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상 초유의 극한 폭염, 재난 수준으로 총력 대응하길

122년 만의 극한 폭염이 전국을 뒤덮고 있다. 2일 경남 양산의 낮 기온이 42.5도까지 치솟아 국내 기상관측 역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대프리카’에 이어 ‘양프리카’란 말이 나올 정도다. 이번 주에는 수도권과 서쪽 지역으로 폭염이 확대된다니 걱정이 아닐 수 없다. 행정안전부가 폭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2단계로 격상한 것은 불가피한 조치다. 지난해 온열 피해자가 8월을 지나 9월 초까지 이어졌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는 폭염 강도가 세고 지속 기간도 더 길어질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중대재해 수준의 경각심을 갖고 폭염에 대비한 안전대책에 빈틈이 없도록 해야 한다.

이미 폭염으로 인한 인명·재산 피해가 작지 않아 우려스럽다. 어제도 부산 텃밭에서 일하던 70대 노인이 온열질환으로, 인천에서는 40대 남성이 열사병으로 숨졌다. 1일까지 전국 누적 온열질환자 수는 사망자 14명을 포함해 1781명에 이른다. 이는 응급실 방문 환자만 집계한 숫자인 만큼 실제 피해 규모는 훨씬 클 것이다. 전국 각지에서는 농작물 피해와 가축 폐사가 잇따라 농업·축산인들의 생계를 위협하고 있다. 가용한 행정력을 총동원해 국민을 보호하고, 긴급 용수 지원 등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자연재해는 없는 이들에게 더 가혹하기 마련이다. 지금까지 피해자의 32%가 65세 이상 노인이다. 고령자·저소득층 같은 사회적 취약계층은 에어컨이 있어도 전기요금이 부담돼 안 트는 경우가 많다. 또 야외작업이 많은 외국인 노동자 등 단순노무자와 농·어민에게 피해가 집중되고 있다. 폭염에도 생업을 멈추기 힘든 이들이다. “물을 많이 마시고 야외 활동을 자제하라”는 수준의 단순 수칙만으로 기후 취약계층을 보호하기에는 한계가 분명하다. 비상 상황인 만큼 기초수급자 위주의 에너지 바우처 대상을 넓히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

폭염은 더 이상 견디고 버텨야 할 계절적 불편이 아니라 국민의 생명과 일상을 위협하는 재난이다. 선제 대응이 중요하다. 고령층·1인 가구·쪽방촌 거주자를 촘촘하게 살피고, 작업중지권과 현장 감독이 실효성을 갖도록 점검해야 한다. 냉방 수요 폭증에 따른 전력 수급 상황을 점검해 블랙아웃 사태도 막아야 할 것이다. 정부와 지자체는 폭염 안전대책 전반을 기본부터 다시 점검·재편하고 총력 대응에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