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25개주가 낸 301조 관세 위법 소송… 상호관세처럼 법원이 막을까 [美슐랭]

민주 25개주, 301조 관세 소송
상호관세처럼 법원 제동 가능성
중간 선거 맞물려 소송 경과 관심
상호관세보단 승소 쉽지 않을 듯
‘트럼프 관세’ 연이어 법원 심판대

美슐랭 <오늘의 미국을 이해하는 엄선된 이야기>

 

※‘美슐랭’은 미국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이야기를 엄선해 전하는 코너입니다. 워싱턴 특파원이 빠르게 소비되는 뉴스를 넘어, 오늘의 미국을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맥락과 시각을 전합니다.

 

미국에서 민주당이 이끄는 25개 주가 3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를 상대로 한국을 비롯한 60개 경제권에 부과한 무역법 301조에 의한 ‘강제노동 관세’를 막아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근거해 각국에 부과한 상호관세는 지난 2월 법원에 의해 제동이 걸렸는데, 미 사법부가 새로운 관세에도 위법 판단을 할지 주목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25년 4월 2일 백악관 로즈 가든에서 전세계 국가를 상대로 한 상호관세를 발표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301조 관세, 법원이 막을까

 

미 연방국제통상법원에 따르면 이들 주는 이날 법원에 제출한 소장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무역법 301조에 근거해 주요 무역 상대국에 부과한 관세 조치가 대통령의 과세 권한을 넘어서 위법한 것이라며 이를 중단해 달라고 요청했다. 소송을 주도한 주는 캘리포니아주, 오리건주, 애리조나주이며 총 25개주가 소송에 참여했다.

 

이들은 소장에서 “원고인 각 주는 모든 형태의 강제노동에 반대하며 전세계 노동자 보호를 지지한다”면서도 “행정부는 강제노동을 불법적인 관세 정책을 계속 유지하기 위한 구실(pretext)로 이용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또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301조에 근거해 관세를 부과할 때 적법한 절차를 준수하지 않았다고 적시했다.

 

이번 소송은 최근 며칠간 중소기업들이 제기한 관세 관련 소송에 이어 나온 추가적인 법적 대응이다. 앞서 향신료 수입업체 버랩 앤드 배럴과 시계 판매업체 콜렉티브 호롤로지 등 중소기업 2곳도 지난달 24일 강제노동 관세 부과 당일 이를 취소해 달라며 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이번 조치가 주목받는 것은 앞서 대법원에서 위법 판결을 받은 IEEPA 관세를 대체하기 위해 마련된 301조 관세도 법원에 의해 제동이 걸릴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렸기 때문이다. IEEPA 관세는 12개 주정부와 중소기업들이 워싱턴 연방지방법원과 국제통상법원에 제기한 소송들이 병합된 뒤 연방대법원까지 올라가 최종 위헌 판결을 받았다. 301조 관세에 대한 소송도 중소기업들이 따로 제기한데 이어 IEEPA 관세 소송보다 많은 25개 주정부가 참여해 상위 법원으로 올라가면서 전국적 관심을 끌게 될 가능성이 있다. IEEPA 관세는 첫 소제기부터 대법원 최종 판결까지 10개월 정도 걸렸는데, 11월 중간선거를 지나면서 정치적으로도 주목을 받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앞서 미 연방대법원은 지난 2월 트럼프 행정부가 IEEPA에 근거해 각국에 부과한 상호관세를 위법으로 판결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에 따라 임시 조치로 무역법 122조에 따라 전 세계 각국에 글로벌 관세 10%를 부과했으나 지난달 24일 효력이 만료됐다. 122조 역시 국제통상법원에 소송이 제기돼 효력이 중지됐으나, 일단 이 법 자체가 의회 합의 없이는 5개월만 지속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어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어 무역법 301조를 적용해 지난달 24일부터 중국과 유럽연합(EU) 등을 포함한 60개 경제권의 수입품에 10% 또는 12.5%의 관세를 부과했다. 한국에도 사실상 12.5%의 관세가 부과됐으며 이달 말 과잉생산 관련 관세 부과가 예고되고 있다. 301조 관세마저 소송 대상이 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잇단 관세 조치가 연이어 법원의 심판을 받게 된 셈이다.

