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는 요즘 도시락 걱정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고3 딸이 방학 기간 관리형 스터디카페를 다니는데 점심과 저녁을 모두 식당에서 사 먹기가 부담스럽다고 해서다. 아침 일찍부터 음식을 만드는 것도 번거롭지만 영양과 상함 정도를 감안해 어떤 음식을 싸줄지도 골치 아프다고 했다. 새삼 딸이 “너무 맛있어서 두 번이나 받아 먹었어”라고 ‘엄지척’한 학교급식의 소중함을 절감했다.
친환경 무상급식비 등의 재원인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편 여부를 놓고 교육 당국과 예산 당국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교부금 개편론의 핵심 근거는 학령인구 감소다. 초·중·고교생은 2016년 588만명에서 2025년 502만명으로 14.8%(87만명) 줄었는데 교부금은 같은 기간 43조2000억원에서 70조3000억원으로 62.7%(27조1000억원) 늘어 국가재정 운용 효율성을 크게 저해한다는 것이다.
기획예산처는 교부금 산정 방식을 현행 내국세의 20.79% 연동제에서 최근 3개년 평균 경제성장률과 학령인구 변화율 등을 반영하는 쪽으로 바꾸자고 제안한 상황이다. 이 같은 개편 주장은 일견 타당해 보인다. 학생 수는 급감한다는데 학교 수는 그대로인 계량적 수치와 시·도교육감 후보들의 현금살포성 공약, 무엇보다 ‘초중등 교육은 왜 아직도 이 모양이냐’라는 불만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듯싶다.
그런데 교부금 개편과 학령인구 감소를 연계하는 것은 너무 경제 논리에 치우친 것 아닌가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우선 교부금을 줄이려면 학생뿐 아니라 학교, 학급, 교원이 함께 줄었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교부금의 73%가량은 교직원 인건비(58.4%)와 학교 신·증설 등 교육환경 개선(14.3%) 등 경직성 경비다. 학교는 지난 10년간 308개교 늘었고 학급 역시 386개실 늘었다. 교원은 2016∼2025년 비교과 교사 중심으로 9000명 더 늘고 급식노동자 등 교육공무직도 3만7000명 늘었다.
교부금을 줄이면 지지부진하다는 학교 통폐합을 가속화할 수 있을까. 농산어촌의 소규모 학교는 지역소멸과 직결돼 있어 쉽게 없앨 수 없다. 신도시 조성과 같은 학교 신설 수요는 여전한 상황이다. 학급을 줄이기도 뭣하다. 2024년 기준 학급당 학생 수는 22∼24명 수준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20.6∼22.8명)보다 많다. 예전처럼 ‘콩나물시루’로 돌아가야 하나.
교원 역시 마찬가지다. 국어와 수학, 영어 등 교과 교사는 연평균 1640명 줄었지만 유치원·특수·보건·상담 등 비교과 교사는 점차 늘려가는 추세다. 물가상승률과 호봉제, 처우개선 등으로 인건비는 매년 2조5000억원씩 증가하고 있다.
교육 관련 정부출연연구기관장은 최근 ‘교육계가 그간의 막대한 교육재정 투입으로 어떤 성과를 냈는지 설명해야 한다’는 취지의 인터뷰를 했다. 왜 성과가 없는가. 여름 찜질방, 겨울 냉동고였던 교실은 냉난방기와 공기청정기가 들어섰고, 학생들이 담당했던 교실 청소는 환경미화원이, 교사·학부모들이 맡던 등·하굣길 안내는 통학안전도우미가 담당하고 있다. 연 4조원이 투입되는 친환경 무상급식이 도입됐고 방과후학교나 돌봄교실, 정신건강상담 등이 시행 중이다.
일각에서는 초·중등교육에 대한 정부재원이 OECD 평균 수준에 도달했고 내년 반도체 호황으로 교부금이 100조원에 육박하는 만큼 교부금을 그간 투자가 열악했던 영유아나 고등교육 분야로 돌려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이미 교부금에서 누리과정비를 지원하고 있으며 사립대가 태반인 대학에 지원금을 주려면 별도 교부금을 만들거나 부처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1990년대 한국 사회는 ‘교육재정 GNP(국민총생산) 5% 확보’를 요구했다. 2026년 현재 교부금 포함 교육재정(공교육비)이 딱 GDP(국내총생산)의 5.6% 수준이다. 국가가 경기변동이나 정치상황과 관계없이 교육재정을 내국세와 연동해 안정적으로 교육에 투자하자는 교부금제가 본격 시행된 게 1982년이다. 엄혹한 군부독재 시절 국민적 공감대로 마련한 안정적 교육 투자 및 교육 자치 원칙이 늘어난 세수와 가시적인 성과 미비라는 정치·경제적 이유로 흔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