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3사가 명품과 외국인 관광객 특수를 함께 누렸지만, 그룹 전체 성적표에서는 희비가 갈렸다.
롯데쇼핑과 신세계는 올해 2분기 연결 영업이익이 지난해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백화점도 본업인 백화점에서는 2분기 기준 역대 최대 매출을 냈고 영업이익도 60% 가까이 증가했다.
연결 실적은 현대백화점만 뒷걸음질했다. 매트리스·가구 계열사 지누스가 267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면서 백화점과 면세점에서 늘어난 이익을 사실상 모두 지웠기 때문이다. 2022년 9000억원 가까이 들여 품은 회사가 인수 4년여 만에 그룹 실적의 가장 큰 변수로 떠올랐다.
◆롯데 186%·신세계 102% 뛸 때…현대백만 8.7% 감소
6일 유통업계와 증권가에 따르면 롯데쇼핑은 오는 7일, 신세계는 12일 올해 2분기 실적을 발표한다. 아직 확정 실적이 나오지 않은 만큼 두 회사 수치는 증권사 전망치다.
LS증권은 롯데쇼핑의 2분기 연결 영업이익을 1160억원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5.8% 증가한 규모다. 지난해 2분기 영업이익이 406억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1년 만에 약 3배로 불어나는 셈이다. 국내 백화점 영업이익은 1248억원으로 92% 증가할 것으로 추산됐다.
명품과 패션 매출이 두 자릿수로 증가한 데다 외국인 매출까지 큰 폭으로 늘면서 고정비 부담을 넘어서는 영업 레버리지 효과가 나타났다는 분석이다.
신세계의 2분기 연결 영업이익 전망치는 1520억원이다. 전년 동기 대비 101.8% 증가한 수치다. 백화점 부문 영업이익도 1069억원으로 50.8%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현대백화점은 전날 올해 2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백화점만 떼어놓고 보면 경쟁사에 밀리지 않는다. 2분기 백화점 부문 순매출은 643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1% 늘었다. 2분기 기준 역대 최대다. 영업이익은 693억원에서 1101억원으로 58.6% 급증했다.
하지만 현대백화점의 연결 영업이익은 793억원으로 8.7% 감소했다. 백화점 호황이 그룹 실적 개선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롯데쇼핑·신세계와 정반대 흐름이다.
◆백화점·면세점서 483억 더 벌었는데…지누스서 558억 사라져
사업부별 영업손익을 비교하면 현대백화점의 연결 실적이 꺾인 이유가 더욱 선명해진다. 백화점 영업이익은 지난해 2분기 693억원에서 올해 1101억원으로 408억원 늘었다.
면세점도 13억원의 영업손실에서 62억원의 영업이익으로 돌아서며 손익이 75억원 개선됐다. 두 사업에서 1년 새 추가된 영업손익은 총 483억원이다.
지누스가 이를 뒤집었다. 지누스는 지난해 2분기 291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지만 올해는 26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1년 사이 영업손익이 558억원 악화됐다.
백화점과 면세점에서 483억원을 더 벌었지만 지누스에서 이보다 많은 이익이 사라진 것이다. 현대백화점의 연결 영업이익도 지난해 869억원에서 올해 793억원으로 76억원 감소했다.
부문별 실적이 억원 단위로 반올림된 점을 감안하면 지누스의 손익 악화만으로 현대백화점의 연결 영업이익 감소분이 사실상 모두 설명된다. 다만 지난해 지누스 영업이익에는 미국 반덤핑 무효 소송 승소에 따른 충당금 환입 199억원이 포함됐다.
이를 제외한 지난해 2분기 영업이익은 약 92억원이다. 일회성 요인을 걷어내더라도 92억원 흑자에서 267억원 적자로 돌아서며 손익이 359억원 악화됐다.
◆상반기에만 568억 적자…8790억 ‘최대 M&A’ 시험대
더 큰 문제는 지누스의 적자가 한 분기에 그치지 않았다는 점이다. 지누스의 2분기 순매출은 147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5.7% 감소했다. 미국 주요 고객사의 매트리스 주문 감소 등이 영향을 미쳤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앞선 1분기에도 순매출이 44.2% 줄어든 가운데 301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올해 상반기 누적 영업손실만 568억원이다.
지누스의 부진이 뼈아픈 이유는 현대백화점그룹의 단순한 재무적 투자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현대백화점은 2022년 지누스 창업주 등이 보유한 구주를 7590억원에 인수하고, 1200억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도 참여했다.
최종 투자액은 총 8790억원이다. 유상증자까지 반영한 취득 지분은 35.8%로 현대백화점그룹 역사상 최대 규모 M&A였다.
최종 구주 인수가격은 주당 16만115원으로 계약 직전 종가 8만800원의 약 두 배였다. 지누스의 성장성과 현대백화점 계열사들과의 시너지에 그만큼 높은 값을 매긴 것이다.
그룹은 지누스를 앞세워 국내 유통기업의 한계를 넘어 글로벌 온라인 가구·매트리스 시장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시장에서도 지누스 인수를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의 사업 다각화 승부수로 평가했다.
하지만 인수 4년여가 지난 현재 지누스는 성장동력보다 연결 실적의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부각되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명품과 패션 판매 호조, 외국인 관광객 증가에 힘입어 백화점 매출 신기록을 썼다. 면세점도 4개 분기 연속 흑자를 이어갔다. 본업은 잘하고 있는데 9000억원 가까이 투자한 M&A가 그룹 전체 이익을 끌어내리는 구조가 된 셈이다.
회사 측은 미국 주요 고객사의 주문량이 점차 정상화되고 있으며 추가 제조업자개발생산(ODM) 수주 등을 통해 실적 개선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결국 하반기 관건은 지누스의 적자 축소 속도다. 백화점은 이미 역대 최대 매출을 냈고 면세점도 흑자 기조에 올라섰다. 앞으로 현대백화점의 연결 실적은 본업이 얼마나 더 성장하느냐보다 지누스가 적자를 얼마나 빨리 줄이느냐에 더 크게 좌우될 가능성이 높다.
8790억원을 투입한 그룹 최대 M&A가 성장동력으로 되살아날지, 계속 그룹 실적을 끌어내리는 부담으로 남을지 시험대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