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도 넘는 폭염에 약효 증발…‘실온 보관’ 약의 위험성

약 실온 보관은 1∼30도
일반적으로 약의 실온 보관 온도는 1∼30도다. 단 약 종류마다 차이가 있어 보관방법을 확인해야 한다. 사진은 구글 인공지능(AI) 제미나이가 생성한 가상 이미지.

폭염이 이어지는 이번 주 30도 넘는 곳에 둔 약은 약효를 상실했을 가능성이 크다.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 기준상 ‘실온 보관’ 의약품은 1도에서 30도 사이에서만 안전성이 유지되기 때문이다.

 

◆ 30도 한계 넘은 펄펄 끓는 여름 기온

 

4일 대한민국약전 통칙에 따르면 의약품 보관 온도를 엄격히 규정하고 있다. 표준온도는 20도 상온은 15도에서 25도 실온은 1도에서 30도 미온은 30도에서 40도다.

 

따로 규정하지 않은 냉소는 1도에서 15도를 의미하는데, 약 봉투나 상자에 별도 온도가 적혀 있다면 그 기준을 최우선으로 따라야 한다.

 

◆ 화장실과 창가는 최악…옷장 안쪽 보관 권장

 

올여름 기온은 이미 실온 보관 기준인 30도를 훌쩍 넘겼다. 지난 2일 경남 양산에서는 42.5도가 관측되며 1904년 기상관측 이래 역대 최고 기온을 경신했다. 야외에 주차한 차량 내부 온도는 70도까지 치솟는다고 전해졌다.

 

대한약사회는 이처럼 극단적인 온도에 약이 노출되면 성분이 분해되거나 화학 구조가 변형된고 설명한다. 기대했던 약효를 전혀 얻을 수 없다는 뜻이다. 따라서 단 몇 분이라도 차 안에 약을 보관하는 행위는 피해야 한다.

 

약사회는 “창가와 식탁 그리고 화장실과 주방을 의약품 보관 장소에서 제외하라”고 당부한다.

이에 직사광선이 닿지 않는 옷장 안쪽이나 서랍에 습기 제거제와 함께 두는 방식이 가장 안전한 방법이다.

 

온도만이 약을 변질시키는 원인이 아니다. 화장실 선반이나 주방 싱크대 위는 습기와 열이 동시에 발생하는 최악의 장소다.

 

에어컨을 켜고 끄기를 반복하는 방 역시 온도가 급격히 변하며 포장 내부에 결로 현상을 일으킨다. 보관 장소만 서랍 속으로 옮겨도 약품 변질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고온에 노출된 의약품은 단순한 약효 저하를 넘어 부작용을 유발하는 독성 물질로 변할 위험이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해열진통제인 아스피린은 고온 다습한 환경에서 살리실산과 아세트산으로 분해된다. 분해된 상태의 약을 복용하면 위장 점막에 심각한 손상을 입을 수 있다.

 

캡슐 형태의 약물 역시 고온에서 젤라틴 껍질이 녹아 끈적해지며 위장이 아닌 식도에서 미리 녹아 점막 염증을 일으킬 수 있다.

 

◆ 무조건 냉장고 보관은 금물…시럽제 종류 따라 달라

 

더운 날씨를 핑계로 모든 약을 냉장고에 넣는 행동은 매우 위험하다. 대부분의 의약품은 제품에 명시된 실온이나 상온 조건에서 보관하는 것이 원칙이다.

 

현탁액 형태의 해열 시럽제가 대표적인 실온 보관 의약품이다. 해열 시럽제를 냉장 보관하면 약물 입자가 엉기면서 층이 분리된다.

 

이 상태로 복용하면 정량 투여가 불가능해져 약효가 급격히 떨어진다. 반면 냉장 보관이 명시된 항생제 시럽은 반드시 냉장고에 두어야 한다.

 

만약 부득이하게 실온 보관 약을 냉장고에 넣어야 한다면 지퍼백에 이중으로 밀봉하여 음식물 냄새와 습기 침투를 완벽히 차단해야 한다.

 

◆ 변색과 덩어리짐 발견 시 즉각 폐기

 

한편 정제와 캡슐은 색상이 변했거나 퀴퀴한 냄새가 나거나 형태가 찌그러졌는지 꼼꼼히 살펴야 한다.

 

가루약은 덩어리가 지거나 굳어버렸는지 확인하는 것이 필수다. 육안으로 조금이라도 이상이 감지되면 절대 복용해서는 안 된다.

 

서울아산병원 약제팀 정채린 약사는 “약 모양이 평소와 다르거나 냄새가 이상하다고 느껴지면 즉시 구입한 약국에 문의해 복용 가능 여부를 확인하라”고 조언했다.

 

변질된 약을 버릴 때는 토양과 수질 오염을 막기 위해 약국과 보건소 그리고 주민센터에 비치된 폐의약품 전용 수거함을 이용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