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發 ‘최우선 변제 제한’ 추진… 부작용 우려도

금융당국, 제도 개편 검토

긴급운영자금 지원 부실 책임자
전단채 투자자보다 先변제 부당
법 개정 통해 ‘우선권’ 원천 차단
일각 “한계기업 자금 유입 막을 것”

금융당국이 기업 부실에 책임이 있는 대주주나 기존 경영진이 회생절차 과정에서 긴급운영자금(DIP 파이낸싱)을 지원하고 최우선 변제권을 챙기는 관행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다만 이 같은 제도 시정이 고위험 한계기업에 대한 투자 유인을 떨어뜨려 회생 시장 전반의 자금줄을 마르게 할 수 있다는 우려도 공존한다.

3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홈플러스 사태를 계기로 현행 채무자회생법상 관리인제도의 적용 여부를 살피고 부실 책임자를 배제하는 예외조항 신설 등을 검토하고 있다.

3일 서울 시내 한 홈플러스 매장에서 휴직 중인 직원이 매대를 바라보고 있다. 홈플러스가 2000억원 규모의 긴급 운영자금을 조달하면서 늦어도 10일부터 영업을 재개할 전망이다. 뉴시스

앞서 이찬진 금감원장은 지난달 30일 국회에서 “경영상의 책임을 진 자의 DIP를 공익채권으로 분류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다. 현행법은 회생절차 개시 후 관리인이 차입한 자금을 공익채권으로 분류해 다른 채권보다 먼저 갚도록 규정하는데, 부실 원인을 제공한 주체가 관리인 자격으로 일반 피해자인 전자단기사채 투자자들보다 앞서 자금을 챙기는 것은 부당하다는 취지다.



논란의 당사자인 MBK는 홈플러스에 지원한 1000억원 규모의 신규 자금에 대한 최우선 변제권을 이미 포기한 상태다. 경영 실패에 책임이 있는 대주주가 회생 기업에 자금을 댈 경우 법원이 차입 허가 과정에서 선순위 권리를 내려놓도록 조건을 붙이는 실무 관행을 따랐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당국은 법원의 실무 관행에만 기대기보다 법 개정을 통해 부실 책임자가 회생제도를 활용해 우선권을 쥐는 상황을 제도적으로 차단하겠다는 방침이다. 당장 이달 초 김병주 MBK 회장과 MBK의 지급보증을 바탕으로 메리츠금융이 2000억원 규모의 추가 신규 자금을 집행할 예정인 점도 당국의 고심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부실 경영에 직접적인 책임이 없는 메리츠금융은 주주 배임 우려 탓에 선순위 권리를 포기할 가능성이 희박하다. 결과적으로 부실 책임자의 보증이 얽힌 자금이 회생절차에서 최우선 변제 대상이 되는 등 셈법이 복잡해지자 당국이 향후 유사한 논란을 막기 위해 명확한 기준 마련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섣부른 제도 개편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최근 JTBC 계열사들이 회생절차 개시 신청을 하는 등 한계 기업이 잇따르는 상황에서 최우선 변제권이라는 확실한 안전장치를 걷어낼 경우 위기 기업에 선뜻 자금을 댈 투자자가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한계기업에 자금 물꼬를 터주기 위해 도입된 공익채권 제도의 본래 취지가 퇴색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