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6일부터 8월 2일까지 일주일 남짓한 기간 동안 전국에서 다슬기 채취와 관련해 최소 7명이 목숨을 잃었다. 사망자 대부분은 60대 이상 고령층으로 확인됐다. 물에 빠진 채취객을 구하려 뛰어들었다가 함께 목숨을 잃은 안타까운 2차 사고 사례도 발생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 구조하러 뛰어든 낚시객도 참변…전국 단위로 이어진 사고
4일 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 1일 오후 5시 33분쯤 강원 인제군 북면 한계리 북천에서 다슬기를 잡던 64세 A씨가 물에 빠지는 사고가 났다.
당시 근처에서 낚시를 하던 63세 B씨는 A씨를 구하기 위해 지체 없이 물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두 사람 모두 사고를 당했다.
구조 당국은 두 사람을 신속히 물 밖으로 옮겼으나 B씨는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이송된 뒤 끝내 숨졌다. 물에 빠졌던 A씨는 다행히 생명에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수난 사고는 지역을 가리지 않고 연이어 발생했다.
지난달 26일 경북 문경에서 다슬기를 잡던 60대 여성이 숨진 데 이어 27일 경남 함양에서 80대 여성이 목숨을 잃었다.
29일에는 경북 경주에서 70대 여성, 30일에는 충남 금산에서 60대 여성이 각각 숨진 채 발견됐다.
8월 2일에는 충북 괴산군 괴산읍 동진천에서 다슬기 채집망을 손에 쥔 60대 남성이 하천에서 사망한 상태로 발견됐다.
사망 원인이 물이 아닌 폭염으로 지목된 사례도 확인됐다. 8월 1일 충북 영동군에서는 다슬기를 채취한 뒤 차량으로 이동해 휴식을 취하던 50대 여성이 의식을 잃고 숨졌다.
경찰은 당시 낮 최고기온이 34.8도까지 치솟은 점을 토대로 열사병에 의한 사망 가능성을 열어두고 조사 중이다.
◆ 사망자 81퍼센트가 고령층…외지인 비율 압도적
행정안전부 통계에 따르면 최근 3년간 6월에서 8월 사이 여름철에 다슬기를 채취하다 숨진 사람은 전국에서 32명이다. 이 중 절반가량이 8월에 집중적으로 사고를 당했다. 연령별로 보면 사망자의 81퍼센트가 60대 이상 고령층이었다.
또한 사고 발생 지역 거주민이 아닌 외지인의 비율이 69퍼센트에 달했다. 지형에 익숙하지 않은 방문객들이 무리하게 채취에 나서다 변을 당하는 인과관계가 뚜렷하다.
◆ 다슬기 서식지가 곧 위험 지대…야간 채취는 치명적
사고가 유독 반복되는 본질적인 이유는 다슬기의 서식 조건과 깊게 얽혀 있다. 다슬기는 고여 있는 물에서는 생존하지 못해 맑고 산소가 풍부한 하천에서 유속이 빠른 구간의 돌 밑이나 바위 틈에 단단히 붙어 서식한다.
다슬기를 많이 잡으려면 필연적으로 물살이 거세고 바닥이 미끄러운 구간의 돌을 직접 뒤집어야 한하는데, 채취객이 제 발로 위험한 지점을 찾아 들어갈 수밖에 없는 구조적 원인이 존재한다.
또 매우 맑은 하천수는 빛의 굴절을 강하게 일으켜 실제 수심보다 얕아 보이는 착시 현상을 유발해 위험성을 높인다.
채취 자세 역시 사고 위험을 크게 높인다. 채취 시 허리를 굽히거나 주저앉아 물속을 뚫어지게 들여다보며 조금씩 이동한다. 시야가 바닥으로 제한되기 때문에 앞쪽 바닥이 갑자기 푹 꺼지는 웅덩이 구간을 미리 알아채기 어렵다.
더 큰 문제는 얕은 물에서 하는 가벼운 활동이라는 안일한 인식 탓에 구명조끼를 아예 챙기지 않는 안전불감증도 사망 사고를 키우는 주된 원인이다.
다슬기의 생태적 습성도 치명적인 야간 사고를 유발한다. 다슬기는 철저한 야행성 생물이다. 낮에는 돌 밑에 숨어 있다가 주변이 어두워지면 활동을 위해 밖으로 나온다.
저녁에 잡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는 속설 때문에 야간 채취가 빈번하게 이루어지지만, 시야 확보가 안 되는 물가에서의 야간 활동은 매우 위험하다.
행정안전부가 야간 채취를 절대 자제하라고 거듭 당부하는 이유다. 실제 인제에서 발생한 낚시객 동반 사망 사고 역시 해가 기울기 시작해 수면 시야가 급격히 좁아지는 오후 5시 30분쯤 발생했다.
◆ 구명조끼 착용 및 2인 이상 동행 필수
행정안전부는 다슬기 채취 시 생명을 지키기 위한 필수 안전수칙을 제시했다. 먼저 음주 상태나 시야가 좁아지는 야간에는 절대 물에 들어가지 않아야 한다.
또 돌발적인 위기 상황에 대비해 반드시 두 명 이상이 조를 이뤄 함께 움직여야 한다. 아울러 이끼가 낀 미끄러운 돌길에 대비한 미끄럼 방지 전용 신발과 구명조끼 착용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계곡이나 하천에는 수심이 갑자기 2미터 이상 깊어지는 구간이 숨어 있어 사고 위험이 언제나 도사리고 있다”며 “겉보기에 수심이 얕아 보이더라도 지형을 모르는 위험한 장소에는 절대 접근하지 말고 각별히 주의해 줄 것”을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