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면접도, 연봉 협상도 부모가 참견…美 Z세대 ‘헬리콥터 부모’ 논란

WSJ “채용 담당자에 대신 전화·면접 동행…연봉·복지 협상·결근 연락도“
기업의 새 인사 과제로 급부상…“청년들 자립성·직업적응력 저하 우려”
성인이 된 자녀의 취업과 직장 생활에까지 부모가 대신 나서서 참견하는 이른바 '헬리콥터 부모' 현상이 미국 노동시장에서 새로운 풍속처럼 떠오르고 있다.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미국에서 성인이 된 자녀의 취업과 직장생활에 부모가 직접 개입하는 이른바 ‘헬리콥터 부모(Helicopter Parents)’ 현상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채용 담당자에게 대신 전화를 걸거나 면접에 동행하고, 연봉 협상과 결근 연락까지 부모가 처리하는 사례가 늘면서 기업들은 이를 새로운 인사관리 과제로 받아들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부모의 과도한 개입이 청년들의 자립성과 직업 적응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우려한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일(현지시간) 미국 기업들의 채용 담당자와 인사 전문가들을 인용해 부모가 성인이 된 Z세대(1990년대 중반∼2010년대 초반 출생자) 자녀의 취업 과정과 직장생활에 직접 개입하는 사례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헬리콥터 부모는 자녀의 주변을 마치 헬리콥터처럼 맴돌면서 일거수일투족을 살피는 부모를 말한다.

 

보도에 따르면 일부 부모는 채용 담당자에게 지원 결과를 문의하거나 자녀를 대신해 입사 지원서를 제출하기도 한다. 화상 면접에서는 화면 밖에서 답변을 돕거나 함께 참석하기도 하며, 입사 후에는 연봉 협상과 복지, 성과평가에 대해 회사에 직접 연락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심지어 성인 자녀의 결근 사실을 부모가 대신 회사에 알리는 경우도 보고됐다.

 

기업들의 반응은 대체로 부정적이다.

 

채용 담당자들은 부모가 지나치게 개입할 경우 지원자의 독립성과 문제 해결 능력에 의문을 갖게 된다고 말한다. 

 

실제로 미국 인사관리협회(SHRM) 행사에서는 부모가 채용 과정이나 직장 문제에 개입한 경험이 있다는 인사 담당자가 다수를 차지할 정도로 관련 사례가 흔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부모들은 경쟁이 치열한 취업시장에서 자녀를 돕기 위한 행동일 뿐이며, 사회 불안이나 부당한 대우 등 특별한 상황에서는 부모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또한 인맥 소개나 이력서 검토처럼 과거에도 존재했던 부모의 지원이 단순히 확대된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학계에서는 과도한 개입이 장기적으로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는 연구 결과가 이어지고 있다.

 

캐나다 구엘프대 연구진은 대학생 491명을 조사한 결과, 헬리콥터식 양육을 많이 경험한 청년일수록 직업 적응력이 낮고 진로에 대한 확신이 부족하며 진로 결정에 대한 불확실성이 더 컸다.

 

반면 모든 부모의 지원이 부정적인 것은 아니라는 연구도 있다.

 

미국과 한국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비교 연구에서는 부모의 관심과 지원이 부모·자녀 관계의 친밀감을 높이는 긍정적인 효과도 확인됐다. 연구진은 중요한 것은 부모의 지원 자체가 아니라 성인이 된 자녀의 자율성을 얼마나 존중하는지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부모가 조언과 정서적 지원을 제공하는 것은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면접이나 회사와의 의사소통을 대신하는 것은 오히려 자녀의 사회적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지적한다. 

 

기업들은 직장 내 갈등 해결과 의사결정을 직원의 기본 역량으로 평가하는 만큼, 부모의 과도한 개입은 취업과 조직 적응에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