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에 돼지고기를 납품하는 업체 6곳이 수년간 1조원이 넘는 규모의 가격 담합을 벌이다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의 담합은 이마트 돼지고기 가격을 최소 20% 인상시키며 실제 소비자 물가에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이정호)는 4일 육가공·판매업체 6곳과 임직원 12명을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2017년 8월∼2023년 11월 이마트에 돼지고기를 납품하면서 사전에 견적 가격을 합의하거나 마트에 제출한 견적 가격 정보를 매주 교환하는 방식으로 담합을 벌였다.
검찰은 지난 4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대성실업, 대전충남양돈축산업협동조합, 부경양돈협동조합, 디허스코리아(옛 CJ피드앤케어), 도드람푸드, 보담 총 6개 법인에 대한 고발장을 접수하고 이번 수사에 착수했다.
가격 담합이 가능했던 건 매주 업체에서 이마트 쪽에 입찰가를 제안하는 방식 때문이다. 검찰에 따르면 업체들은 2017년 이마트가 가격 경쟁을 유도하면서 각 업체가 낸 견적 가격을 공개하지 않자 담합을 도모했다.
업체 영업팀장 등 범행을 주도한 임직원들은 이마트에 자신들이 제시한 가격을 사전에 공유한 뒤 최저선을 조율했다. 담당자가 변경된 이후에도 후임자를 소개해주는 등의 방법으로 담합 체계를 유지했다. 공정위가 법 개정에 나서는 등 단속을 강화하자 텔레그램 단체 비밀 대화방을 개설해 담합을 추진했다.
증거 인멸도 벌였다. 한 업체의 법무팀은 2023년 공정위가 담합에 대한 현장 조사에 나서자 내부 임직원에게 내부 회의록, 대화 내역 등 증거를 삭제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이들이 공정위 조사를 방해했다고 보고 범행을 주도한 임직원 4명을 기소했다. 2021년 가격정보 교환 행위를 새로운 담합 유형으로 규율하도록 개정된 공정거래법이 시행된 이후 첫 기소 사례다.
가격 담합은 소비자 부담으로 이어졌다. 조사 결과 9개 업체가 담합을 해 이마트에 납품한 돼지고기의 총금액은 1조2000억원에 달했다. 업체 3곳은 공정위 조사 협조를 이유로 면책됐다. 2023년 11월 담합 행위 적발 이후인 2024년 돼지고기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대비 약 1.9%, 돼지고기 도매가격은 ㎏당 105원 올랐지만 대형마트에서는 전년 동기 대비 25.5% 하락했다.
업체들의 담합이 와해되면서 대형마트 판매가격은 오히려 내려간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담합으로 취한 부당 이득 규모를 정확히 산정할 수는 없지만 약 1800억원 규모”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