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제1기 독자권익위원회가 지난달 30일 본사에서 이민규 위원장(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의 사회로 제4차 회의를 열었다. 이날 회의에서는 심층기획 ‘경계에 선 아이들, 북한배경학생’에 대한 호평이 쏟아졌다. 현상 진단에 그치지 않고 정책 대안까지 제시했다는 평가다. 또 ‘글로벌 영토 넓히는 K금융’과 경제성장률 전망과 엇갈린 고용 상황을 짚은 기사, 방치된 공공시설 실태 분석, 민선 9기 지방자치단체장 인터뷰, 국제 현안을 다각도로 해설한 보도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반면 국가 단위 사업에 대한 심층 취재와 기획 보도의 후속 점검이 부족하고, 비슷한 시기에 유사한 기사와 칼럼이 중복되거나 심층·연중기획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왔다. 취재원을 넓히고 온라인 독자를 고려한 기사 편집과 홈페이지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문도 이어졌다.
회의에는 김용상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윤지로 클리프 대표, 조영석 한국PR협회장, 조영준 대한상공회의소 지속가능경영원장이 참석했다.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은 서면으로 의견을 제출했으며, 세계일보에서는 우상규 편집국 부국장이 참석했다.
◆시대 변화 담은 북한배경학생 눈길 끌어
위원들은 세계일보가 7월 동안 보도한 탐사보도 중 북한이탈주민(탈북민)의 자녀를 다룬 ‘북한배경학생’에 대해 시대 흐름에 따른 한국 사회 변화를 집중 조명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줬다.
윤 위원=“북한배경학생 시리즈의 내용은 나쁘지 않다. 다만 세계일보에서 내는 시리즈가 비슷한 성향으로 흐르는 것은 아닌가. 사각의 사각이나 자살예방 등 사회적 약자나 빈틈에 관심을 가지자는 내용인데, 언론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인 것은 알지만 그것 말고도 둘러봐야 할 영역이 많다. 그 부분에도 신경을 써달라.”
조영준 위원=“탈북민의 자녀에 대해 다뤄볼 필요가 있었다. 자녀들이 성장하면서 생기는 문제, 학교 등에서 겪는 문화적 차이를 비롯해 기업과 정부의 역할 등이 필요한 시기에 아주 좋은 기사였다. K금융 관련해서 우리 금융의 해외 진출도 중요하지만, 탈탄소에 대한 부분도 중요하다. 특히 기후 관련 기술은 인내가 필요하다. 장기적인 시각에서 향후 1년간 얼마나 투자했는지 등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
이 위원장=“북한배경학생은 이제 한국 사회의 의제가 ‘탈북민’에서 ‘자녀세대’로 이동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으로, 특히 언어 진입 장벽과 정책 전망 등을 다양하게 다뤄 좋았다. 다만 11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는데, 설문 방법이나 절차, 신뢰도, 표본 등에 대해서 보다 세밀하게 할 필요가 있다. 또한 세 번째 편은 인터뷰로 진행됐는데, 관련 정책 전문가의 인터뷰가 더 있었으면 좋았다.”
◆지자체장 인터뷰·무안공항 르포 등 돋보여
위원들은 지자체장 인터뷰, 경제성장률 전망과 엇갈리는 취업자 증가폭, 무안공항 유해 재수색 100일 르포, 국제·외교에 대한 다양한 코너, 스포츠 기획 보도 등을 유익한 기사라고 평가했다.
김 위원=“지난 한 달 동안 다양한 인물이 소개되고 다뤄졌다. 특히 6·3 전국동시지방선거와 국회의원 보궐선거 이후에 한동훈 의원을 포함해 국회의원과 광역지자체장, 기초지자체장 인터뷰를 다루는 것은 좋은 시도다. 19일 위성곤 제주도지사 인터뷰로 끝내지 말고 지속적으로 인터뷰를 하면 좋겠다.”
