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산 42.5도 찍었다… 한반도 극한 폭염

42도 돌파는 기상관측 사상 처음
분지·서풍·맑은 날씨 겹쳐 열기
금주 수도권 덮쳐 서울 3일 37도
행안부, 중대본 2단계 대응 격상

이중 고기압·고온건조 햇빛 축적
경주 40.3도… 8년 만에 기록 경신

경북서 산행하다 50대 쓰러져
충북선 차에서 쉬던 50대 사망
경남 온열질환자 서울 넘어서
전국 228개 구역에 폭염 특보

2일 경남 양산 기온이 결국 42도를 넘겼다. 122년 국내 기상관측 사상 초유의 일이다. 양산은 지난달 29일부터 5일 연속 극값을 경신 중이다. 양산의 극한 더위 수위가 연일 오름세인 건 분지 지형·서풍·맑은 날씨라는 3요소로 인해 열이 충분히 빠져나가지 못하고 계속 쌓이고 있기 때문이다.

 

경남 양산지역 낮 최고기온이 42.5도를 기록한 2일 양산시 물금읍 양산워터파크 분수대에서 시민이 물놀이하고 있다. 연합뉴스

행정안전부는 이날 오후 1시를 기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2단계로 격상했다. 중대본 2단계는 전국 육상국지예보구역의 60% 이상에서 일 최고기온이 35도 이상인 상태가 3일 이상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거나, 40% 이상 60% 미만에서 일 최고기온이 38도 이상으로 예상되는 경우 가동된다. 한성숙 국무총리는 이날 범부처 폭염 대응을 긴급 지시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양산 기온은 이날 최고기온 42.5도(오후 1시26분)를 기록했다. 국내에서 근대적인 기상관측은 1904년 시작했는데 이날 양산보다 높은 기온이 기록된 적은 없었다.

 

기상청이 1973년 이후 자동기상관측장비(AWS) 관측값을 정리한 걸 보면 2018년 8월1일 경기 광주시 초월읍 지월리와 서울 강북구에서 각각 41.9도, 41.8도를, 2024년 8월4일 경기 여주시 금사면에서 41.6도 등 41도 이상 기록은 확인되나 42도대는 없었다. 양산은 지난달 26일 최고기온이 39.3도를 찍어 2024년 8월3일 기록(39.3도)를 제치고 1위 기록을 새로 세운 바 있다. 사흘 만인 지난달 29일 40.3도로 기록을 갈아치우더니 30일 40.3도, 31일 41.4도, 8월1일 41.6도, 2일 42.5도(잠정)로 5일 연속으로 극값을 경신했다. 기상 관측값은 과거 기록과 동일할 경우 최근 기록을 상위 순위로 둔다.

 

현재 ‘이중 고기압’이 마치 ‘두 겹 이불’처럼 한반도 상공을 덮고 있는 상황이다. 중하층에 덥고 습한 북태평양고기압이 강화하면서 하층에 따뜻하고 습한 서풍 계열 바람을 유입시키고 있다. 상층에는 장마철 종료 후 확장한 티베트고기압으로 인해 기온이 올라가고 있다.

 

특히 분지 지형인 양산의 경우 북서풍이 계속되면서 푄현상으로 인해 고온건조한 공기가 연일 축적되고 있다는 게 기상청 설명이다. 푄현상은 공기 덩어리가 높은 산맥을 타고 넘을 때 온도가 올라가고 건조해지는 기상 현상이다. 여기에 우리나라 동쪽에 맑은 날씨가 계속되면서 특히 양산을 포함한 경남 내륙 가열도 심화 중이다.

 

이렇게 쌓인 열이 해가 지면 충분히 빠져나가야 하지만 분지 특성상 양산 주변으로 지상 바람이 계속 수렴하면서 그러지 못하는 상황이다. 결국 아침 시작 기온이 차차 상승하면서 연속적인 극값 경신이란 결과를 낳고 있는 것이다.

 

텅 빈 서울 도심… 인파 가득한 해운대 본격적인 여름휴가철을 맞은 2일 서울 세종대로(왼쪽 사진)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날 오후 전국적으로 기록적인 폭염이 계속된 가운데 부산 해운대구 해운대해수욕장에는 피서객이 몰려 북적이고 있다. 이재문 기자·뉴스1

기상청은 이뿐 아니라 장마철 현저히 적은 강수량·강우일수도 양산 등 경남 내륙 기온을 올리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며 “평년 대비 일사량이 크게 누적됐고, 건조한 토양 또한 기온 상승에 기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양산의 지난달 합계 일사량은 ㎡당 582.49MJ로 평균 7월 일사량(㎡당 428.7MJ)보다 약 36% 많았다.

 

이런 요인으로 인해 이날 양산뿐 아니라 경남 내륙 곳곳 한낮 기온이 40도를 넘었다. 경남 창원(북창원)·밀양·양산(상북)·전남광주 광양(광양읍) 최고기온이 41.0도, 김해 40.7도, 창원(마산회원)·의령·부산 북구 40.6도, 경북 경주 40.3도, 경남 합천(청덕)·부산(북부산) 40.2도, 경남 김해(생림) 40.1도, 부산 금정구·경남 창녕(도천) 40.0도였다.

 

경주 40.3도는 2010년 관측 개시 이래 최고 기온이다. 종전 최고기온 39.8도(2018년 8월4일)를 8년 만에 넘어선 것이다. 대구·경북 기준으로도 역대 두 번째로 높은 기온이다.

 

한성숙 국무총리가 7월31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출청사에서 열린 폭염·가뭄 대처상황 점검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경남권 온열질환자 수도 서울을 넘어섰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올해 응급실 온열질환감시체계가 가동된 5월15일부터 전날까지 온열질환자는 모두 1889명(사망 14명)이다. 전날 하루에만 온열질환자가 96명 발생했다.

 

지역별로 보면 경기가 395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경북 190명, 경남 175명, 전남광주 169명, 서울 162명 등으로 나타났다. 특히 역대 최고 기온을 연달아 기록한 양산이 있는 경남 지역은 전날에만 14명의 온열질환자가 신고돼 경기(19명)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다. 이틀 사이 경남은 올해 온열질환자 수가 서울과 전남광주를 넘어섰다.

 

주말 새 사고가 잇따랐다. 이날 오전 8시5분쯤 폭염경보가 발령된 경북 봉화군 명호면 청량산에서 산행 중이던 50대 A씨가 갑자기 쓰러져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이송됐다. 전날 오후 3시쯤 충북 영동군 월류봉 둘레길 주차장에서는 폭염 속 밀폐된 차 안에서 휴식을 취하던 50대 B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전국 235개 육상 기상특보 구역 가운데 97%인 228곳에 폭염특보가 내려져 있다. 양산, 김해, 창원, 밀양, 의령, 창녕, 진주, 보성, 여수, 광양, 함안, 합천중부, 합천남부, 경산, 사천, 대구중부, 달성남부, 순천, 고령, 하동북부, 산청북부, 함양중부, 거창남부, 광주동부에는 건강한 사람도 위협할 수 있는 더위가 예상돼 폭염중대경보가 발표·발효된 상태다.

 

폭염은 이번 주도 계속될 예정인 가운데 바람 방향이 서풍에서 동풍으로 바뀌면서 수도권 등 백두대간 서쪽 기온이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3일 전국 예상 낮 최고기온은 32∼39도다. 당장 3∼4일 서울 기온은 낮 최고 37도까지 오를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