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전쟁 장기화에 어부지리… 석유화학업계 ‘반짝 흑자’

2분기 예상 깨고 나란히 흑자

LG화학 석유화학 이익 4265억원
한화 2분기 연속 흑자… SK도 선방
롯데케미칼 영업이익 1356억 전망

전쟁 끝나면 값싼 중동·중국산 밀물
중동정세 불안 지속에 물량 안 풀려
하반기에는 다시 실적 저하 그림자

미국과 이란이 종전을 예고한 뒤 시장에 쏟아질 중동·중국산 석유화학제품에 밀려 실적에 빨간불이 켜질 것이란 우려가 컸던 국내 석유화학업계가 한숨을 돌렸다. 양국이 종전 협상을 제대로 매듭짓지 못한 채 전투를 이어가는 등 중동 정세 불안이 지속되면서 석유화학제품 물량도 많이 풀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만 지난달부터 주요 제품 가격이 다시 내림세로 돌아서는 등 업계에선 하반기 실적 저하를 우려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3일 석유화학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석유화학업체들은 올해 2분기 나란히 흑자를 기록했다. 국내 최대 화학 기업으로 꼽히는 LG화학 석유화학부문은 매출 5조3289억원, 영업이익 4265억원을 거뒀다. 회사의 핵심 생산 시설인 여수 나프타분해설비(NCC) 2공장 가동 중단에 따라 판매량이 줄었음에도, 주요 석유화학제품 가격이 비싼 덕을 봤다. 한화솔루션 케미칼부문도 매출 1조4650억원, 영업이익 871억원을 올리며 2분기 연속 흑자를 이어갔다. SK이노베이션에서 화학 사업을 전담하는 SK지오센트릭은 매출 3조7331억원에 영업이익 437억원을 거두었다. 회사의 주력 제품 ‘파라자일렌’의 가격이 손익분기점 아래로는 내려가지 않은 효과가 컸다. 아직 실적을 발표하진 않았지만 롯데케미칼도 흑자 달성이 유력하다. 증권가는 롯데케미칼이 2분기 매출 5조8057억원, 영업이익 1356억원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한다.

본래 업계에선 석유화학업체들이 2분기에 웃기 힘들 것으로 내다봤다. 5월 미국과 이란 전쟁이 소강상태를 띠고, 6월 본격적인 종전 협상 이야기가 오간 이후 제품 가격이 급격히 꺾인 까닭이다.



하지만 중동 전쟁이 곧 끝날 것이란 기대가 허물어지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미국과 이란이 지난 6월 체결한 종전 양해각서(MOU)가 무색하게 서로 불신하고 계속 치고받으며 중동 정세가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지경으로 치달은 것이다. 이로 인해 석유화학제품 가격도 전쟁 전보다 비싼 수준을 유지하게 됐다.

 

대표 석유화학제품인 에틸렌의 경우 t(톤)당 가격이 전쟁이 한창이던 지난 4월 1378달러까지 치솟았다가 7월 852달러로 내려왔지만, 전쟁 전인 2월(663.75달러)과 비교하면 여전히 약 190달러 높은 수준이다.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매끄럽지 않은 종전 협상으로 국제 석유화학제품 가격이 급격히 꺾이지 않은 덕에 최악의 상황은 피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는 ‘반짝’ 흑자일 뿐, 하반기 전망은 여전히 어둡다는 것이 대체적인 기류다. 석유화학제품 국제 가격은 계속 내려가고, 주춤하던 중국 업체들이 다시 제품을 대량으로 생산할 채비를 마쳤기 때문이다. 석유화학기업의 수익성 지표로 쓰이는 ‘에틸렌 스프레드’(에틸렌 가격에서 나프타 값을 뺀 차이)는 전쟁 기간 손익분기점(t당 250달러)을 넘어섰지만, 3분기 들어 t당 100달러대로 내려앉았다. 상황이 이대로 지속되면 3분기 적자 전환이 불가피하다.

전쟁이 잠시 소강됐을 때 원유를 저렴하게 보충한 중국 업체도 변수다. 호르무즈해협 봉쇄가 잠시 풀린 동안 중국 석유화학기업 상당수가 이란을 포함한 카타르, UAE, 이라크산 원유를 저렴한 가격에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기간 중국 업체의 원유 구매량은 1600만∼2050만배럴로 추정된다. 대량으로 확보한 원유로 원가 기반을 낮춘 중국 업체들이 하반기 들어 본격적으로 물량을 밀어내기 시작하면, 국내 업계는 가격 경쟁에서 다시 밀릴 수밖에 없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반짝 실적에도 여전히 업계 상황이 좋지 않은 게 사실”이라며 “전쟁으로 멈췄던 구조조정을 신속히 재개해 국내 석유화학산업의 경쟁력을 하루빨리 끌어올려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