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가영 키즈’ 박정현(22·하림)이 프로 데뷔 1년 만에 여자프로당구(LPBA) 정상에 오르며 새로운 여왕의 탄생을 알렸다.
박정현은 2일 경기 고양시 고양 킨텍스 PBA 스타디움에서 열린 프로당구 2026~2027시즌 3차 투어 LPBA 결승에서 강유진을 세트스코어 4-2(11-9, 4-11, 11-5, 8-11, 11-4, 11-2)로 꺾고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지난 시즌 LPBA 무대에 데뷔한 박정현이 거둔 첫 우승이다. 프로 데뷔 후 13번째 대회 만에 정상에 오른 그는 LPBA 역대 17번째 우승자로 이름을 올렸다. 우승 상금 4000만원과 랭킹포인트 2만점을 획득한 박정현은 시즌 랭킹도 기존 11위(상금 230만원·포인트 4000점)에서 단숨에 2위(상금 4230만원·포인트 2만4000점)로 뛰어올랐다.
이번 대회는 박정현의 성장세를 확인할 수 있는 무대였다. 8강에서 백민주(크라운해태)를 상대로 애버리지 1.947을 기록해 대회 최고 기록자에게 주어지는 ‘웰컴톱랭킹(상금 200만원)’을 차지했고, 16강에서는 임경진(브레이커스)을 상대로 한 이닝에 모든 득점을 올리는 퍼펙트큐까지 작성했다.
결승에서도 박정현의 집중력은 빛났다. 경기 초반부터 강유진과 팽팽하게 맞선 그는 1세트 4-5로 뒤진 상황에서 9이닝 5득점을 몰아치며 흐름을 뒤집었다. 강유진이 12이닝에서 4점을 추가해 9-9 동점을 만들었지만, 박정현은 후공 기회에서 침착하게 2점을 마무리하며 첫 세트를 가져갔다.
강유진도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2세트에서 뱅크샷 세 방을 앞세워 11-4로 승리하며 균형을 맞췄다. 하지만 박정현은 3세트 첫 이닝부터 하이런 8점을 폭발시키며 분위기를 다시 가져왔다. 8-0으로 앞선 뒤 5이닝 만에 11-5 승리를 거두며 2-1 리드를 잡았다.
승부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강유진이 4세트를 11-8로 따내며 추격했지만, 박정현은 5세트부터 흔들림 없는 경기력을 선보였다. 5세트를 5이닝 만에 11-4로 끝낸 뒤 6세트에서도 초반 연속 득점으로 주도권을 잡았다. 7-2로 앞선 상황에서 5이닝 3득점으로 챔피언포인트를 만든 박정현은 마지막 옆돌리기를 성공시키며 우승을 확정했다.
준우승을 차지한 강유진에게는 아쉬운 결말이었다. LPBA 출범 시즌부터 활약한 ‘선수 겸 해설위원’ 강유진은 그동안 최고 성적이 16강(4회)에 머물렀지만, 이번 대회에서 처음 결승 무대를 밟으며 자신의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그러나 생애 첫 우승 도전은 박정현의 벽을 넘지 못하고 막을 내렸다.
박정현의 우승은 단순한 신예 돌풍을 넘어 ‘김가영 키즈’의 성장 스토리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박정현은 16세 때 ‘LPBA 여제’ 김가영(하나카드)을 통해 당구를 접했다. 처음에는 포켓볼로 시작해 1년 6개월 동안 기본기를 익혔지만, 17세 때 3쿠션으로 종목을 바꿨다. 이후 빠르게 기량을 끌어올리며 국내 여자 3쿠션 유망주로 성장했고, 아마추어 랭킹 2위까지 올랐다.
2025-26시즌을 앞두고 우선등록을 통해 LPBA에 입성한 박정현은 데뷔 시즌 초반 예선 탈락을 반복하며 프로 무대의 높은 벽을 경험했다. 하지만 NH농협카드 챔피언십에서 8강에 오르며 가능성을 보였고, 이번 대회에서는 히다 오리에(일본·브레이커스), 임경진, 백민주, 한슬기(하나카드) 등 강호들을 연달아 꺾으며 마침내 정상에 섰다.
박정현은 우승 직후 “최고 성적인 8강에서 무너질 때마다 LPBA 무대가 쉽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 이번 대회도 컨디션이 좋지 않아 기대하지 않았는데 우승해 아직 실감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LPBA 무대에서 ‘가영 쌤’의 업적을 뛰어넘고 싶다. 워낙 많은 것을 이루신 분이라 정말 오래 걸리겠지만, 목표를 갖고 계속 도전하겠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