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시선] 42.5도의 경고, 폭염 안전기준 다시 세워야 한다

이상기후에 극한 더위 고착화… ‘복합 재난’ 양상
물부족·노동자 보호 등 대응 패러다임 손질 필요

뜨겁다. 2026년 8월2일, 경남 양산의 수은주가 42.5도까지 치솟았다. 1904년 근대 기상관측이 시작된 이래 우리나라에서 관측된 가장 높은 기온이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하루의 이례적인 기록에 그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양산은 7월31일 41.4도, 8월1일 41.6도를 기록한 데 이어 3일 연속 기존 국내 최고기온 41.0도(2018년 8월1일 홍천)를 넘는 기록을 갈아치웠고, 전국 곳곳에서도 40도 안팎의 폭염이 나타났다.

 

이쯤 되면 질문을 바꿔야 한다. “올여름은 왜 이렇게 더운가”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안전기준은 이런 더위를 감당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라고 물어야 한다. 올해 폭염은 이미 인명피해로 나타나고 있다. 질병관리청 온열질환 응급실 감시체계에 따르면 8월1일까지 누적 온열질환자는 1889명, 추정 사망자는 14명이다. 8월1일 하루에만 96명의 온열질환자가 신고됐다. 아직 여름이 끝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 피해 규모는 더 커질 수 있다.

 

김승배 한국자연재난협회 본부장·전 기상청 대변인

지난해에도 온열질환자는 4460명에 달했다. 폭염은 더 이상 일시적인 기상재해가 아니다. 반복되고 장기화되면서 국민 건강과 산업현장, 농축산업, 전력 수급과 의료 체계를 동시에 압박하는 복합재난으로 변하고 있다.

 

그렇다면 왜 한반도의 폭염은 이처럼 강해지고 있는가. 근본적인 배경에는 지구온난화가 있다. 지구온난화의 원인은 이미 다 알고 있다. 지구의 평균기온이 상승하면서 과거에는 드물었던 극한고온이 나타날 수 있는 기후적 조건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 여기에 한반도 주변 해수면 온도, 북태평양고기압의 발달과 정체, 대기 흐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올해 양산의 42.5도 역시 단순히 ‘뜨거운 날씨’ 하나로 설명할 수 없다. 고기압이 장기간 머물며 뜨거운 공기를 가두고 강한 일사가 이어지는 가운데 지역의 지형과 장마 때 비가 적어 생긴 토양 수분 조건, 도시화 등이 겹치면서 고온이 강화됐다. 기후변화가 이런 극한 현상의 발생 가능성을 높이는 가운데 지역적 기상 조건이 기록적인 폭염을 만들어낸 것이다.

 

한반도 전체가 이미 아열대 기후가 됐다고 단정하지는 않는다. 기후대는 특정 연도의 폭염이나 열대야가 아니라 장기간의 기온·강수 등 기후 특성을 종합해 판단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반도의 아열대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는 있다. 중요한 것은 과거의 기후를 전제로 만들어진 도시 노동 보건 재난안전 기준을 현재와 미래의 기후에 맞게 바꾸고 있느냐가 핵심이다.

 

폭염의 위험성은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00~2019년 전 세계에서 매년 약 48만9000명이 열 관련 원인으로 사망한 것으로 추산한다. 특히 65세 이상 고령층의 열 관련 사망률은 2000~2004년과 2017~2021년을 비교할 때 약 85% 증가했다. 폭염은 이제 기후 문제가 아니라 명백한 보건안보 문제다.

 

이제 폭염 대응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첫째, 폭염특보를 ‘정보’에서 ‘행동’으로 바꿔야 한다. 폭염경보가 내려지면 야외 작업을 언제 줄이고 언제 중단할 것인지, 학교와 어린이집, 요양시설은 어떤 조처를 할 것인지 명확한 기준이 있어야 한다.

 

둘째, 노동자의 생명을 보호하는 작업 중지 기준을 현실화해야 한다. 물 그늘 휴식 제공만 강조할 것이 아니라 기온과 습도를 함께 고려한 열스트레스 기준을 적용하고, 일정 수준을 넘으면 작업시간 조정이나 작업 중지가 실제로 작동하도록 해야 한다. 폭염으로 인한 생산성 손실을 걱정하기 전에 노동자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는 것이 우선이다.

 

셋째, 폭염 취약계층을 사후가 아니라 사전에 찾아내야 한다. 고령자, 독거노인, 만성질환자, 야외 노동자, 농업인 등 고위험군에 대해 기상정보와 복지 보건 정보를 연계해 선제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폭염특보가 발표된 뒤 안부 전화를 하는 방식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넷째, 도시를 덜 뜨겁게 만들어야 한다. 도시숲과 가로수, 그늘 공간, 쿨루프, 건물 단열 차열성능 개선 등을 확대해야 한다. 특히 냉방비 부담으로 적정한 실내 온도를 유지하기 어려운 저소득층 주거 환경 개선은 복지정책인 동시에 폭염대책이다.

 

다섯째, 폭염을 전력·의료·농업·소방·수자원까지 연결되는 복합재난으로 관리해야 한다. 장기 폭염은 냉방수요를 폭증시키고, 의료기관의 부담을 높이며, 농축산물 피해와 물 부족까지 초래한다. 부처별 대응을 넘어 국가 차원의 통합적인 폭염 위기관리 체계가 필요한 이유다.

 

양산의 42.5도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우리가 알고 있던 ‘한여름의 기준’이 무너지고 있다는 신호​다. 기후가 바뀌었는데 우리의 안전기준을 다시 한번 살펴봐야 한다. 폭염으로 사람이 쓰러진 뒤 병원으로 이송하는 것은 사후 대응이다. 진정한 폭염 안전정책은 사람이 쓰러지기 전에 작업을 멈추게 하고, 가장 위험한 사람을 먼저 찾아 보호하며, 도시와 건물 자체의 온도를 낮추는 데서 시작한다.

 

이제 폭염은 ‘견뎌야 할 여름 날씨’가 아니다. 국가가 관리해야 할 안전 위험이다. 42.5도를 기록한 양산의 여름은 우리에게 기후가 변했다는 사실보다 더 중요한 것을 묻고 있다. 달라진 기후에서도 사람이 죽지 않는 사회를 만들 준비가 되어 있는가. 폭염이 일상이 되어가는 시대, 국민에게 더위를 견디라고 요구하는 사회가 아니라 더위로부터 국민을 보호하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국가안전 정책의 새로운 기준이 되어야 한다.

 

김승배 한국자연재난협회 본부장·전 기상청 대변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