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슐랭 <오늘의 미국을 이해하는 엄선된 이야기>
※‘美슐랭’은 미국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이야기를 엄선해 전하는 코너입니다. 워싱턴 특파원이 빠르게 소비되는 뉴스를 넘어, 오늘의 미국을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맥락과 시각을 전합니다.
미국 11월 중간선거 미시간주 연방 상원의원 후보를 결정하는 민주당 예비선거에서 진보 성향의 무슬림인 압둘 엘사예드(41) 후보가 초박빙 승부 끝에 승리를 거뒀다. 미국 중간선거 민주당 예비선거에서 또 한 명의 민주사회주의(Democratic Socialists of America·DSA) 계열의 후보가 당선된 것이다. 청년층 취업난, 경제 불황 등을 배경으로 이번 중간선거에서 민주사회주의 계열 후보들이 약진하고 있는데, 진보의 확장이라는 시각이 있는 반면 공화당과의 본선 경쟁력에선 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한다.
◆첫 ‘무슬림’ 상원의원 나올까
4일(현지시간) 미시간주에서 치러진 민주당 연방 상원의원 후보 예비선거에서 엘사예드가 연방 하원의원 출신인 헤일리 스티븐스를 꺾고 당 공식 후보로 확정됐다고 AP 통신이 5일 보도했다. 개표율 99% 기준 득표율은 엘사예드 후보가 48.5%, 스티븐스 후보가 47.5%로, 득표율 격차가 1%포인트에 머무를 정도로 박빙의 승부를 펼쳤다.
민주당 후보로 선출된 엘사예드는 오는 11월 중간선거에서 공화당 후보인 마이크 로저스 전 하원의원과 맞붙는다. 만약 엘사예드가 11월 본선에서 승리할 경우 최초의 무슬림 연방 상원의원이 탄생하게 된다.
미시간주 예비선거는 민주당 내 주류 중도 세력과 소수 진보 세력 간 노선 다툼의 대리전 성격을 띠면서 집중적인 관심을 받았다. 공중보건 관료 출신인 엘사예드는 이번 예비선거를 앞두고 미국 민주사회주의 진영의 좌장 격인 버니 샌더스(버몬트·무소속) 연방 상원의원과 역시 진보 진영의 젊은 리더인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연방 하원의원(뉴욕·민주)의 전폭적 지지를 받았다. 반면 3선 연방 하원의원 출신인 스티븐스는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 그레첸 휘트머 미시간주 주지사 등 당내 주류 중도 인사들의 지지를 받았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스라엘과 함께 일으킨 이란 전쟁이 수개월간 지속되는 가운데 이번 미시간 예비선거의 핵심 쟁점은 이스라엘에 대한 미국의 지원이었다. 엘사예드는 친이스라엘 로비단체가 스티븐스를 위해 사상 최대인 3200만 달러를 사용했다고 공격했다. 반면 경선 막판에는 스티븐스와 그의 지지자들이 엘사예드를 반유대주의와 성차별로 공격했고, 엘사예드 측은 스티븐스 측을 ‘이슬람 혐오주의자’라고 비난했다.
엘사예드가 최종 후보로 결정된 뒤 민주당은 내분을 덮고 통합 행보에 나섰다. 스티븐스를 지지했던 게리 피터스 미시간 민주당 상원의원은 이날 엘사예드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축하했다고 폴리티코에 밝힌 뒤 “민주당 내부의 차이는 민주당 후보와 공화당 후보 사이의 차이에 비하면 매우 작다”고 말했다.
◆약진하는 민주사회주의…본선 경쟁력 우려도
지난해 미국 최대도시인 뉴욕에서 30대 정치신인이자 무슬림인 조란 맘다니가 시장으로 당선된 이후 미 전역에서는 민주사회주의자 진영 후보들이 예비선거에서 승리하며 약진하고 있다. 맘다니가 지지한 민주사회주의 성향 후보인 클레어 발데즈와 다리알리사 아빌라 슈발리에는 지난 6월 뉴욕 민주당 연방하원의원 예비선거에서 각각 승리했다. 특히 아빌라 슈발리에는 현직 의원인 아드리아노 에스파이야트를 꺾는 이변을 연출했다. 같은 시기 미시간에서는 민주사회주의 진영의 지지를 받은 도너번 매키니가 현직 연방하원의원인 슈리 타네다르를 꺾으며 민주당 후보가 됐다.
위스콘신에서는 민주사회주의 성향의 프란체스카 홍 주하원의원이 민주당 주지사 후보 경선 선두를 달리고 있으며, 콜로라도에서는 민주사회주의 진영의 멜랫 키로스가 15선 현역인 다이애나 디게트 의원을 꺾고 예비경선 후보가 됐다.
이들은 민주당이 서민 경제와 불평등 문제 해결에 소극적이었다고 비판하며 보편적 의료보험, 부유층 증세, 노동권 강화, 주거비 부담 완화 등을 앞세워 젊은층과 진보층을 결집시키고 있다. 높은 물가와 주거비 부담, 경제적 불안이 이어지는 가운데 기존 민주당 정치권에 대한 실망감도 민주사회주의 진영의 약진을 뒷받침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반면 민주당 주류는 민주사회주의 후보들의 급진적 이미지와 일부 논란이 경합주 중도층 공략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위스콘신, 미시간 등은 민주당이 전체 선거에서 승기를 잡기 위해 꼭 이겨야 하는 경합주인데, 이들 주에서 민주사회진영 후보들이 약진하는 것이 공화당과의 본선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것이다.
공화당은 이를 십분 이용하고 있다. 공화당은 이날 엘사예의 당선 뒤 첫 번째 공격 광고를 시작했는데, 이집트계 이민자의 아들인 그의 전체 이름(압둘라하만 모하메드 엘사야드)을 반복적으로 강조해 그가 급진적인 인물이라는 이미지를 연출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엘사예드의 당선에 대해 “공화당에는 좋은 소식”이라며 “(엘사예드는) 유대인과 이스라엘을 혐오하는 공산주의자”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