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루언서 한서희(31)가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외국인 남성과 찍은 다정한 사진을 올리며 열애를 암시했다. 하지만 3일 해당 게시물은 한 사주 업체의 광고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번 해프닝은 SNS를 기반으로 한 사주·타로 콘텐츠가 2030세대의 일상 속으로 얼마나 깊숙이 들어왔는지를 보여준다. 과거 일부가 찾던 점술은 이제 연애와 진로, 재회 등을 소재로 한 콘텐츠와 광고를 통해 젊은 세대에게 자연스럽게 다가가고 있다.
◆ SNS 타고 번지는 사주…2030 일상 파고든 점술
최근 SNS에서는 사주·타로 광고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특히 인스타툰(인스타그램 웹툰)과 숏폼을 활용한 콘텐츠가 잇따른다. 커플 웹툰 계정에서 처음에는 사주를 믿지 않는 반응을 보이다가 애인을 만난 날짜를 맞춰 놀라워하거나, 이용 후기를 앞세워 공감을 이끌어 내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이처럼 과거에는 입소문을 듣고 점집을 찾는 경우가 많았다면, 최근에는 SNS를 통해 연애·재회·진로·속궁합 등 청년층의 관심사를 자극하는 형태로 변화했다.
점술이 SNS 콘텐츠와 결합하면서 젊은 세대는 일상 속에서 이를 자연스럽게 접하게 됐다.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10~60대 1200명을 대상으로 지난 2월 실시한 ‘2026 점·사주·타로 등 점술 관련 인식 조사’에 따르면 10~30대의 점술 콘텐츠 주 접촉 경로는 유튜브와 SNS였다. 특히 SNS를 통한 접촉 비율은 20대(53.5%)에서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10~30대 전반에서도 40~50%대를 기록했다. 이는 20%대에 머문 40~60대보다 두 배가량 높은 수준으로, SNS 점술 콘텐츠가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소비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 “맹신보다 재미”…2030의 새로운 ‘디지털 놀이 문화’
주목할 점은 청년층이 사주를 소비하는 태도다. 한때 사주가 미래에 대한 ‘불안 해소’의 수단이었던 것을 넘어서, 이제는 2030세대에게 하나의 재미적 요소, 즉 ‘놀이 문화(엔터테인먼트)’로 받아들여지는 모습이다.
앞선 조사에서 ‘점·사주·타로 등을 보는 주된 이유’를 묻자 40~60대는 ‘불안감 해소(60.5~66.5%)’를 독보적 1위로 꼽았다. 반면 10~20대는 ‘단순 호기심’이 각각 40%, 44%로 가장 높았고, ‘재미’라는 응답도 34%대로 중장년층보다 높게 나타났다.
‘친구들과 점·사주·타로를 보는 것은 하나의 놀이 문화에 가깝다’는 문항 역시 20대가 72%로 가장 높은 동의율을 보였다. ‘요즘 점·사주·타로는 진지함보다 재미 요소가 더 큰 것 같다’는 질문에는 전 세대의 절반 이상이 동의했다.
점술 서비스 결과도 맹목적이기보다 현실적으로 받아들였다. ‘점·사주·타로가 실제로 내 삶을 반영한다고 믿는다(19.9%)’거나 ‘점·사주·타로에 따라 중요한 결정을 내린 적 있다(18.3%)’는 응답은 10명 중 약 2명에 불과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변화의 배경으로 점술의 산업화와 콘텐츠화를 꼽는다. 사주는 광고 형태뿐만 아니라 풀이도 AI와 웹툰 형식으로 현대화가 이뤄졌으며, 특히 한서희가 광고한 사주 업체의 경우 연예인 사주 분석을 앞세워 이용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해 유튜브 채널 ‘머니그라피’에 출연한 김규현 회계사는 최근 “성장하는 무속 산업의 냄새를 맡은 투자자들이 이미 돈을 쓰고 있다”며 “엔터테인먼트화, 콘텐츠화가 되면서 사람들 인식 자체가 긍정적이고 편하게 바뀌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점술 및 유사 서비스업 종사자 수’는 2020년 9692명 대비 2023년 1만512명으로 약 8% 증가했다.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한 이광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도 사주 같은 샤머니즘이 불안 해소에서 엔터테인먼트 역할로 이동했다고 공감했다.
그는 “과거 가족의 병을 고치거나 정신병을 고치기 위한 절박함으로 (무속인을) 찾았다가 다음에는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과 불안을 해소하고 싶은 걸로 바뀌었다”며 “이제는 시장이 커져서 데이트하러 가는 등 재미 삼아 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행인 건 맹신하지 않는다”며 “어디까지나 참고용으로, 정신적인 영역에서 샤머니즘을 불안을 낮춰주는 엔터테인먼트 효과로 가져간다”고 덧붙였다.
◆ 놀이 문화 된 점술…과도한 상업화는 과제
점술을 하나의 엔터테인먼트로 받아들이는 데 대한 사회적 공감대는 아직 충분하지 않은 모습이다.
트렌드모니터 조사에서 점술을 ‘엔터테인먼트’로 분류하는 것에 ‘별 문제 없다’는 응답은 31.5%에 그쳤다. 반면 ‘부적절하다’는 응답은 38.7%로 더 높게 나타났다.
또 ‘점술 서비스가 사람들의 불안감을 상업적으로 이용한다’는 응답은 2025년 42.2%에서 2026년 50.2%로 8%포인트 증가했다. 점술이 젊은 세대의 놀이 문화로 자리 잡는 흐름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용자의 불안을 자극하는 상업적 마케팅과 건전한 콘텐츠 소비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맞출지가 앞으로의 과제로 남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