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가 중앙 부처 최초로 직원 보호를 위한 훈령을 마련했다. ‘민원 응대 권장 시간 20분 이내’ 등을 명문화해 특이민원에 몸살을 앓는 노동부 직원을 보호한다는 취지다.
3일 노동부에 따르면 노동부는 ‘고용노동부 민원 처리 담당자 보호 및 지원에 관한 규정 제정(안)’을 1일 행정예고했다. 훈령에는 민원인의 폭언·폭행 등으로부터 노동부 민원 처리 담당자를 보호하고 지원하기 위해 필요한 사항이 담겼다. 내달 1일부터 시행 예정이며, 이달 20일까지 개정안에 대한 의견 제출이 가능하다.
중앙부처가 직원 보호를 위한 훈령을 제정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노동부는 “그간 지속적인 노력에도 특이민원이 지속 발생하고 있고, 신규 직원 비중이 높아져 직원을 보호할 필요성이 늘고 있다”며 “대다수가 민원 업무에 종사하는 부처 특성을 고려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특이민원은 폭언·폭행 등 위법행위 또는 공무방해행위가 수반되는 민원(정당한 사유 없는 반복민원 등)을 뜻한다.
◆정신건강의학 진료비 지원도 규정
제정안은 면담 권장 시간과 종결 규정을 담고 있다. 1회당 권장 시장은 20분 이내에며, 정당한 이유 없이 전화나 면담이 지속하면 종결 5분 전 미리 안내하고 20분이 넘을 때 종결 처리할 수 있다. 노동부 관계자는 “그간 지방청과 지청에 ‘30분 이상 장기화할 시 종료’ 등 내부 매뉴얼만 있었는데 이를 명문화한 것”이라고 의미를 설명했다.
관련 조직도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노동부 본부 민원운영팀에 ‘특이민원 직원보호반’을 두도록 하고, 소속기관에 ‘전담대응팀’ 마련토록 했다. 현재도 노동부 민원운영팀 내에 특이민원 직원보호반이 있는데 해당 조직이 근거를 갖고 유지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 외에 장관과 본부 각 실, 국장은 민원 처리 담당자에 대한 특이민원 예방 및 대응을 위해 제도개선 방안을 적극 검토·시행하도록 했다. 지원 내용으로는 △심리상담 및 힐링프로그램 △정신건강의학 진료비 △치유에 필요한 휴식 부여 등이 명시됐다.
◆증원에 법왜곡죄도 영향
노동부는 민원에 시달리는 공무원이 많기로 유명한 부처다. 일선 지방청과 지청에서 일하는 노동감독관은 특별사법경찰관 신분이지만, 임금체불 등 각종 조사에서 민원을 받기 일쑤다. 더불어민주당 이학영 의원실에 따르면 2021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노동부에 접수된 민원 건수는 1억1844만건에 달한다. 민원인으로부터 직무유기, 직권남용 등으로 피소된 건수는 같은 기간 419건이다.
올해 5월 말에는 19년 차 노동감독관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는데, 업무 스트레스가 배경으로 꼽혔다. 김영훈 노동부 장관은 이 사건 이후 “반복·특이 민원사건부터 인공지능(AI)도입을 검토하고, 민원인의 폭언 등이 반복될 경우 감독관의 ‘조사중지권’ 발동 여부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대규모 인력 증원은 민원 대응 규정의 필요성을 높이고 있다. 노동부는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2000명의 노동감독관을 늘렸다. 12월8일부터는 ‘노동감독관 직무집행법’이 시행돼 사업장 감독 권한이 지방정부로 위임된다. 경기 등 지자체에서는 지방노동감독관이 대거 새롭게 임용된다.
3월12일 시행된 법왜곡죄도 노동감독관의 심적, 법적 부담을 늘리고 요인이다. 법왜곡죄는 공무원이 고의로 법을 왜곡해 적용하거나 적용하지 않은 경우 처벌하도록 한 제도다. 유죄가 인정되면 최대 징역 10년과 10년의 자격정지가 선고될 수 있다.
노동부 관계자는 “법왜곡죄로 피소 가능성이 커지고, 직권남용 등으로 피소당하는 직원도 실제 늘고 있다”며 “필요하면 변호사 선임 등도 체계적으로 할 예정”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