르코수르-EU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CELAC-EU(중남미·카리브국가공동체-EU), UNASUR(남미국가연합) 협력 체계 구축 과정에 참여한 남미 경제통합 전문가다. 주한 파라과이대사로 2024년 부임해 한국과 메르코수르를 잇는 연결고리를 만드는 데 힘을 쏟고 있다. 그는 지난달 30일 서울 중구 주한파라과이대사관에서 세계일보와 단독으로 만나 무역협정 재추진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로메로 대사는 한국과 메르코수르의 관계를 이야기하면서 가장 먼저 ‘상호보완성’을 언급했다.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제조업과 첨단기술, 혁신 역량을 갖고 있습니다. 반면 메르코수르는 풍부한 천연자원과 식량 생산 능력, 성장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죠. 서로가 가진 강점이 다른 만큼 경쟁 상대가 아니라 함께 성장할 수 있는 파트너입니다.”

 

무역협정은 한국 기업들이 보다 안정적으로 남미 시장에 진출하고, 메르코수르 국가들은 한국의 기술과 투자를 통해 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의미다.

 

미겔 앙헬 로메로 알바레스 주한 파라과이대사는 “풍부한 청정에너지와 안정적인 투자 환경을 갖춘 파라과이는 미래 산업에서도 충분한 경쟁력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유희태 기자

로메로 대사는 특히 파라과이가 한국 기업들의 남미 진출을 위한 최적의 거점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풍부한 청정에너지와 개방적인 투자제도, 안정적인 거시경제, 메르코수르 시장 접근성을 파라과이의 핵심 경쟁력으로 꼽았다. 그는 “파라과이는 국가에서 사용하는 전력의 90% 이상을 재생 및 청정에너지로 충당하고 있다”며 “세계 최대 규모의 수력발전소 가운데 하나인 이타이푸(Itaipu) 수력발전소 등을 통해 저렴하고 안정적인 전력을 공급하고 있어 제조업과 데이터센터, 첨단산업 투자에 매우 유리한 환경을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리적 이점도 빼놓을 수 없다. 로메로 대사는 “파라과이는 남미 대륙의 중심부에 위치해 있다”며 “파라과이가 남미 진출을 희망하는 한국 기업들에게는 전략적인 거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한국을 비롯한 외국의 기업들에게 유리한 파라과이의 ‘마낄라(Maquila)’ 제도를 자랑하기도 했다. 마낄라 제도는 해외 기업이 원자재를 수입하거나 현지에서 조달해 제품을 생산한 뒤 수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다. 외국 기업도 현지 기업과 동등한 조건에서 투자할 수 있도록 하는 파라과이의 대표적인 투자 유치 제도다.

 

로메로 대사는 “기업들은 필요한 원자재를 유연하게 조달할 수 있고 수출을 전제로 다양한 혜택도 받을 수 있다”며 “외국인과 외국 기업도 현지 기업과 동일한 조건에서 투자할 수 있고 투자 회수 역시 비교적 자유로운 편이어서 장기적인 관점에서 사업을 운영하기 좋은 환경을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같은 투자 환경을 바탕으로 파라과이 산업 구조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고 했다.

 

“과거에는 원자재 수출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자동차부품과 전기·전자, 식품가공 등 부가가치가 높은 제조업을 적극 육성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생산기지를 제공하는 나라가 아니라 함께 산업을 키우고 기술을 발전시키는 나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변화를 반영하듯 한국 기업들의 남미 투자 관심이 최근에는 제조업을 넘어 데이터센터와 친환경 산업, 첨단기술 분야로 확대되고 있다고 한다. 로메로 대사는 “풍부한 청정에너지와 안정적인 투자환경을 갖춘 파라과이는 미래 산업에도 충분한 경쟁력을 갖고 있다”며 “양국 기업들이 함께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다면 단순한 투자 관계를 넘어 지속 가능한 성장 모델을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미겔 앙헬 로메로 알바레스 주한 파라과이대사. 유희태 기자

로메로 대사는 인터뷰 말미 “외교는 결국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일”이라며 한국과의 교류, 협력 강화에 대한 강한 기대를 내비쳤다.

 

“앞으로 파라과이와 한국 사이에 더 많은 고위급 교류가 이어지길 희망합니다. 한국과 메르코수르는 경제적으로 서로에게 꼭 필요한 파트너입니다. 무역협정은 양측의 기업뿐 아니라 국민을 더욱 가깝게 만드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