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도 돈이 있어야…데이트 한 번에 30만원, 경제난에 멀어지는 청년들

미국 Z세대 데이트 1회 평균 비용 200달러
소득 하위 25% 한국 청년, 연애 무관심 66.2%
집 데이트·산책 등 ‘저비용 데이트’ 뜨기도
한 커플이 데이트 비용 부담에 곤란해 하고 있는 모습. 생성형 인공지능(AI) 제미나이로 만든 이미지

 

약 30만원. 물가가 치솟고 있는 미국에서 청년들이 데이트 한 번 하는데 드는 금액이다. 한국에서도 소득이 낮을수록 연애 경험과 관심이 낮아지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경제적 부담이 청년들의 연애를 사치로 밀어내고 있는 것이다. 

 

◆ 데이트 한 번에 30만원 육박…썸 타기도 버거운 미국 청년층

 

미국에서 비싼 데이트 비용은 연애 시작의 장벽이 됐다. 지난 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보도된 BMO 금융그룹 조사에 따르면, 미국 Z세대가 데이트 1회에 쓰는 평균 금액은 200달러가 넘는다. 교통비와 의상, 외모를 꾸미는 비용까지 포함한 수치다.

 

특히 물가가 높은 뉴욕은 상징적인 사례로 제시된다. 저녁 식사 한 끼에 130달러, 칵테일 한 잔에 20달러, 공연 관람에 28달러가 든다. NYT는 뉴욕의 비싼 주거비에 데이트비까지 감당하는 것이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고 분석했다. 

 

이같은 현실을 반영하듯 지난 2월 브리검 영 대학이 전국 22~35세의 미혼 성인 5000여명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응답자 절반 이상이 데이트를 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로 경제적 어려움을 꼽았다. 결혼을 위한 재정적 기반 마련의 차원이 아닌 당장 진지한 관계를 탐색하기 위한 데이트 비용에서부터 경제적 부담이 작용하는 셈이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음료 마시기, 공원에서 피크닉하기, 별 보기 등 저비용 데이트가 떠오르고 있다. 조란 맘다니 뉴욕 시장도 미디어 업체 컴플렉스와의 인터뷰에서 “이 도시에서의 생활비는 너무 비싸지만 사랑하는 건 훨씬 더 비싸다”고 표현했다.

 

◆ 한국도 다르지 않다…소득 낮을수록 연애 횟수 적고 무관심

 

한국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데이터컨설팅 기업 PMI가 지난해 전국 만 20~49세 미혼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 응답자 71.7%가 현재 연애를 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연애 여부는 소득 수준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KBS가 지식스타트업 언더스코어에 의뢰해 한국·미국·스페인 3개국의 청년 2080명씩을 조사한 결과, 연애 경험 횟수와 소득의 상관관계가 한국에서 가장 명확하게 두드러졌다.

 

한국·미국·스페인 3개국의 ‘소득구간별 누적 연애 횟수’ 비교. 한국에서 가장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유튜브 채널 ‘KBS시사’ 캡처

 

3개국 모두 소득이 하위일 경우 누적 연애 횟수가 적은 것으로 드러났지만, 한국은 상위와 하위의 격차가 눈에 띄게 심했다. 소득이 높을수록 생애 전체 기간의 누적 연애 횟수가 많은 반면, 낮을수록 횟수가 확연히 적은 것이다.

 

소득은 ‘연애 무관심도’에도 영향을 미쳤다. 3일 주간경향 설문 결과에 따르면 한국 청년(18~39세 미혼 기준)의 소득 하위 25% 구간에서는 연애 무관심 비율이 66.2%였다. 반면 상위 25% 구간에서는 37.5%로 상대적으로 낮았다. 소득이 낮을수록 연애에 무관심한 비율이 뚜렷하게 높았다.

 

◆ 5~10만원도 부담…비용 때문에 연인과 헤어지기도

 

데이트 비용을 둘러싼 체감 부담도 수치로 확인된다. 지난 5월 소셜 데이팅앱 위피 운영사 엔라이즈가 2030 남녀 회원 148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데이트 비용 인식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10명 중 7명은 최근 1~2년 사이 데이트 비용 부담이 늘었다고 답했다. 비용 부담이 연애에 영향을 준다고 느끼는 응답자는 남성 75.8%, 여성 77.7%였다. 

 

적정한 데이트 비용과 실제 지출에는 간극이 존재했다. 비용 부담 없이 감당할 수 있는 적정 금액으로 남성의 42%, 여성의 39.1%가 3만~5만원을 꼽았다. 그러나 실제로는 남녀 모두 응답자의 과반수가 1회 데이트에 5만~10만원을 쓴다고 답했다.

 

비용 부담은 관계의 지속 여부에도 영향을 미쳤다. 같은 조사에서 데이트 비용 때문에 연애를 포기한 경험이 있다고 답한 비율은 남성 29.5%, 여성 38.6%였다.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실제 연인과 헤어졌다는 응답도 남성 8.6%, 여성 17.9%로 집계됐다.

 

비용을 아끼는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집에서 보내는 시간을 늘리거나 데이트 횟수 자체를 줄였다는 응답이 많았고, 남성은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비용을 내는 방식을, 여성은 장소마다 번갈아 계산하는 방식을 가장 선호했다.

 

한 커플이 동네 가게에서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데이트를 즐기는 모습. 게티이미지뱅크

 

이처럼 경제적 부담은 청년들의 연애 감소를 설명하는 주요 요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미국과 한국 모두 높은 생활비와 데이트 비용 등이 맞물리면서 연애는 개인의 감정만으로 시작하거나 이어가기 어려운 일이 되고 있다. 경제적 여건이 관계의 발전과 유지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현실이 통계로 확인되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