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지방자치단체의 곳간이 빠른 속도로 바닥을 드러내면서 곳곳에서 자체 복지 사업이 잇따라 중단·축소되는 악순환이 빚어지고 있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지방세수가 급감한 가운데 정부 사업의 ‘의무 매칭 예산’ 폭증은 또 다른 부담이다. 물가 상승에 따른 재정 부담까지 겹치면서 도로·교통·교육 등 다양한 투자사업도 영향을 받고 있다.
◆‘복지 비대화’와 ‘매칭 폭탄’의 이중고
여기에 정부가 내년도 기준중위소득을 역대 최대 폭인 6.7% 인상하기로 결정하면서 재정 비상은 전국으로 확산하는 양상이다. 국비 사업에는 도비 7%, 시·군비 13%가 각각 매칭되는데, 경기도의 경우 올해에만 관련 4대 급여 예산이 전년 대비 589억원 늘어난 5079억원에 달했다. 내년에는 인상 폭이 더 커질 전망이다.
인천시에선 최근 10년간 복지 예산이 1조6000억원에서 6조3000억원으로 256%나 폭증했다. 생계·주거·의료·교육급여 등 법정 의무 매칭 지출이 수백억원 늘면서 지자체의 재정 자율성도 고사 직전에 몰렸다.
복지 지출의 경직성은 도민의 삶의 질과 직결된 주요 인프라 예산을 축소하고 있다. 경기도의 교통·물류 예산 비중은 6.5%로 서울시(12.9%)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문화·관광, 교육 분야의 비중도 일제히 하락했다. 7조8000억원 규모의 부채를 안은 경기도는 9월 ‘감액 추가경정예산안’ 편성까지 예고한 상태다.
◆교통·교육 인프라 외 복지마저 칼질
지방정부의 곳간이 비어가자 자체 주민 체감형 사업이 가장 먼저 칼바람을 맞고 있다. 경기도에선 예산 소진으로 하남·의왕시가 월 30만∼60만원 수준인 ‘가족돌봄수당’ 지원 중단을 통보했다. 도의 대표 탄소중립 사업인 ‘기후행동 기회소득’의 리워드 지급도 사실상 종료됐다. ‘간병 SOS 프로젝트’(하루 평균 12만7000원 간병비 지원)는 첫해 집행률(55.2%)이 낮다는 이유로 감액 검토 대상에 올랐다. 이에 경기도의회에선 “취약계층의 최소한 권리인 복지 예산을 깎아서는 안 된다”는 볼멘소리가 나왔다.
인천시는 할인 혜택을 주는 ‘인천e음’ 캐시백과 섬 지역 여객선 운임 지원을 중단했다. 대전시 역시 결혼장려금과 노인 무임교통 사업을 대폭 깎기로 했다.
부산 기초지자체들도 세수 감소와 복지 지출 증가가 겹치며 잇따라 재정난을 호소하고 있다. 올해 260억원의 추가 재원이 필요한 사하구는 최근 공무원과 민간 전문가 등이 참여한 재정안정화 TF를 구성했다. 남구도 내년 약 460억원의 재원 부족을 예상하며 구청장이 ‘재정 비상사태’를 선언했다. 울산 동구 역시 정부로부터 받은 인센티브를 구 재정에 투입할 만큼 사정이 좋지 않다.
일선 지자체에선 중앙정부 중심의 일률적 매칭 예산 구조를 재설계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민선 9기 들어 재정 정상화와 공약 이행 사이에 갈등이 커지고 있다”며 “구조적으로 늘어나는 정부 사업에 대한 안정적 재정 확보 방안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