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이유식 만들면서 요리 시작 10년간 책 500여권 읽으며 독학 시행착오 끝에 레시피 142개 완성 “운전처럼 처음엔 초보… 정답 없어”
“마트에 가면 가운데로는 들어가지 않으려 합니다. 초가공식품이 제일 많이 진열돼 있거든요. 카트를 끌고 자연식품(홀푸드)이 놓인 벽면을 따라 도세요. 배가 고픈 상태로 장을 보지 않는 것도 중요합니다. 자극적이거나 도파민을 일으키는 제품을 고를 가능성이 높아지니까요.”
새벽까지 일하던 경영 컨설턴트가 ‘집밥’의 힘을 설파하는 전도사가 됐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을 나와 글로벌 컨설팅 기업과 국내 식음료 대기업에서 한식 세계화 첨병으로 뛰었던 노진주(필명 홀썸모먼트) 작가 이야기다. 세계일보와 지난달 15일 인터뷰에서 그는 원래 요리를 좋아했는지 묻자 “평소 먹는 걸 워낙 좋아하기는 했지만 요리를 한 것은 아니었다”고 답했다.
한식 세계화를 기획하던 컨설턴트에서 집밥이 지닌 힘을 설파하는 요리·웰니스 크리에이터가 된 노진주 작가. 이유식을 계기로 부엌에 선 뒤 10년간 요리책 500여권을 독학하며 자신만의 집밥을 만들어왔다. ⓒ한정수
“다이닝 비즈니스를 해외에 진출시키거나 신규 사업을 기획했지, 제가 직접 요리를 한다거나 요리·웰니스 크리에이터가 될 거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습니다.”
노 작가가 요리를 시작한 계기는 이유식이었다. 남편은 장 건강이 좋지 않았고 아이도 장이 약했다. 회사를 다니기 어려워진 그는 기능의학을 파고들며 음식이 몸에 미치는 영향을 알게 됐다. 처음엔 치료식에 가까웠지만 점차 매일 먹는 집밥이 진짜 건강해지는 길을 고민하게 됐다. 그렇게 10년간 요리책 500여권을 독학하며 가족의 밥을 지었고, 최근 펴낸 ‘집밥력’의 레시피 142개는 그 결과물이다.
노 작가에게 집밥력은 한 끼를 차리는 기술을 넘어선 개념이다. 그는 이를 삶의 속도를 스스로 조절하며 몸과 마음의 건강을 만드는 생활근육이라고 표현했다.
“예전에는 나와 가족에게 맞는 요리를 스스로 해 먹는 감각을 누구나 갖고 있었습니다. 언제 어떤 마음으로 무엇을 어떻게 요리할지, 가족의 컨디션을 살피며 요리하는 법까지 포함하는 감각인데 지금은 많이 사라졌습니다. 이것을 되찾는 일이 굉장히 큰 마음의 근육이라고 생각합니다.”
독학의 교재는 오로지 책이었다. 국내 책은 물론 해외 배송으로 구하거나 여행지에서 사 왔다. 요리학원 문턱은 한 번도 넘지 않았다. 노 작가는 “매일 집밥을 하는 주부였고, 전문적인 기술보다 쉬지 않고 지속적으로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요령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집밥력의 실천에 대해 노 작가는 100년 전 부엌을 떠올리며 식단을 차릴 것을 강조한다. “마트 식재료가 흔하고 간편하고 싸다는 이유로 우리가 실제로 치르는 비용이 얼마나 큰지에 대한 감각이 무뎌졌습니다. 100년 전이라면 이 재료를 어떻게 고르고 조리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고 조금씩이라도 실천하면 많은 분이 건강해질 수 있습니다.”
이처럼 집밥력이 결정되는 곳은 결국 부엌이 아니라 마트다. 장보는 요령을 묻자 그는 영양성분표를 먼저 꼽았다. “원재료명이 5개 이하인 제품이 가장 좋습니다. 첨가물이 없다고 해도 수십 개가 줄줄이 적혀 있다면 가공도가 높을 가능성이 큽니다. 요즘 가장 중요하게 보는 건 당 함량인데, 당류가 탄수화물의 절반을 넘어가면 웬만하면 안 드시면 좋겠습니다.”
혼자 살거나 바쁜 사람에게도 집밥력이 가능할까. 그는 한꺼번에 다 바꾸려는 시도가 오히려 실패의 지름길이라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일주일에 한두 끼만 집밥을 먹었다면 서너 끼로 늘려보는 식으로, 할 수 있는 범위에서 조금씩 늘려가면 몸이 달라지는 걸 느끼게 된다”며 “그렇게 선순환에 들어오면 범위는 자연스럽게 넓어진다”고 설명했다.
“다들 ‘저는 요리에 소질이 없어요’라는 표현을 많이 쓰시는데 운동이나 운전도 처음엔 다 초보였습니다. 이 정도 수준에 올라야 요리를 잘하는 것이라는 정답은 없습니다. 누구나 자기 몸을 돌보고 집밥을 뿌리내릴 능력을 갖고 있는데 그것을 발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안타깝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