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억원대 분양사기 아파트 제주 정치권 로비 의혹 번져

오영훈 전 제주지사 비서진 2명 향응 접대 의혹 고발당해
문대림 의원, 당원모집 연루 의혹도…당사자들, 전면부인

제주 A아파트 사기분양 사건이 정치권 로비 의혹으로 번졌다.

3일 경찰에 따르면 A아파트 관련 '피해자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청탁금지법 위반 등으로 A아파트 시행사 대표 B씨와 관련자를 고발했다.

제주도청 전경. 연합뉴스

대책위는 A공동주택 건설사업 과정에서 법인자금을 이용한 정치권 관계자 등에 대한 향응 제공, 회사 자금 유용 여부 등도 수사해 줄 것을 경찰에 요청했다.





◇ 유흥주점 영수증에 '보좌관님'

대책위는 아파트 사업 시행사 대표 B씨와 회사 법인계좌 이체 내용, B씨와 회사직원 휴대전화 기록, 유흥업소 계산서 내용 등 관련 자료를 경찰에 제출했다.

유흥주점 계산서에는 2022년 5월 도내 한 유흥주점에서 쓴 303만원어치 술값 및 여종업원 봉사료를 포함한 내용이 담겨있다.

이 계산서에는 '모텔(보좌관님)'이라는 직책을 기록한 글과 인원수를 나타낸 '00호텔 2' 이라는 글이 적혀 있다. 계산서에 나온 '보좌관'은 오영훈 전 제주지사의 비서관 2명이라고 대책위는 주장하고 있다.

2022년 5월에는 오 전 지사가 더불어민주당 경선에서 승리해 본선에 진출한 시점으로, 국민의힘 허향진 후보보다 당선 가능성에서 크게 앞서 있었다.

당시 공식 선거운동 마지막 날 오 지사가 진행한 총력 유세 장소도 아파트 모델하우스 부지로 나타났다.

A아파트 사업 인허가는 공교롭게도 오 지사가 취임한 2022년 7월에 이뤄졌다.

경찰은 또 오 지사 취임 이후인 2023년 1월과 2월에도 '보좌관님', '비서관님' 등의 글이 적힌 수백만원 어치의 유흥주점 계산서를 확보했다.

해당 비서진들은 이 같은 접대 의혹이 사실이 아니라며 부인하고 있다.

오 지사뿐만 아니라 문대림 국회의원(제주시갑) 등과 관련한 의혹도 터졌다.

2022년 6·1 지방선거 민주당 경선을 앞둔 2021년 8월 B씨가 직원 등 215명을 모집해 당시 문대림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 이사장에 전달했다는 의혹이다.

당시 문대림 이사장은 오 전 지사의 당내 경쟁자로, 2022년 지방선거 출마가 유력시되고 있었다.

또 B씨는 오 전 지사의 비서관, 양영식 제주도의원에도 당원을 모집한 당원 명부를 전달했다는 의혹도 받고있다.

A아파트 시행사 직원들은 또 2022년 지방선거를 전후해 B씨가 거액의 뭉칫돈을 수시로 인출했다고 주장하며 추가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문 의원과 양 의원 등은 B씨와의 관련성을 전면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B씨도 지난달 27일 기자회견을 열어 2022년∼2023년 향응 제공 의혹에 대해 "기억나지 않는다"며 "유흥주점 영수증이 위조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반박했다.

위성곤 제주도지사는 지난달 31일 민선 9기 도정 첫 기후경제부지사와 제주시장 임용후보자 지명과 관련된 기자회견 질의응답에서 이번 사안에 대해 "감사위원회에서 감사하는 것에 대해서 저는 적절하다고 생각한다"며 "관련된 수사기관에서 수사를 통해서 이 문제가 정리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필요하다면 저희 청렴감찰단에서 관련 내용을 감찰해보겠다"고 말했다.



◇ A아파트 사건은

시행사 대표 B씨는 2016년 제주에서 아파트 개발사업에 뛰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2020년부터는 4년간 제주도의회 의정자문위원으로 활동했고 더불어민주당 종교특별위원회 부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B씨가 추진한 A아파트 단지는 2024년 12월 425세대 규모로 사용 승인을 받았다.

그러나 단 1세대만 분양돼 지난해 8월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를 통해 통째로 공매 절차에 들어갔다.

대책위는 B씨가 2021년 초 지역주택조합(지주택) 사업 실패 이후 대주단으로부터 민간분양 아파트 사업으로 전환하라는 압박을 받자 지주택 예비 조합원 34명을 대상으로 재투자 시 고수익 보장을 약속하며 총 22억5천만원 상당을 모집했다고 주장했다.

B씨는 당시 약속한 금액을 지급했지만, 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았다.

대책위는 또 B씨가 2021년 500억원대의 누적 적자가 있는 상황에서 과거 지주택 예비조합원 중 24명을 대상으로 고수익을 보장해 주겠다며 투자자들을 속여 20여억원을 다시 모집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번 일로 분양 대행과 광고 대행 등 하청업체들도 각각 수억원대의 용역 대금과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경찰청은 유사수신 행위와 사기 혐의 사건에 대해 송치했으며 횡령 관련 고소·고발 사건을 수사하고 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