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성(사진)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형사소송법 개정에 따른 국민적 우려에 “조직의 명운을 걸고 철저히 준비하겠다”며 “분골쇄신(粉骨碎身·목숨을 아끼지 않고 있는 힘을 다함)의 각오”를 강조했다.
유 직무대행은 4일 전국 경찰지휘부 화상회의를 열고 “많은 국민들께서 경찰 수사의 공정성과 신속성, 범죄 피해자에 대한 실질적 보호, 경찰의 비대화 등에 걱정하고 계신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경찰 지휘부는 이날 회의에서 경찰 수사과정에서의 비리 경찰관에 대한 감시와 처벌을 강화하겠다고 뜻을 모았다. 특히 주요 비리 경찰은 수사부서에 근무하지 못하도록 하는 제도를 추진하기로 했다. 외부 민간위원 중심으로 구성된 경찰 수사 개혁위원회도 경찰 순환인사제 확대를 비롯해 경찰관 배우자 및 존·비속 상피제, 경찰수사 인권·감찰 조사기구 설치 등 경찰 통제방안들을 논의하고 있다.
유 직무대행은 “사건문의를 금지하고 사건청탁은 직무 고발을 원칙으로 강력하게 조치해 전관예우에 대한 우려도 확실히 끊어내겠다”며 “사건 암장과 왜곡, 수사권 남용이 경찰에 발붙일 수 없도록 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찰은 공소청 검사와 협의를 강화해 수사 완결성도 높인다는 방침이다. 모든 수사 과정은 기록으로 남기고 단계별 사건 통지는 국민에 공개하게 된다. 공소시효가 임박한 모든 사건은 3개월 전부터 공소청과 협의해 신속하게 처리할 계획이다.
범죄 피해자는 경찰 수사에 대한 정보를 제공받고 직접 의견을 개진할 수 있게 된다. 경찰은 스토킹·아동학대 등 사회적 약자 대상 사건 처리 전반의 완결성을 높이고, 보완수사 요구 증가 등 형소법 개정에 따른 변화에 대비하기 위해 필요한 수사 인력과 예산을 관계부처와 협의할 계획이다.
이번 형소법 개정에 따라 국가수사본부장 등 치안감 이상 경찰 지휘부에게는 사법경찰관 지위가 부여된다. 1954년 형소법 제정부터 현재까지 사법경찰관은 경위~경무관 계급까지로 규정하고 있었으나, 이를 윗선까지 확대한 것이다. 형소법 제정 당시 경찰 수장은 내무부 내 치안국장으로 당시 계급이 경무관이었다. 1969년 경찰공무법이 시행되면서 치안총감까지 계급이 확대됐으나 형소법에는 반영되지 못했다.
경찰은 기존 형소법과 경찰법상 수사에 대한 해석의 충돌 여지가 있어 이를 명확히 조율했다는 입장이다. 경찰법은 경찰 지휘부가 ‘수사지휘’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기존 형소법에는 지휘부가 사법경찰이 아니어서 수사지휘를 할 수 있냐는 논란이 있었다. 경찰청 관계자는 “경찰 지휘부가 수사지휘를 하는 기존 체계가 달라지는 것은 없다”며 “중대범죄수사청장도 사법경찰관인데 이 조항과 형평성을 고려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이날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형소법 개정법 등 관련법이 10월2일부터 시행되면 검찰청이 폐지되고 후신 격인 공소청이 출범해 모든 사건은 사법경찰관(경찰·중대범죄수사청)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수사한다. 고소·고발 대부분은 경찰이 접수하며, 공소청에 직접 고소·고발장을 제출해 사건 처리를 요구할 수 없게 됐다. 검사는 보완수사를 포함한 직접 수사를 아예 할 수 없고 경찰에 보완수사 요구만 할 수 있다. 피의자·참고인 조사나 증거수집도 불가하다.
경찰은 1개월 안에 보완수사를 마친 뒤 검사에게 그 결과를 알려야 하며 수사 기간을 필요에 따라 최대 1개월 연장할 수 있다. 경찰이 범죄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사건을 불송치한 경우에는 고소인 등이 3개월 이내에 이의신청을 하고 공소청 검사가 이를 검토하도록 했다. 고소인, 피해자, 법정대리인 외에 무고죄 등 직접 이해관계를 가져 범죄 피해자에 준하는 고발인도 대통령령이 정하는 범위에서 이의를 신청할 수 있다. 경찰 수사가 정당한 이유 없이 6개월 이상 지연되거나 위법·부당하게 이뤄진 경우에도 경찰이나 검사에게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