 

민주당 주도 25개주가 3일(현지시간) 연방국제통상법원에 제출한 소장. 피고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이 적시돼 있다.

◆상호관세보단 승소 쉽지 않을 듯

 

다만 앞선 IEEPA 관세나 122조 관세보다는 301조 관세의 경우 원고 승소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일반적으로 무역법 301조는 국가비상사태를 이유로 한 IEEPA 관세나 갑작스런 국제수지 문제를 이유로 한 122조보다 법적 근거가 훨씬 강한 권한으로 평가된다. 트럼프 1기 행정부가 중국을 대상으로 실시한 301조 관세는 7년 이상 유지되고 있다.

 

물론 301조 역시 미국 대통령에게 무제한 권한을 부여하는 것은 아니다. USTR은 특정 국가의 구체적인 행위나 정책을 지목하고, 그것이 미국 상거래에 부담이나 제한을 초래한다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 USTR은 이 조건을 충족하기 위해서 한국을 포함한 60개 경제권에 대한 강제노동, 과잉생산 등의 사례를 조사해왔지만, 이번 소송은 이 절차가 부족하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수입업체들의 관세 환급 소송을 대리하고 있는 그레이호크 로(Grayhawk Law)의 창립자 매슈 셀리그먼 변호사는 폴리티코에 이번 소송이 상당한 근거를 갖고 있지만, IEEPA와 122조를 둘러싼 기존 소송보다 승소하기는 더 어려울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이전 사건들과 달리 이번 소송은 행정부가 강제노동 근절을 목표로 한다는 다소 ‘명분’에 가까운 논리를 법원이 얼마나 존중할지가 핵심 쟁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통상 법원은 특히 외교 문제가 관련된 경우 행정부의 정책적 판단에 상당한 재량을 인정한다”면서도 “트럼프 행정부에서 흔히 그랬듯 이번 사건 역시 사법부가 행정부에 부여하는 재량의 한계를 시험하는 사건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주당 주정부들이 낸 소송 요지

 

1. 원고들은 이번 관세 조치가 자의적이고 변덕스럽고 법률에도 위배된다고 주장한다. 원고 주정부들은 모든 형태의 강제노동에 반대하며 전 세계 노동자 보호를 지지한다. 그러나 행정부는 강제노동 문제를 불법적인 관세 정책을 계속 유지하기 위한 구실로 이용해서는 안 된다. USTR가 부과한 관세는 지나치게 광범위하여 USTR 스스로 밝힌 정책 목표와도 맞지 않으며, 오히려 이를 정당화하는 데 사용한 법률의 취지를 조롱하는 수준이라고 주장한다.

 

2. USTR는 조사 대상이라고 주장하는 60개 경제권을 단 네 개의 관세 그룹으로 나눴다. 매우 다양한 국가들을 단순히 네 개 그룹으로 묶은 것은 각국의 강제노동 관련 문제와 실제 관세율 사이에 실질적인 연관성이 없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주장한다.

 

3. 원고들은 USTR이 국가별 강제노동 실태와 관세율 사이의 연관성을 제시하지 않았고, USTR의 논리를 반박하는 의견서와 공청회 증언에 제대로 답변하지 않았으며, 스스로 제시한 사례와 모순되는 품목별 예외를 인정했고, 이번 조치의 비용과 편익도 검토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4. 301조는 USTR에게 상대국의 ‘불합리하거나 차별적인 행위·정책·관행’을 제거하도록 만들기 위한 적절하고 실행 가능한 조치만 허용한다. 하지만 이번 관세는 특정 국가의 강제노동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맞춤형 조치가 아니라, 대통령의 광범위한 관세 정책을 실행하기 위한 수단으로 운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