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주택자와 고가주택 보유자, 고령층 등을 중심으로 매물이 늘 가능성은 있지만, 서울 핵심지역은 공급 부족과 대기수요가 충분해 매물 증가가 곧바로 가격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
이재명정부의 8·3 부동산 세제개편안에 대해 전문가들은 3일 세계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고가·비거주 주택을 중심으로 매물을 유도하는 효과는 나타나겠지만, 세제만으로 서울 집값의 흐름을 바꾸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보유세 부담이 본격화되기 전 정부가 한시적으로 양도소득세를 낮추며 퇴로를 열어주는 2027년을 전후로 절세용 매물이 늘 수 있으나, 핵심지역의 공급 부족과 풍부한 대기수요, 고가주택 보유자들의 자금력을 고려하면 가격 하락 압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은 이번 개편을 “강남 주요 지역의 고가·비거주 주택을 정조준한 핀셋 규제”라며 “다주택자 중과세율 완화와 기존 장기보유특별공제 적용, 임대사업자 세제 혜택이 상당 부분 남아 있는 2027년 막판 매물 출회가 집중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고령 1주택자의 지방 이전 감면까지 맞물리면 수도권 주택 매도도 일부 증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개편은 보유 부담을 높이면서도 2027∼2028년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한시적으로 낮춰 퇴로를 열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이에 따라 2027년 절세 매물이 일시적으로 늘 수 있지만, 서울 핵심지역의 경우 대기수요가 이를 충분히 흡수할 수 있는 상황인 데다 자금 여력이 있는 보유자들은 버티기를 택해 집값 안정 효과가 제한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문재인정부 시절 다주택자에 대한 보유세와 양도세가 함께 강화되면서 서울 강남권 고가주택으로 쏠렸던 ‘똘똘한 한 채’ 수요도 사라지기보다는 대상과 가격대가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 높은 종부세율이 적용되는 초고가주택 대신 상대적으로 세 부담이 낮고 실제 거주하기 좋은 시가 30억원 안팎의 주택으로 갈아타기 수요가 이동할 수 있는 것이다. 실거주기간이 중요해지면서 이주와 철거로 장기간 살기 어려운 사업 초기 재건축보다 바로 입주할 수 있는 신축 아파트 선호가 강해질 가능성도 있다.
가장 우려되는 대목은 집주인의 세 부담이 세입자에게 전가되면서 임대차시장 불안이 커질 수 있는 점이다. 비거주 집주인이 절세를 위해 임대하던 주택에 직접 들어가 살면 전월세 물량이 줄고, 집을 계속 임대하는 경우에는 늘어난 보유 비용을 월세에 반영할 가능성이 있어서다.
실제로 과거 보유세 강화 국면에서 집주인의 세 부담이 임차인에게 옮겨갔다는 분석도 있다. 국토연구원이 2023년 발표한 ‘부동산세제의 시장 영향력과 향후 정책방향 연구’ 보고서를 보면 연구진이 2006∼2021년 16개 광역지자체 자료를 분석한 결과 종합부동산세 인상 조치 이후 2년 이내에 전세가격이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를 보유세 부담 증가분이 임차인에게 전가된 영향으로 해석했다.
박 교수는 “서울과 수도권처럼 공급이 부족하고 집주인이 시장에서 우위에 있는 곳에서는 늘어난 보유세가 임차인에게 전가될 유인이 있다”며 “실거주자를 보호한다는 정책 취지와 달리 세입자의 주거비 부담이 커질 가능성도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 강남권 일부 현장에선 세 부담과 매도 시점을 묻는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강남구 개포동의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이날 “지난달부터 매도 문의가 계속 들어오고 있고 실제로 집을 팔지 고민하는 분들도 상당하다”며 “집값 상승으로 보유세 부담이 커진 은퇴자와 지방 거주 집주인, 갭투자자들이 세금이 얼마나 달라지는지를 주로 묻는다”고 말했다. 반면에 서울 강동구 둔촌동 올림픽파크포레온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실거주 1주택자는 세금 차이가 크지 않아 이번 개편만으로 당장 집을 팔 분위기는 아니다”며 “자금 여력이 있는 고가주택 보유자도 세 부담만으로 바로 매물을 내놓기보다는 일단 지켜보려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