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살면서 흥미롭게 여긴 것 중 하나는 ‘대신해 줄 사람’을 구하는 다양한 서비스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드라마 속 이야기인 줄 알았지만, 알고 보니 현실에서도 비슷한 사례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한국 사회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것 같아 늘 관심 있게 바라보게 된다.
얼마 전 드라마를 보다가 인상적인 장면을 봤다. 초등학교 운동회에 학부모가 함께 참가해야 하는데, 한부모 가정의 아버지가 어머니 역할을 대신해 줄 사람을 구하는 내용이었다. 운동회가 끝난 뒤 아버지는 그 사람에게 사례비를 건넸고, 필요할 때마다 비슷한 도움을 요청하는 것으로 묘사됐다. 이와 비슷한 사례는 생각보다 많다. 연인과 벚꽃 구경을 하고 싶지만, 함께 갈 사람이 없는 경우 남자 친구나 여자 친구 역할을 해 주는 서비스가 있다고 한다. 결혼식 하객이 부족할 때 하객으로 대신 참석해 주는 서비스도 있다. 결혼을 재촉하는 부모를 안심시키기 위해 임시로 연인을 소개하는 경우나,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이야기를 들어 줄 친구를 구하는 사례도 있다고 한다.
알툰 하미데 큐브라 남서울대학교 조교수
사람을 대신 구하는 문화는 인간관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식당이나 카페가 인기가 많은 것처럼 보이기 위해 줄을 서 줄 사람을 고용하는 예도 있다고 들었다. 반대로 실제로 인기가 많은 맛집이나 유명 빵집에서는 긴 대기 줄을 대신 서 주는 서비스도 존재한다. 이 밖에도 내가 알지 못하는 다양한 형태의 대행 서비스가 더 있을 것이다.
내가 태어나고 자란 튀르키예에는 적어도 내가 아는 범위 내에서는 이런 문화가 거의 없다. 그래서 처음에는 매우 신기했다. 어떤 경우에는 “한국 사람들은 정말 실용적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필요한 일이 있으면 돈을 내고 해결하는 방식이 합리적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혹시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너무 의식하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다. 물론 튀르키예 사람들이 타인의 시선을 전혀 신경 쓰지 않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내 경험으로는 그렇지 않다. 우리 어머니만 해도 누구보다 주변의 평가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분이다. 어릴 때 편한 옷을 입고 외출하려 하면 “사람들이 안 좋게 볼 수 있으니 단정하게 입어라”라는 말을 자주 들었다. 집 안 청소에도 매우 열심이었는데, 외출하기 전에도 집이 깨끗해야 마음이 놓인다고 하셨다. 혹시라도 다른 사람들이 갑자기 방문하면 우리 가족을 좋지 않게 평가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친척이나 지인들에게도 비슷한 이야기를 자주 들었다. 나 역시 때로는 그런 시선이 부담스럽게 느껴졌다.
가끔 한국의 이런 대행 서비스 이야기를 튀르키예의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전하면 대부분 놀란다. 특히 인간관계를 대신해 주는 서비스는 상상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튀르키예 사람들은 대체로 주변 사람들의 일에 관심이 많은 편이라 결국 진실이 드러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반면 맛집 줄을 대신 서 주는 서비스에 대해서는 “그건 있으면 좋겠다”라며 웃기도 한다.
한국의 다양한 대행 서비스는 바쁜 현대 사회가 만들어 낸 새로운 문화일지도 모른다. 누군가에게는 효율적인 해결책이고, 누군가에게는 인간관계의 빈자리를 보여 주는 현상일 수 있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우리는 생각보다 다른 사람의 시선을 많이 의식하며 살아간다. 그러나 정작 사람들은 남의 일에 오래 관심을 두지 않는다. 오늘 했던 생각도 내일이면 잊어버리기 마련이다. 한국에서 이런 문화를 보며 내가 다시 한번 깨달은 것은, 결국 타인의 시선보다 자신의 삶을 더 소중히 여기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