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들어가는 냉장고라는 기발한 발상이 기록적인 폭염 속에서 실제 산업현장의 폭염 대응 설비로 수요를 넓히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4일(현지시간) 일본 산업용품 업체 트러스코 나카야마가 지난 4월 출시한 1인용 냉각 부스 ‘도히에몬 박스’가 대당 150만엔(약 1360만원)에 이르는 가격에도 제철소와 건설 현장, 골프장, 대학 등을 중심으로 약 200대 팔렸다고 보도했다.
이른바 ‘인간 냉장고’로 불리는 이 제품은 공장이나 야외 작업장 전체를 냉방하는 대신, 더위에 지친 사람 한 명이 안에 들어가 짧은 시간 몸의 열을 식히도록 만들어졌다. 높이 약 2m, 너비 93㎝, 깊이 1.2m 크기의 부스 안에는 의자 한 개가 설치돼 있다. 이용자가 부스 안에 들어가 문을 닫으면 머리와 목, 어깨, 등 쪽으로 차가운 바람이 나온다. 부스 내부 온도는 약 15도로 유지되며 냉풍 온도는 약 5도까지 낮아진다. 무게는 약 293㎏이지만 바퀴가 달려 있어 공장이나 건설 현장 안에서 이동할 수 있다.
트러스코 상품사업부의 마쓰바라 후미아키 총괄책임자는 “휴식 공간을 제공한다기보다 더위로 인한 증상이 심각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장비를 제공한다는 개념에 가깝다”고 말했다. 장시간 머물며 더위를 피하는 휴게실이나 에어컨을 대신하기보다는 열에 노출된 근로자가 짧은 시간 몸을 식히도록 만든 응급 냉각 공간이라는 설명이다.
트러스코는 최근 구마모토현에서 지진이 발생한 뒤 냉방이 충분하지 않은 대피소에도 이 제품을 보냈다. 별도의 전기 공사 없이도 일본의 일반 가정용 100볼트(V) 전원에 연결해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회사는 앞으로 쇼핑몰이나 여름 축제처럼 많은 사람이 모이지만 냉방시설을 설치하기 어려운 장소에서도 수요가 생길 것으로 보고 있다. 마쓰바라 총괄책임자는 미국과 독일에서도 제품에 대한 문의가 들어오고 있다며 “최근 몇 년간 회사의 작업장용 냉방제품 수요가 해마다 약 두 배로 늘었다”고 밝혔다.
해당 제품이 등장한 배경에는 일본을 덮친 기록적인 폭염과 강화된 산업현장 안전 규제가 있다. 일본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달 중순과 하순 서일본의 평균기온은 각각 관련 통계가 시작된 1946년 이후 가장 높았다. 일본에서는 사상 처음으로 닷새 연속 최고기온이 40도 이상인 ‘혹서일’을 기록한 지역도 나왔다.
일본에서는 지난해 6월부터 일정한 고온 환경에서 장시간 작업할 경우 사업주가 열사병 의심 근로자를 신속히 보고할 체계와 대응 절차를 마련하고 이를 근로자들에게 알리도록 관련 규정이 강화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