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동칼럼] 미친 집값과 롤러코스피의 교훈

李정부 1년 새 서울 집값 13% 급등
분당 집 매매 논란에 정책 신뢰 하락
레버리지 ETF로 주식 시장 ‘도박판’
실패 인정하고 기조 전환에 나서야

“정부의 부동산 정책 목표가 시장 안정인지, 집값 하락인지, 갭투자와 다주택자 규제인지부터 정해야 한다.” 지난달 23일 이재명 대통령 주재 부동산 국민대토론회에서 양지영 신한투자증권 전문위원이 던진 화두다. 이 대통령의 답은 ‘시장 정상화’였다. “억지로 가격을 낮추자는 것이 아니다”라는 부연설명까지 곁들였다. 대통령의 의지를 의심하는 건 아니지만 해법은 의외로 단순하다. 시장원리에 따른 수요·공급과 합리적 규제 및 세제, 도시정비 활성화이면 충분하다.

실상은 다르다. 수요 억제에 매몰된 규제 일변도 정책이 공급 대란과 매물 잠김, 거래절벽을 불러왔다. 이 대통령의 20대 대선후보 시절 공약과도 확연히 비교된다. 당시 이 대통령은 부동산 세금을 확 줄이고 공급 확대를 약속했다. 신속한 재건축·재개발도 언급했다. 전세금 인상분에 대한 대출규제 해제와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의 주택담보대출비율(LTV) 90% 인정까지 공약했다. 어제 발표한 세제 개편안은 ‘똘똘한 한 채’에 대한 보유세 강화가 담겼다. 4년 만에 180도 달라진 이유가 궁금하다. ‘시장을 이길 수 있다’고 봤을까.

김기동 논설실장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6·27 금융대책’, ‘9·7 공급대책’, ‘10·15 대책’을 연이어 내놓았지만 백약이 무효다. KB주택가격동향조사를 보면 이 대통령 취임 직후부터 1년간 서울 아파트값은 13.12% 올랐다. 노무현정부(11.45%)나 문재인정부(9.17%)와 비교해도 가파르다. 전·월세까지 오르는 ‘트리플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부동산 정상화가 주가 5000 달성이나 계곡 정비보다 쉽다”는 말이 무색하다.



이는 국정지지율까지 갉아먹고 있다. 지난달 27∼29일 진행한 전국지표조사(NBS)에 따르면 현 정부에 대한 국정지지율은 2주 전보다 2%포인트 떨어진 53%로 조사됐다. 취임 후 최저치다. 부동산 정책에 대한 부정평가는 56%까지 치솟았다. 이 대통령의 경기도 성남 분당 아파트 매각 논란까지 불거졌다. ‘물딱지’를 막기 위한 근저당 설정(17억7000만원)이라지만 단순한 아파트 한 채를 둘러싼 공방과는 차원이 다르다. 주변 시세보다 낮게 매각했고, 이자를 받지 않는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서울 강남에서 이런 형태의 매도인이 매수인에게 잔금 일부를 빌려주는 ‘매도자 금융’이 잇따르고 있다. 과도한 대출규제의 나비효과가 대통령과 일반 서민과의 간극만 키웠다. 여전히 재개발·재건축에 대해 미온적 입장만 고수하니 답답한 노릇이다.

그렇다고 ‘투기’ 프레임에서 갇혀 있던 부동산 자금이 주식 시장으로 흘러든 것도 아니다. 인간의 욕망과 직결된 ‘돈’이 정부 의도대로 움직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건 과욕이다. 오히려 해외투자 수요를 국내로 돌리겠다는 명분으로 도입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는 국내 주식 시장을 ‘도박판’ ‘롤러코스피’로 만들어 버렸다. 책임진다는 사람도 없다. “우리 시장만 그런 것은 아니다”(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 “변동성을 무겁게 본다”(이억원 금융위원장), “드러누웠어야 했나”(이찬진 금감원장) 식의 유체이탈 화법만 난무한다. 코스피 1만을 앞두고 자화자찬하던 목소리는 온데간데없고, 극심한 널뛰기에 따른 피해는 ‘개미 탓’으로 돌린 것과 진배없다.

정책의 성패는 갈라치기나 속도가 아닌 ‘신뢰’에서 나온다. 냉·온탕을 오가는 정책은 시장의 내성과 불확실성만 키운다.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은 “정부 정책은 의도한 결과가 아니라 실제 결과로 평가받아야 한다”고 했다. 선한 의도의 정책이 약자를 고통으로 몰아넣을 수 있다는 경고다.

지난달 29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현금으로 집 산 분 손들어 보라”는 느닷없는 질의가 나왔다. 출석한 금융위나 금감원 관계자 중 손 든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빚 없이 집 사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는 얘기인데, 질의자가 박대출 의원이라는 게 공교롭다. 사회학자 막스 베버는 공직자의 최고 덕목으로 ‘책임 윤리’를 꼽았다. 같은 실패를 반복하는 건 고의적 직무유기다. 정책 실패를 인정하고, 보편적이고 예측 가능한 방향으로 기조 전환에 나설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