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호섭의전쟁이야기] 미국은 왜 이기고도 이기지 못하는가

미국·이란 전쟁이 다섯 달을 넘기면서 과거 미국을 수렁에 빠뜨렸던 베트남전쟁이 다시 화두에 오르고 있다. 단기전으로 끝날 것이라 믿었지만 장기화되며 정치적으로 실패한 사례는 베트남전쟁만이 아니다. 한국전쟁과 이라크전쟁, 아프가니스탄전쟁까지 2차대전 이후 미국이 치른 주요 전쟁들은 전투에서는 승리했지만 전쟁에서는 승리하지 못했다는 공통된 평가를 받는다.

그렇다면 세계 최강의 군사력을 가진 미국은 왜 이기고도 이기지 못하는 결과를 반복하는 것일까. 핵심은 군사적 성공을 정치적 성공으로 연결하지 못한다는 데 있다. 이를 이해하려면 먼저 승리의 의미가 어떻게 바뀌었는지 짚어볼 필요가 있다.

확전을 주장한 맥아더와 이를 제어한 트루먼

2차대전까지 승리는 비교적 단순했다. 적의 군대를 격파하고 영토를 점령해 상대를 완전히 굴복시키면 전쟁은 끝났다. 그러나 핵무기의 등장으로 강대국 간 전면전이 어려워지면서, 전쟁은 더 이상 상대를 완전히 굴복시키는 것이 아니라 제한된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는 수단이 되었다. 그 결과 전쟁의 목표와 수단, 방법이 모두 제약되는 제한전의 시대가 열렸다.



그 전환점이 바로 한국전쟁이었다. 미국은 압도적인 군사력을 보유하고도 중국의 참전 이후 3차대전의 위험 때문에 확전이라는 군사적 선택을 포기해야 했다. 결국 한국전쟁은 미국이 처음으로 2차대전 식의 완전한 승리를 거둘 수 없었던 전쟁이 되고 말았다.

그 이후 미국이 수행한 전쟁은 적의 군대를 격파하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게 되었다. 전쟁 의지를 꺾고 전후 질서까지 세워야 했다. 끝까지 저항하려는 상대는 압도적인 화력만으로 굴복시키기 어렵고, 정권을 무너뜨리더라도 안정된 정부와 질서를 세우는 일은 훨씬 더 어려웠다. 베트남과 이라크, 아프가니스탄은 모두 이를 보여준 사례였다.

여기에 미국은 전비와 인명 손실을 무한정 감수할 수 없는 민주주의 국가가 가진 구조적 제약도 있다. 베트남전쟁 이후 징병제에서 모병제로 전환하면서 전쟁 수행이 일반 국민의 일상과 일정 부분 분리된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시간이 미국 편이 된 것은 아니다. 상대적으로 약한 적은 버티기만 해도 정치적 목적을 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것이 미국이 더 이상 어떤 전쟁에서도 승리할 수 없다는 뜻은 아니다. 정치적 목적을 철저하게 제한했던 걸프전쟁에서는 성공을 거두었고, 소련과의 냉전에서도 미국은 최종적인 승자가 되었다.

오히려 미국의 실패는 군사적 패배가 아니라 전략의 실패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군사력만으로 달성할 수 없는 정치적 목표를 설정했거나, 전쟁 이후를 준비하지 못한 결과였다. 클라우제비츠는 전쟁을 “다른 수단에 의한 정치의 연속”으로 정의했다. 전쟁은 정치를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뜻이다.

문제는 미국이 이 점을 알고 있음에도 이번 전쟁에서 무엇을 승리로 규정할 것인지 충분히 정립하지 않은 채 전쟁에 돌입한다는 데 있다. 과연 이번에는 전투의 승리가 전쟁의 승리로 이어질 수 있을까?


심호섭 육군사관학교 교수·군사사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