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 호프집에서 주문하던 생맥주 한 잔. 현행법대로라면 내년부터 이 한 잔에 붙는 출고 단계 세금이 지금보다 약 127원 늘어난다.
그렇다고 호프집 생맥주 가격이 곧바로 127원 오른다는 뜻은 아니다. 제조장에서 반출할 때 붙는 주세와 교육세, 부가가치세를 합친 세 부담이 그만큼 커진다는 의미다.
2020년 맥주 과세체계 개편 당시 생맥주의 급격한 세 부담 증가를 막기 위해 도입한 ‘주세 20% 경감’이 올해 말 종료되면서다.
4일 재정경제부의 ‘2026년 세제개편안’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12월31일 끝나는 생맥주 주세율 한시 경감제도를 추가로 연장하지 않기로 했다. 제도 도입 당시의 세 부담 완화 목적이 달성됐다는 판단에서다.
현재 주세법은 별도의 추출장치를 사용하는 8ℓ 이상 용기에 담아 판매하는 맥주에 일반 맥주 세율의 80%를 적용하고 있다.
일반 맥주 주세는 1㎘당 88만5700원이다. 여기에 80%를 적용하고 100원 미만을 버리면 생맥주 세율은 70만8500원이 된다.
별도의 연장 입법이 없다면 내년 1월1일부터 생맥주에도 일반 맥주와 같은 1㎘당 88만5700원의 주세가 적용된다. 주세만 1㎘당 17만7200원 늘어나는 셈이다.
500㎖ 한 잔으로 환산하면 주세 증가분은 88.6원이다. 여기에 주세의 30%인 교육세와 늘어난 주세·교육세에 붙는 부가가치세 38.1원을 더하면 전체 세 부담 증가분은 126.7원이다. 반올림하면 127원이다.
20ℓ짜리 생맥주 케그 한 통으로 계산하면 세금이 약 5068원 늘어난다. 편의상 약 5100원으로 볼 수 있다. 생맥주에만 별도의 경감세율을 적용한 배경은 202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맥주 과세 방식이 가격을 기준으로 세금을 매기던 ‘종가세’에서 출고량에 따라 세금을 부과하는 ‘종량세’로 바뀌었다.
종가세 아래에서는 출고가격이 낮으면 세금도 적었다. 생맥주는 병이나 캔 대신 대용량 케그를 사용하고 용기를 회수해 다시 쓰는 경우가 많아 포장·용기 비용이 상대적으로 적었다. 그만큼 출고가격과 과세표준도 병·캔맥주보다 낮았다.
종량세가 도입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포장 방식이나 출고가격과 관계없이 같은 양의 맥주에는 동일한 세금이 붙게 됐다. 별도의 보완책이 없으면 생맥주의 세 부담이 상대적으로 크게 뛰는 구조였다.
정부가 종량세 시행과 동시에 생맥주에 일반 맥주 세율의 80%만 적용하는 완충장치를 마련한 이유다.
당초 2021년 말까지 한시적으로 운영할 예정이었지만, 소상공인 지원과 주류가격 안정을 이유로 두 차례 연장됐다. 2020년부터 올해까지 7년간 이어진 셈이다.
관건은 늘어난 세금이 소비자가격에 얼마나 반영되느냐다.
500㎖당 세금이 127원 늘어난다고 해서 호프집 메뉴판 가격도 정확히 127원 오르는 것은 아니다. 제조사가 세 부담을 얼마나 흡수할지, 출고가격을 조정할지, 도매상과 음식점이 어느 정도를 나눠 부담할지에 따라 최종 가격이 달라진다.
최근 원재료비와 인건비, 임차료 등이 함께 오른 상황에서 세금까지 추가되면 주점과 음식점의 가격 인상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외식 메뉴 가격은 통상 100원 단위보다 500원이나 1000원 단위로 움직인다. 세금 증가분과 실제 판매가격 인상 폭이 일치한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이유다.
현행법대로라면 내년부터 생맥주에 붙는 출고 단계 세금은 오른다. 퇴근길 생맥주 한 잔 값까지 얼마나 움직일지는 제조사와 유통업체, 호프집이 늘어난 부담을 어떻게 나눠지느냐에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