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고 선암사로 가라/선암사 해우소로 가서 실컷 울어라/해우소에 쭈그리고 앉아 울고 있으면…/새들이 가슴 속으로 날아와 종소리를 울린다’. 시인 정호승의 시 ‘선암사’의 한 구절이다. 독일의 극작가 베르톨트 브레히트(1898∼1956)는 장편 희곡 ‘바알’에서 이렇게 적었다. ‘그가 이 지상에서 가장 좋아했던 곳은/언제나 화장실이었다/그곳은, 인간에게 만족을 주는 장소…/그곳은 분명, 혼자서도/첫날밤을 치른 사람처럼 행복할 수 있는, 경이로운 곳’.
‘근심과 걱정을 내려놓는 곳’이라는 뜻의 해우소(解憂所)는 사찰의 전통 화장실을 일컫는다.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한국전쟁 후 통도사 극락암의 경봉 스님(1892∼1982)이 처음 이 말을 썼다고 한다. 국가유산청은 영월 보덕사 해우소와 합천 해인사 국일암 해우소, 순천 선암사 측간을 ‘국가민속문화유산’으로 지정한다는 계획이다. 건립 후 100년 넘게 원래 자리와 형태를 지키고 있으며, 여전히 사용되고 있어 역사적 가치가 높다는 이유에서다. 세 곳 모두 문 없이 가슴 높이의 칸막이를 두는 개방형 구조인데, 눈높이에 가는 나무를 일정한 간격으로 세운 살창 덕분에 바람과 햇빛이 잘 통하고 안쪽은 적당히 가려준다. 세상 시름을 털어내고 위안을 얻을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