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진 가운데 전북에서 온열질환으로 추정되는 사망 사례가 잇따르면서 전북도가 최고 수준의 폭염 대응체계를 가동하고 취약계층 보호와 현장 안전관리를 대폭 강화했다.
4일 전북도에 따르면 완주군 봉동읍에서는 전날 오후 2시50분쯤 주민 A(97·여)씨가 자신의 텃밭에 쓰러져 있는 것을 아들이 발견해 119에 의해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다. 당시 A씨의 의식은 불안정했고, 체온이 41.6도까지 치솟았으며 햇볕에 노출된 몸은 1∼2도의 화상까지 입은 상태였다. 그는 병원에서 열사병 진단을 받고 치료받았지만 다음 날 오전 끝내 숨졌다.
또 인근 동상면에 사는 또 다른 주민 B(82)씨도 같은 날 오후 1시19분쯤 도로에 쓰러져 있는 것을 한 주민이 발견해 119에 신고했다. 구급대가 출동할 당시 B씨의 체온은 41.1도로 열사병 증상을 보여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결국 숨졌다. 경찰 조사 결과 그는 사륜 오토바이를 타고 가다 보호난간을 추돌한 뒤 오토바이를 수리하다 도로에 쓰러졌고, 찰과상과 함께 폭염에 장시간 노출돼 화상을 입은 것으로 파악됐다.
두 사례 모두 질병관리청의 최종 심의를 거쳐 폭염 사망 여부가 확정될 예정이다.
질병관리청의 2일 기준 집계 결과 올해 전북 지역 온열질환자는 131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70명보다 39명(22.9%) 감소했다. 그러나 사망자는 3명으로 지난해 1명보다 늘어 폭염에 따른 인명피해 우려가 더 커지고 있다. 전국적으로는 온열질환자 2029명과 사망자 17명이 발생했다.
도내 온열질환 유형은 열탈진이 89명으로 가장 많았고, 열사병 18명, 열실신 13명, 열경련 11명 순으로 집계됐다. 발생 장소는 논·밭 등 야외가 108명으로 대부분을 차지했으며, 연령별로는 65세 이상이 58명으로 고령층 피해가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폭염에 따른 축산 피해도 심각하다. 올해 도내에서는 가축 10만5566마리가 폐사했으며 전국 피해는 49만3497마리로 집계됐다. 이는 전국 축산 피해의 21.4%가량을 차지할 정도로 큰 피해 규모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날 전주시에 도내 최초로 폭염 중대경보가 발효됨에 따라 전북도는 재난안전대책본부를 즉시 가동하고 시·군과 관계 기관에 특별 지시 사항을 긴급 전파했다. 폭염 중대경보는 하루 이상 최고 체감온도 38도 이상 또는 최고기온 39도 이상이 예상될 때 발령되는 최고 단계의 대응체계로 인명피해 위험이 매우 높은 단계다.
도는 홀몸 노인 등 취약 계층에 대한 생활지원사의 안전 확인을 확대하고, 노숙인에 대해서도 종합지원센터를 통한 현장 예찰과 안전 확인을 강화하기로 했다.
농업 분야에서는 낮 시간대 농작업 중지와 충분한 휴식을 적극 안내하고 온열질환 예방 요원을 활용한 현장 점검을 강화한다. 건설 현장 등 취약 사업장에 대해서는 2시간마다 20분 이상 휴식 보장 의무 준수 여부를 집중 점검하고 긴급조치를 제외한 야외 작업은 중지하도록 권고할 계획이다.
또 야외 공연과 축제는 일정 조정을 적극 검토하도록 권고하고, 시·군 및 관계 기관과 협력해 폭염 국민행동요령을 집중 홍보하고 있다. 어지럼증이나 두통 등 온열질환 증상이 나타날 땐 즉시 119에 신고하고 시원한 장소에서 응급조치를 받을 것도 당부했다.
이원택 전북도지사는 “폭염 중대경보는 단순한 무더위가 아니라 도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재난”이라며 “어르신과 농업인, 야외 근로자 등 취약 계층의 안전 확보에 모든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