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이란 주말공습 취소… “호르무즈·핵 신속합의 조건”

사우디 만류에 하루 만에 번복

트럼프 “전쟁종식 위한 합의 추진”
이란 “美·이 침략 땐 단호히 대응”
합의 불발 땐 전면전 재점화 우려
美 철군 발표에도 이는 가자 맹폭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말로 예상됐던 대이란 군사 작전을 이란과 신속한 합의가 이뤄지는 것을 조건으로 전격 취소했다. 그는 합의 조건으로 호르무즈해협의 즉각적·완전한 개방과 이란 핵 위협의 완전한 종식을 제시했는데, 합의 불발 시 다시 전면전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말로 예상됐던 대이란 군사 작전을 이란과 신속한 합의가 이뤄지는 것을 조건으로 전격 취소했다. UPI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트루스소셜 계정에 올린 글에서 “이란과 다른 중동 국가들로부터 합의의 틀에 대한 동의가 이뤄졌으니 어떠한 공격도 보류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며 이같이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합의에는 호르무즈해협의 즉각적이고 완전하며 전면적인 개방, 이란의 핵 위협 종식이 포함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요청에 따라 세계의 미래를 위해 그리고 동시에 성공적이고 번영하는 이란의 생존을 위해, 나는 신속하게 합의를 이룰 수 있다는 조건 아래 공격을 취소하기로 동의했다”고 덧붙였다.

 

이 발표는 미 동부시간으로 토요일 밤 10시쯤 나온 것으로, 앞서 미국의 대이란 공습 시점으로 거론됐던 이번 주말이 끝나기 전에 발표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메릴랜드주 캠프데이비드에서 열린 내각회의에서 “우리는 그들을 매우 강력하게 타격할 것”이라며 추가 군사행동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미 국무부도 요르단, 이라크, 이스라엘에 거주하는 미국인들에게 출국 권고를 내린 상황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동 동맹국들이 이란의 공격에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와 세계 경제에 미칠 충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공격을 보류한 것으로 보인다.

 

사우디아라비아 국영통신(SPA)은 2일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역내 긴장 완화를 위한 대화를 촉구했다”고 보도했다. 대규모 공세를 감행할 경우 이미 부족한 패트리엇 요격미사일과 기타 방공탄약 비축량이 크게 줄어들 수 있다는 군 수뇌부의 경고 역시 트럼프 대통령이 공격을 보류한 원인 중 하나로 추정된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발표에서도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본 적 없는 수준의 군사적 위협과 힘, 전투태세를 갖춘 채 이란을 겨냥해 장전을 완료하고 출격 준비를 마친 상태(locked and loaded)”라며 군사 작전 가능성을 완전히 거두지는 않았다. 조건부로 공격을 멈춘 만큼 이란과의 합의가 불발될 경우 다시 전면전으로 돌아설 가능성도 없지 않다.

 

폭격이 남긴 거대한 구덩이 1일(현지시간) 가자지구 중부 데이르알발라의 알아크사 병원 인근에 위치한 의약품 창고가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붕괴해 거대한 구덩이가 생겨났다.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구덩이 속 잔해를 해치며 의료 장비를 수습하고 있다. 데이르알발라=AP연합뉴스

이란이 미국의 타협안에 동의했다는 이스라엘 언론의 보도가 나왔으나, 이란 측은 공격 중단 요청 주장을 부인하고 있다. 이븐 알레자 이란 국방장관 직무대행은 성명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를 “심리전과 치밀하게 계산된 갈등 조장의 일환”이라면서 “이란은 이를 실질적이고 중대한 위협으로 간주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익명을 요구한 군부 소식통도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를 “거짓말”이라고 지적했다.

 

이란은 여전히 미국의 공격에 강경대응하겠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천명 중이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이 임박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이 텔레그램 계정에 “미국과 이스라엘의 어떠한 침략이나 역내 국가들의 행동 가담은 단호하고 비례적인 대응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적었다. 이란은 또한 이날 쿠웨이트에 무인항공기(UAV·드론)를 동원한 공습을 가하기도 했다.

 

‘이스라엘 변수’도 우려를 키우는 요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이스라엘이 공격 보류에 동참했다고 했지만,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공습을 계속하며 트럼프 대통령과의 약속을 지키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그의 주도로 가자지구 평화 정착을 위해 설립된 평화위원회가 하마스의 무장해제와 이스라엘 철군에 합의했다고 지난달 밝혔지만, 이스라엘은 48시간도 되지 않아 이날 가자지구를 폭격했다. 가자지구 보건부에 따르면 이날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알악사 순교자 병원을 폭격해 거대한 구덩이가 생기고 의약품 창고 2곳이 파괴됐으며, 인근 난민촌도 광범위한 피해를 입었다. 또 1일 기준 지난 이틀간 민간인 8명이 숨지고 76명이 다쳤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의 전쟁에서 출구 전략을 고심하는 시점에 이스라엘의 독자행동은 돌발 변수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