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곳곳에서 살인적 더위 소식이 잇따르던 지난 6월30일 일본 가나가와현 요코하마시 미나토미라이. 다이와하우스공업이 오피스빌딩과 미술관 등을 건설 중인 현장에 설치된 신체냉각시설에서 베트남 출신 노동자 쩐 죽 자이가 “1시간에 한 번은 이곳에 와서 쉬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동식 냉방기 등을 활용해 비닐 텐트 안에 시원한 공기를 불어 넣는 이 시설은 공사장 두세 개 층마다 1개씩 설치돼 현장 노동자들의 휴식 공간으로 이용되고 있었다. 옆에는 전해질 음료를 얼음과 액체가 섞인 형태로 만든 아이스 슬러리가 비치돼 있었다. 다이와 안전총괄부 시마다 미호 주임은 “작업 도중 오른 체온을 빠르게 식혀 열사병을 예방할 수 있도록 지난해부터 신체냉각시설 설치를 본격화했다”며 “다음 현장에도 꼭 다시 설치해 달라는 요청이 잇따를 정도로 노동자들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열사병 대책 나선 日 건설업계
◆4계절은 이제 옛말?
일본이 열사병 대책을 강화하는 것은 여름이 점점 혹독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평균기온이 지난 100년간 1.44도 올랐고, 지난해 6월과 7월에는 평년보다 각각 2.34도, 2.89도 높아 1898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최고치를 나타냈다. 도쿄 등 주요 도시의 낮 최고기온이 35도를 웃돈 날은 2020년에 비해 약 2배로 늘었다.
다치바나 요시히로 미에대 대학원 교수는 “지난해에는 해수면 온도의 비정상적 상승으로 일본 열도가 마치 토스터 속 식빵처럼 데워졌다”며 “1982년부터 2023년까지 42년간 기상 자료 분석에서는 일본의 여름이 21.4일 길어진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봄·가을이 점점 짧아지고 여름·겨울만 남는 ‘이계’(二季)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일 평균기온이 연중 가장 낮은 날과 가장 높은 날 사이에서 상위 25%에 속하는 날을 여름으로 분류했는데, 2024년 여름은 총 133일이었다. 1년의 3분의 1 이상이 여름이었던 셈이다.
닛케이는 미국 해양대기청(NOAA) 자료를 토대로 2020∼2025년 세계 각 도시 기후를 분석한 결과 7·8월 도쿄의 최고기온과 습도가 태국 방콕, 싱가포르와 유사해졌다고 보도했다. 2000년대, 2010년대와 비교해 기온·습도 모두 상승해 ‘열대화’가 뚜렷했다.
일본 기상청은 올해부터 최고기온이 40도를 넘는 날을 ‘혹서일’(酷暑日)이라고 부른다. 지금까지의 ‘여름날’(夏日·25도 이상), ‘한여름날’(眞夏日·30도 이상), ‘맹서일’(猛暑日·35도 이상) 3분류로는 여름 더위를 정확히 구분하기 어려워져서다. 기온 상승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적극적인 온열질환 대응을 유도하기 위한 의도도 담겼다. 가네코 야쓰시 국토교통상은 “위험을 느낄 정도의 혹독한 더위를 정확히 알리기 위해 새 명칭을 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태평양에서 해수면 온도가 높은 상태가 지속되는 ‘엘니뇨 현상’이 2년 만에 다시 찾아온 올해 역시 기록적인 무더위이다. 지난 3일까지 혹서일이 발생한 지역은 모두 34곳으로 지난해 30곳을 넘어섰다. 지난달 중순과 하순 평균기온은 평년 대비 각각 2.9도, 2.5도 높아 1946년 통계 작성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총무성 소방청에 따르면 올해 5월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응급 이송된 열사병 환자는 모두 5만2201명이었고, 이 중 79명이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사망이 확인됐다.
◆폭염이 바꿔놓은 풍경
살인적인 여름 더위는 일본 사회 풍경도 바꿔놓고 있다. 뙤약볕 아래 효고현 한신고시엔구장에서 청춘들이 흘리는 땀이 ‘낭만’으로 그려지곤 했던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가 대표적이다. 가장 더운 시간대를 피해 오전 두 경기, 오후 두 경기를 진행하는 2부제가 2024년 처음 도입됐고, 지난해부터는 개회식을 오후 늦은 시간대에 열고 있다.
올해는 2부제 실시일을 더 늘렸고 하루 4경기를 2부제로 진행할 경우 오전 한 경기, 오후 세 경기를 치르는 방식으로 변경했다. 경기 후반으로 갈수록 햇볕이 뜨거워지는 오전 제2경기 때 열사병 의심 환자가 가장 많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일본우편은 올해부터 열사병 특별경계경보가 발령된 지역에서 오토바이, 3륜차, 자전거, 도보 등을 통한 배달 및 수거 업무는 못 하도록 했다. 일본우편 관계자는 “올 초부터 검토된 것”이라며 “다소 지연은 어쩔 수 없고, 직원 생명을 지키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임원들도 판단했다”고 말했다.
홋카이도 후카와시는 오전부터 진행하던 여름 축제를 저녁 시간대로 변경했다. 지난해 7월 평균 최고기온이 29.1도를 기록, 10년 새 4도나 상승할 정도로 더워졌기 때문이다.
도쿄도청처럼 남성 직원도 사무실 내에서 반바지를 입을 수 있도록 하는 직장이 늘면서 덩달아 제모기 판매량도 급증했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웨더뉴스 설문조사에서 ‘양산을 사용하고 있다’는 남성은 2019년 4%에 불과했는데, 올해는 15%로 증가했다. 냉각수건 등 다른 상품도 인기다. 반도체 냉각 방식 조끼 등을 만드는 작업용품 전문 기업 워크맨은 겨울용 제품 매출이 전체의 65%였으나, 현재는 비율이 역전돼 여름용이 60%를 차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