조영준 위원=“15일 ‘올 성장 3%로 상향… 고용은 뒷걸음’이란 기사를 통해 정부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대폭 상향했지만 취업자 증가폭은 축소한 내용을 묶어서 쓴 것은 좋은 기사였다. 여기에 실제 고용 개선이 어떻게 이뤄질 수 있는지, 고용의 질은 어떤지에 대한 추가 취재도 있으면 좋겠다. 또한 20일 242개 공공시설을 분석해 흑자시설이 19곳에 그친 실태를 보도한 것도 좋은 기사다. 지방선거 이후 새로운 지자체장이 들어서면서 치적 사업으로 공공시설을 만들려고 할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시의적절했다.”
조영석 위원=“16일 여행면에 미국 캘리포니아 내파밸리를 다뤘다. 와이너리와 와인 소개뿐만 아니라 대규모 산불이 발생한 곳으로, 이후 어떻게 회복하고 있는지와 대규모 재난에 어떻게 대비하고 있는지 등을 잘 다뤘다. 22일은 무안공항 유해 재수색 100일로 의미가 깊은 날인데, 현장을 찾아 기사를 썼다. 굉장히 필요한 점검이었다. 특히 제목 ‘호미 들고 유해 찾아 나선 유족들… “추가 발굴에 가슴 미어져”’에 유족들의 안타까운 상황이 그대로 느껴졌다. 다만 유가족 한 분의 사진을 좌우로 배치해 쓴 점은 아쉬웠다. 같은 인물을 두 번 반복할 필요가 있었는지 의문이다. 불필요했다.”
이 위원장=“세계일보는 국제, 외교 등에 대해 ‘세계는 지금’, ‘특파원 리포트’, ‘한반도의 선택’ 코너를 통해 지금 세계는 무엇을 하고 있는지, 특파원들이 현장에서 직접 경험한 것은 무엇인지, 해외 이슈가 한반도에는 어떤 의미가 있는지 심층적으로 해설하며 다양한 관점을 제시하고 있다. 세계일보만의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이후 발 빠르게 ‘한국축구 이대로는 안 된다’란 시리즈를 통해 축구협회의 문제점을 다뤘다. 스포츠 분야에서 기획 보도를 하는 사례가 흔치 않은 점을 감안하면 의미가 깊다. 다만 당사자들의 반론이 부족했으며, 해외 데이터와 현지 특파원의 취재가 더 있었으면 좋았다.”
◆소재중복·후속심층·온라인편집 아쉬워
소재 중복에 따른 기자와 필진 간 조율이 필요하다는 지적과 함께 기획 시리즈의 명확한 구분과 추가 심층 후속 보도, 현지 통신원 등 취재원 확대, 온라인 맞춤 기사와 홈페이지 개편 등에 대한 주문도 나왔다.
조영석 위원=“칼럼면을 보면 아이템 중복이 자주 눈에 띈다. 같은 날에 같은 지면에 비슷한 칼럼이 나오는 경우도 있고, 날짜를 달리해서 비슷한 소재로 칼럼이나 기사가 중복해서 나가기도 한다. 외부 필진의 경우 세계일보에서 조율이 힘들 수 있지만, 기자나 논설위원 등은 내부 인사이기 때문에 조율이 가능하다. 23일 2면에 삼성의 갤럭시 언팩을 다뤘다. 중요한 관심사이기도 하고 소비자들이 기다리고 있던 스마트폰이기는 하지만, 2면은 보다 무게감이 있는 기사를 소개했어야 한다. 갤럭시 언팩은 경제·산업면에서 다뤘어야 한다. 특히 그날은 오세훈 서울시장이 시장직 박탈에 해당하는 벌금을 선고받은 날이기 때문에 그와 관련된 해설 기사라면 2면에 바로 나오는 게 적절해 보인다.”
