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 교수의 ‘아름다운 퇴장’… 대학 헬스장 싹 바꾸다

한국기술교육대 김재우 前 교수
28년간 발전기금 5000만원 모아
대학 떠나며 운동기구 24대 기증
“학생들 에너지 넘치는 공간 기대”

정년 퇴임한 교수의 5000만원 기부가 한국기술교육대학교 헬스장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학생들을 위한 마지막 선물이었다.

 

최근 충남 천안 기술대학교 헬스장에 스미스 머신과 케이블 머신부터 인클라인 벤치, 스텝밀인 이른바 ‘천국의 계단’, 무동력 트레드밀까지 전에는 없었던 최신 운동기구들이 줄줄이 들어섰다. 새로 설치된 운동기구만 15종 24대. 헬스장 전체 운동기구의 절반가량이 한꺼번에 바뀌었다.

 

김재우 전 교양학부 교수가 헬스장에서 자신의 기부로 새로 들여온 운동기구들을 확인하는 모습.

 

메카트로닉스공학부 4학년 김찬욱 씨는 “서포티드 머신과 스미스 머신, 케이블 등 운동할 때 꼭 필요했던 기구들이 대거 추가됐다”며 “이제 원하는 운동을 마음껏 할 수 있게 됐다”고 반겼다.

 

100평 규모의 대학 헬스장을 이렇게 바꿔놓은 주인공은 대학도, 기업도 아인 지난 2월 정년퇴임하고 학교를 떠난 김재우 전 교양학부 교수다. 새 운동기구를 구입하는 데 들어간 비용은 5000만원. 전액 김 전 교수가 대학에 기부한 발전기금에서 나왔다.

 

그가 5000만원을 마련한 과정에는 특별한 사연도 담겨 있다.

 

1998년 한국기술교육대에 부임한 김 전 교수는 재직하면서 급여공제 방식으로 조금씩 대학 발전기금을 기부해 왔다. 지난해에는 고인이 된 부모의 이름으로 1000만원, 장인·장모의 이름으로 또 1000만원을 보태는 등 가족의 이름까지 기부에 담았다.

 

그렇게 차곡차곡 쌓인 돈이 5000만원이 됐다.

 

퇴임을 앞둔 김 전 교수는 이 돈을 어디에 사용할지도 직접 정했다. 연구시설이나 강의실이 아니었다. 학생들이 땀 흘리며 운동하는 헬스장이었다.

 

한국기술교육대 헬스장은 2013년 실내체육관 건립과 함께 문을 열었지만 10년 넘게 사용하면서 운동기구 노후화가 진행됐다. 특히 러닝머신 등이 자주 고장 나면서 학생들의 불편과 시설 개선 요구가 이어졌다.

 

김 전 교수는 자신이 떠난 뒤에도 학생들이 오랫동안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곳에 기부금이 쓰이기를 원했고, 대학은 그의 뜻에 따라 여름방학을 이용해 운동기구를 대거 교체했다.

 

학생들에게는 뜻밖의 ‘퇴임 선물’이 됐다.

 

경영학부 4학년 우지영 씨는 “항상 인자하고 열정적인 모습으로 학생들에게 다양한 스포츠를 가르쳐주셨던 교수님”이라며 “퇴임하신 뒤에도 학생들을 위해 이런 호의를 베풀어주셨다는 것이 존경스럽다”고 말했다.

 

새롭게 단장한 한국기술교육대 헬스장에서 운동을 하고 있는 학생들.

 

김 전 교수에게도 새롭게 변한 헬스장은 남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그는 “헬스장이 새롭게 단장되고 최신 기구로 채워진 모습을 보니 감회가 새롭고 가슴이 뭉클하다”며 “학생들이 학업과 연구, 취업 준비로 지친 일상에서 건강한 몸과 마음을 다질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기부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이곳이 단순히 운동하는 장소를 넘어 학생들의 열정과 에너지가 넘쳐나는 공간으로 거듭났으면 한다”며 “학생들이 더욱 건강하고 멋지게 성장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 전 교수와 한국기술교육대의 인연은 1998년부터 시작됐다.

 

재직 기간 학생처장을 두 차례 맡았고 생활협동조합 이사장 2회, 취업처장, 생활관장 4회 등을 거치며 모두 15년간 보직교수로 활동했다. 교수협의회장을 맡아 대학 구성원 사이의 소통에도 힘썼다.

 

28년 가까이 몸담았던 대학을 떠나면서 그가 선택한 마지막 인사는 거창한 기념물이 아니었다. 학생들이 매일 찾아와 땀 흘리고 건강을 키울 수 있는 운동기구 24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