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잇템 말랑이… 안전 검증은 ‘물렁’ [밀착취재]

어린이 구매도 상당수
‘14세 이상’ 공산품 분류
KC인증 피해 꼼수 유통
발진 등 SNS 피해 후기
소비자원, 안전 조사 착수

“아무래도 걱정은 들죠. 그렇지만 제가 막는다고 완전히 막을 수 있는 일도 아니고….”

지난달 30일 서울 종로구 창신동 완구거리. 초등학생 자녀와 함께 촉감완구, 이른바 ‘말랑이’를 살펴보고 있던 신모(47)씨에게 “안전 우려는 없나”라고 묻자 그는 이같이 말했다. 신씨는 “아이들 사이에서 유행인 게 크다. 만지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가 풀린다고 하더라”며 “금지 대신 시간제한을 걸거나, 만진 후 손은 꼭 닦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창신동 완구거리에서 확인한 촉감완구의 인기는 현재진행형이다. 최고기온 30도가 넘는 날씨였지만, 촉감완구를 사기 위한 인파가 거리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유행은 영상에서 시작됐다. 쇼츠, 릴스, 틱톡 등 콘텐츠를 통해 부드러운 질감의 말랑이, 내용물을 깨서 파열음을 즐기는 ‘왁뿌볼’ 등을 가지고 노는 영상이 퍼지며 초등학생뿐 아니라 2030세대의 마음까지 붙잡았다. 완구거리에서 만난 직장인 권모(28)씨와 박모(28)씨는 “일단 유행이라 사보는 것도 있고, 만지다 보면 직장 등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풀린다”면서 “친구 중에 5∼6개씩 사는 애도 있다”고 했다. 실제로 이날 거리에는 양손 가득 각양각색의 촉감완구를 담아 가는 2030세대도 여럿 있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빅데이터 플랫폼 ‘소상공인365’에 따르면 완구거리가 위치한 창신1동의 점포별 문구·회화용품 월평균 매출은 1월 965만원에서 5월 2071만원으로 급상승했다. 말랑이 유행 때문이란 게 업계 설명이다. 완구거리에서 문구 도매상을 운영하던 50대 후반 점주 한모씨는 “말랑이가 유행한 지 3개월 정도 된 것 같다. 그전까진 저출산, 온라인 플랫폼, 준비물 최저가입찰제 여파로 매출이 바닥이었다”라며 “말랑이는 아무래도 직접 만져보고 골라야 하니 고객들이 거리로 찾아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씨는 이날도 밀려오는 손님들을 맞느라 분주했다.

 

다만 아동 구매자 비중이 상당한 상황에서 제품 안전성에 대한 지적이 커지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아이가 손을 제대로 닦지 않고 얼굴을 만졌더니 알레르기가 올라오고, 재채기에 콧물까지 났다. 화학약품 냄새도 났는데 결국 모두 버렸다”는 등 부작용을 겪었다는 후기가 올라오고 있다. 권씨도 “만지다가 터졌을 땐 확실히 불안하다. 내용물이 무엇인지 알 수 없지 않나”라고 우려했다.

 

안전성을 확인할 수 있는 KC인증 제품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어린이 제품 안전 특별법에 따라 어린이 완구는 KC인증을 반드시 받아야 하는데, 제조·수입사들은 ‘14세 이상 사용’ 표시를 붙여 촉감완구를 일반 공산품으로 분류해 KC인증 절차를 피해갔다. 신고 접수가 이어지자 한국소비자원도 말랑이 등 촉감완구 제품군을 대상으로 안전 실태 조사에 나섰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관련 신고 접수가 이미 2024년, 2025년부터 계속 늘고 있었다. 해외에서도 유사 피해 사례가 있어 관련 모니터링을 이어오고 있었고, 국내 사례가 확인되면서 이번에 조사에 착수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2024년 중국에선 촉감완구 일종인 ‘녜녜’에서 발암물질인 포름알데히드가 검출돼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해당 제품들은 대부분 14세 이상이 사용할 수 있다며 홈페이지나 제품에 작게 안내 문구를 넣었지만, 실제로는 어린이 사용자 비중이 높은 것으로 추정된다. 그 부분에 주목해 조사를 진행하는 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