김 위원=“심층기획과 연중기획의 기준이 정확하지 않다. 특히 이들 기획은 몇 회로 준비됐는지, 어떤 내용인지 사전 공지가 필요하다. 과거 론스타 사건을 감안하면 쿠팡 사건에 대해서도 보도에 조심해야 한다. 당시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가 2003년 KEB외환은행을 인수한 뒤 하나은행에 매각하는 과정에서 정부와 소송까지 갔는데, 초기에 법정에 제시된 근거가 대부분 한국 신문기사 내용이었다. 한국 정부가 외국 기업을 차별적으로 대하는 것을 판단하는 근거로 기사가 사용된 것이다. 이를 감안하면 쿠팡 사건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 가능할 듯하다. 그런 식으로 보도해 주고 기사를 작성해 달라. 지면의 성격에 맞지 않는 기사가 포함되는 점도 눈에 띈다. 부서가 다르지만 다루는 내용이 비슷한 기사가 중복되는 경우도 있다.”
윤 위원=“정부의 메가프로젝트 발표 이후 관련 후속 보도가 상대적으로 적다. 엄청난 사업이 충분한 논의 없이 던져진 셈인데, 그러한 개발 이후 발생할 문제에 대해 다루지 않고 있다. 예컨대 18.4GW 규모의 AI(인공지능) 데이터센터가 정말 필요한 것인지, 전력 계통은 어떻게 보강할 것인지, 에너지원은 어떻게 확충할 것인지에 대한 보도가 필요하다. 단발성 기사는 다소 있었지만 정부의 큰 정책에 대한 깊이 있는 기획 보도가 필요하다.”
이 위원장=“해외 기사에 대해선 특파원을 제외하곤 접근하기 쉽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너무 외신이나 국내 통신사 위주로 기사가 작성되고 있다. 직접 취재원을 확보하든지, 아니면 통신원 제도를 부활해 그들을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또한 세계일보 자매지가 있으니 그들과 함께하는 것도 좋다. 그리고 온라인에서 기사를 찾기가 너무 힘들다. 심층이나 탐사 기획은 충분히 세계일보의 자랑거리다. 그럼에도 관련 기사를 한눈에 확인하기 힘들다. 검색을 해도 찾기 어렵다. 칼럼도 필자의 이름이나 코너 등으로 정리할 필요가 있다. 15일 19면에 세계일보 음악콩쿠르 수상자의 소감과 심사평이 실렸는데 해당 지면 하단에 심사 집계표가 들어가 있다. 인권 문제로 초등학교에서조차 성적표를 공개하지 않는데, 집계표를 공개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24일 20면에 제비들의 팍팍한 서울살이라며 제비들의 모습을 담았다. 의인화까지 하면서 공을 들였다. 다만 온라인에서는 그런 노력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 온라인으로 기사를 보는 독자를 위한 고민이 필요하다. AI 활용 준칙을 언론사로서 선구적으로 만들어 발표했다. 그럼에도 관련 준칙이 잘 지켜지는지 확인하기 힘들다.”
안 위원=세계일보는 탐사와 특집에 강한 신문이지만, 자살 문제를 심층적으로 다룬 이후 관련 보도는 전혀 눈에 띄지 않아 아쉽다. 여름 폭염기에 맞춰 폭염 속 극한 노동에 내몰린 노동자, 농민, 특수고용인들을 다룬 기획을 논의해 보면 좋을 듯하다. 아울러 폭염과 기후위기의 관계, 폭염이 국민 생활과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심층적으로 보도할 필요가 있다. 최근 ‘보완수사권 폐지의 문제점’을 집중적으로 부각하고 있는데, 1차 수사기관에서 사건이 제대로 규명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는 타당하지만, 보완수사권 폐지 반대와 우려 점만 지나치게 강조돼 보도 균형 측면에서 다소 아쉽다. 또한 새로 바뀌는 형사사법 체계의 장단점을 균형 있게 짚고, 앞으로 개선하거나 강화해야 할 점들도 함께 살펴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