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전서 사드 80% 쓴 미군… 對中·러 억지력 약화 ‘경고등’

美 안보우산 ‘의구심’

지휘부 “미사일 재고 위험 수준”
우크라 주던 에이태큼스도 소진
美 방산 생산량, 수요 못 따라가

트럼프 “탄약량 많아” 정면반박
“호르무즈 개방 곧 합의” 자신도

미국의 핵심 미사일 재고가 이란전으로 바닥을 드러냈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방산업계 생산기반이 대규모 전시 수요를 감당하도록 설계되지 않아 재고를 단기간에 회복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더욱이 이로 인해 중국·북한·러시아에 대한 미군의 대응력도 크게 약화할 것이란 경고가 나온다.

미국 CNN 방송은 4일(현지시간) 미군이 이란전 과정에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요격미사일의 약 80%, 패트리엇 요격미사일의 약 50%를 소진했다고 보도했다. 사드는 탄도미사일 종말단계 요격 체계로, 패트리엇·SM-3·SM-6와 함께 미군의 다층 방어망을 이루는 핵심 전력이다. 보도에 따르면 미군 고위 지휘부는 국방부의 미사일 비축량이 “위험할 정도로 낮은 수준”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사드 요격 미사일 발사대. AP연합뉴스

로이터도 이날 미 육군이 에이태큼스(ATACMS)와 그 후속 무기인 정밀타격미사일(PrSM·프리즘) 재고를 “거의 전부를 소진했다”고 전했다. 에이태큼스는 적 지휘소·방공망·병참기지 등을 타격하는 장거리 정밀타격 미사일로 우크라이나에도 지원했던 무기다. 현재 미군은 에이태큼스를 단계적으로 퇴역시키고 사거리와 살상력이 더 뛰어난 프리즘으로 전환하는 중인데, 최근의 전쟁으로 신구 세대 무기가 동시에 바닥을 드러낸 셈이다. 로이터는 “정밀한 장거리 미사일이 극적으로 감소한 상황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에 대한 대규모 공격을 재개할 경우, 위험한 유인 폭격 임무에 더 의존해야 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미군의 미사일 재고 부족 문제는 이란에 대한 대규모 공습 직후부터 꾸준히 제기돼 왔다.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최근 보고서 ‘미국은 왜 탄약이 부족한가’에서 이란전이 직접적 계기이기는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냉전 이후 미국의 국방전략이 대규모 소모전을 상정하지 않았고, 방산업계의 생산기반 역시 최근과 같은 대규모 수요를 감당할 수 없다는 구조적 한계를 짚었다. 더 큰 문제는 미사일 재고 회복에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다. CSIS는 패트리엇·사드·프리즘처럼 절반 이상 소진된 핵심 무기체계들은 2∼3년의 공백기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군의 미사일 전력 저하는 향후 중국·러시아 같은 강대국과의 위기 상황에서 미군의 대응 능력을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 CSIS는 지난 5월 중국의 대만 침공을 가정한 워게임을 24차례 반복 시뮬레이션한 결과, 미군의 장거리 정밀타격 미사일이 단 8일 만에 고갈되는 결과가 나왔다는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다. 마크 캔시언 전 미 해병대 대령은 CNN에 “이란전이 계속되어 미사일 재고가 바닥나면 중국, 심지어 북한과의 전쟁 수행 능력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우려를 정면 반박했다. 그는 이날 폭스뉴스를 통해 “미국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 훨씬 많은 탄약을 보유하고 있고 우리가 필요한 것보다 훨씬 많다”면서 “우리 방산업체들은 지금 이 순간 사상 최대 규모로 탄약을 생산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란과 오만의 호르무즈해협 협상이 합의에 가까워진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 오만 간 호르무즈해협 항행 관련 협상에 관여하고 있다며 조만간 호르무즈해협이 개방될 것이라고 재차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이르면 5∼6일 합의안이 나올 것이라는 언론 보도에 대해 “그렇게 될 수 있다. 48시간 이내 알게 될 것”이라며 “대표단이 온종일 협상했으며 논의가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해협이 곧 열릴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이란에 경고했다.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도 CNBC 방송에 출연해 “오늘이나 내일 중으로 해협을 개방하고 이 분쟁을 좀 더 정상적 국면으로 이끌어갈 합의가 이뤄질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