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완수사 요구 더 늘 텐데”… 인력난·피해자보호 공백 위기감 [72년 만에 형사사법체계 개편]

숙원은 풀었지만 우려 커진 경찰

檢, 상반기 보완수사 요구 6만여건
반기 기준 최대… 2025년 기록 넘을 듯
수사경찰 1인당 사건 4년새 33% ↑
행정·경비 쥐어짜 수사부서 배치
‘아랫돌 빼서 윗돌 괴기’ 지적 일어
몸값 뛴 경찰… 로펌 영입 확대 전망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경찰의 숙원인 ‘수사와 기소의 분리’가 현실화했지만, 일선 분위기는 반색보다 우려가 크다. 2021년 문재인정부의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수사경찰의 업무 부담이 꾸준히 증가한 가운데, 검사의 보완수사권 폐지로 경찰이 떠안아야 할 수사 부담이 한층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현장에서는 인력 부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경찰은 행정·경비 인력을 줄여 수사부서에 재배치하고 있지만, 일선에서는 ‘아랫돌 빼서 윗돌 괴기’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특히 장윤기 사건 이후 피해자 보호 실패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인력난으로 피해자 보호에 공백이 생길 수 있다는 현장의 위기감도 커지고 있다.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를 골자로 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가운데 2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청사에 수사부서 안내판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이 같은 우려는 이미 증가세를 보이는 보완수사 요구 건수에서도 확인된다. 2일 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검찰이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한 사건은 6만5913건으로 반기 기준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연간 보완수사 요구 건수는 11만623건이었는데, 올해는 상반기에만 이미 절반을 훌쩍 넘어서면서 연간 기준으로 지난해 기록을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

 

검사의 보완수사권이 폐지되면서 검찰은 직접 보완수사를 할 수 없게 됐다. 대신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하는 사례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경찰 내부에서는 수사 인력 확충 없이는 제도 안착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해 경찰 수사관 1인당 연간 접수 사건 수는 133.8건으로 2021년 100.8건에 비해 33% 늘었다.

 

서울 일선의 11년차 수사경찰은 “2021년 형소법 개정 후에도 기록 사본 업무까지 하느라 일이 많아진 걸 경험했는데 이번에도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한 경찰 간부도 “보완수사 요구가 늘어나 업무량이 증가하는 것은 불가피해 보인다”고 토로했다.

 

이번 형소법 개정안에 따르면 경찰은 검사의 보완수사 요구를 받고 1개월 이내에 이를 이행한 뒤 검사에게 의무적으로 통보해야 한다. 경찰의 신청이나 검사의 판단에 따라 1개월 범위에서 처리기한을 연장할 수 있어 최장 2개월까지 보완수사 기간을 부여할 수 있다.

 

하지만 경찰 내부에선 최대 2개월이란 시간이 사건마다 처리기한이 제각각인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경찰청은 국회에 기본 보완수사 이행 기간을 2개월로 늘리고 최대 3개월까지 늘려 달라는 수정 의견을 제출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보완수사 중 이행 결과도 검사에게 의무적으로 통보하도록 하고 있는데, 경찰은 사건 처리 지연을 우려해 이를 임의적으로 할 수 있도록 변경을 요청했으나 최종 개정안에는 반영되지 않았다. 서울의 한 일선서 수사경찰은 “기존에는 검사가 보완수사를 내리면 결과에 대한 책임도 같이 지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부담이 작았는데, 이제는 더 신경 써야 할 사안이 많아졌다”고 했다.

 

경찰이 보완수사 요구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으면 검사는 주체 변경과 경찰에 대한 징계를 요구할 수 있다. 이 단계까지 오면 사건 처리기간은 더욱 길어질 수밖에 없다. 경찰 내부에서는 결국 사건 처리 지연에 따른 불편이 국민에게 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같이 경찰 내부에서 과도한 업무 부담 우려가 제기되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할 인력과 예산은 막막한 상황이다. 경찰은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조직 재배치를 통해 1900명의 수사 인력을 보강했다. 하반기에도 기동대 경력 1000여명을 수사부서에 배치할 예정이다. 현장에서는 급한 불을 끄기 위해 행정·경비 인력을 쥐어짜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경찰청 관계자는 “수사경찰의 업무량 증가가 예상되는 만큼 올해도 행정안전부와 증원을 논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건수 백석대 교수(경찰학)는 “형소법 개정에 따라 경찰의 수사 중요도가 높아졌고 이에 집중하기 위해선 전문 인력을 보강하고 전문수사관제도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으로 경찰 수사 중요성이 커지면서 주요 로펌의 경찰 출신 영입은 계속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일선 경찰에서는 이른바 ‘전경예우’ 논란을 의식해 로펌 등 사건 관계인과 사적 접촉 자제령을 발령하는 모습도 확인된다. 최근까지 비위 논란이 불거졌던 서울 강남경찰서는 직원들에게 사건 관계인과 사적으로 접촉하거나 사건 문의를 받지 말 것을 지속해 당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