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팔아 거짓말” “누군가 배제 전쟁”…민주 최고위서 터진 계파 충돌

황명선도 정정·사과 요구…“반대한 건 합당 아닌 절차”

더불어민주당 8·17 전당대회가 초박빙 양상으로 흐르는 가운데, 정청래·김민석 당대표 후보 간 신경전이 당 지도부의 공개 충돌로 번졌다. 한병도 당대표 직무대행이 “비전과 실력으로만 경쟁해 달라”며 과열 자제를 당부했지만, 친명(친이재명)계 최고위원들은 정 후보에게 발언 정정과 사과를 요구했다. 친청(친정청래)계 최고위원도 ‘대선주자 옹립’과 ‘누군가를 배제하기 위한 전쟁’을 거론하며 사실상 김 후보 측을 겨냥했다.

더불어민주당 당권 주자인 정청래(왼쪽), 김민석 의원이 지난 2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당대표·최고위원 합동연설회에서 자리하고 있다. 뉴스1

친명계 강득구 최고위원은 3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정청래 후보가 어제 전당대회에서 저를 소환했다. 합당과 관련한 주제였다”며 “거두절미하고 정 후보는 대통령을 팔아서 거짓말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누군가 작정하고 문제를 제기한다면 정치 생명이 끝날 수도 있는 대단히 위중한 거짓말”이라며 “거짓말을 반복하는 후보는 당대표 후보로서의 자격이 없다”고 했다.

 

정 후보가 전날 부산·울산·경남 합동연설회에서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을 꺼내 김 후보를 압박한 데 대한 반발이다. 정 후보는 강 최고위원이 합당 논의 당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렸다가 삭제한 글을 거론한 뒤 “조국혁신당과의 통합이 대통령의 지론이라고 정무수석들은 얘기하고 있다”며 “친명을 자처한 사람들은 왜 대통령의 지론인 조국혁신당과의 통합은 반대했느냐”고 주장했다.

 

강 최고위원은 회의 뒤 기자들과 만나서도 “정 후보가 본인 스스로 어떤 거짓말인지 잘 알 것이고, 그 과정도 잘 알 것”이라며 “정 후보가 결자해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렇지 않으면 그 과정을 있는 그대로 소상하게 얘기할 것”이라며 정 후보의 해명을 요구했다.

 

황명선 최고위원도 회의 뒤 정 후보에게 전날 발언의 정정과 사과를 요구했다. 정 후보가 합동연설회에서 최고위원들이 ‘몰려다니며 대표를 흔들었다’는 취지로 말하고, 이들이 당원 1인 1표제와 조국혁신당 합당에 반대한 것처럼 주장한 것은 사실과 다르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황명선(왼쪽), 박규환 최고위원이 지난 7월 29일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황 최고위원은 “저를 포함한 최고위원 모두 1인 1표에 반대한 사람이 없었고 찬성했다”며 “조국혁신당과의 합당도 저는 반대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합당 발표 전날 밤까지 최고위원들에게 안건이 제대로 공유되지 않았다며 “당의 운명과 진로에 관련된 문제는 반드시 숙의 과정이 필요하다. 반대한 것이 아니라 당 운영 방식과 절차를 지적한 것”이라고 말했다.

 

친청계로 분류되는 박규환 최고위원은 김 후보의 이름을 직접 언급하지 않았지만, 전당대회가 특정 대선주자를 세우기 위한 경쟁으로 변질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 최고위원은 “전당대회를 사실상 대선주자 옹립 무대로 만들고 있지는 않은지, 당대표 경선을 동지애에 바탕한 경쟁이 아니라 협잡과 협박, 거짓과 불법을 무기 삼아 누군가를 배제하기 위한 전쟁으로 변질시키고 있지는 않은지 심각하게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집권 2년 차 여당의 당대표 선거가 미래 권력을 만드는 시간이 돼서는 결코 안 된다”며 “당을 장악해서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편취하려는 요량이 아니라면 후보들도 자중하고 자제해야 한다”고 했다. 김 후보 등이 제기한 ‘신천지 전당대회 개입설’을 두고도 “조사와 사실관계 규명, 이에 따른 문책에 소극적 태도를 보여 결과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후보를 편드는 결과를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 한병도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3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 직무대행은 이날 “차기 지도부에는 이재명정부의 성공과 민생 회복이라는 막중한 시대적 소명이 부여돼 있다”며 “분열할 시간도, 좌고우면할 시간도 없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상호 존중과 화합으로 승리를 쌓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당 선관위에는 정 후보의 지역위원회 간담회와 현수막 게시 등을 둘러싼 신고도 접수됐다. 강준현 최고위원은 회의 뒤 “중앙당 선관위는 독립기구이기 때문에 접수된 사안이 최고위원회의에 보고되지는 않는다”며 “조사 결과가 나오면 보고받는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