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와 내가 닮은 점은
부서지고 가라앉으면서도
서로를 열렬히 원한다는 점이다
사랑을 가지고도 아무 일도 하지 못할 때
나약한 인간들은 자신을 거세하고
사랑의 통증이 헌신적으로 심신을 좀먹는 걸
그냥 두고 즐기지만
세상엔 아무리 더럽히려 해도
더럽혀지지 않는 게 있다
그것은 많은 배들이 바다 밑으로 가라앉으면서도
바다를 결코 원망하지 않는 것과 같다
그와 내가 닮은 점은 그런 것이다
끝없이 가라앉고 부서지면서도
서로를 열렬히 원한다는 것
사랑에 대한 이토록 담대한 이야기는 흔치 않다. 추측건대 우리 대부분은 사랑 앞에 그저 “나약한 인간”이 아닐까. “사랑의 통증이 헌신적으로 심신을 좀먹는 걸” 넋 없이 지켜보는 쪽이 아닐까. 폭풍우를 만나기도 전에 벌써 겁을 집어먹고 가라앉거나 지레 부서져 버린 난파선에 대해서라면 내게도 어느 정도 익숙한 것이다.
하지만 어떤 사랑은 “끝없이 가라앉고 부서지면서도” 물러서지 않는다. 멈추지 않는다. 그만큼 서로를 열렬히 원하고 있기 때문일까. 그런 “끝없는” 마음은 어떻게 가능할까. 이는 얼핏 이상(理想)에 가까운 일처럼 여겨지지만 시 속 사람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수록 생각은 복잡해진다. 그 열렬함이란 숭고한 동시에 끔찍한 것이겠구나. 영원히 파선(破船)의 상태를 벗어날 수 없는 것이라면. 벗어나지 않는 것이라 해도.
역시나 영원은 무서운 것. 사랑은 어려운 것. 여러 번 가라앉고 부서지기를 반복해 본 사람만이 겨우 조금쯤 알 수 있는 것이겠구나.
박소란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