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이 부른 화재위험 ‘심각’, 하루 평균 화재 116.9건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진 지난 5일 오전 서울 은평구 서울소방학교에서 열린 2026 서울시 통합방위회의에서 소방대원들이 화재 진압 시연을 하고 있다. 뉴스1

전국 소방관서의 화재위험경보가 전날인 5일 오후 3시를 기해 최고 단계인 ‘심각’으로 올라갔다. 원인은 폭염이다. 냉방기를 하루 종일 돌리는 집이라면 오늘 저녁 실외기 주변과 콘센트부터 살펴봐야 한다.

 

◆ 지난달 28일 ‘경계’…8일 만에 한 단계 더

 

소방청은 지난달 28일 오후 2시 화재위험경보 ‘경계’를 발령한 지 8일 만에 한 단계를 더 올렸다. 화재위험경보는 주의와 경계, 심각 3단계로 운영되며 이번이 가장 높은 단계다.

 

소방청은 “장기간 이어지는 폭염으로 전기설비와 냉방기기의 화재 위험이 높아졌다”고 밝혔다. 현재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특보가 내려져 있고 일부 수도권과 전라권에는 폭염중대경보가 발효 중이다. 당분간 최고 체감온도 35도 안팎의 무더위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소방청은 앞서 지난 2일부터 ‘폭염119안전대책본부’를 중심으로 비상근무체계를 가동 중이다.

 

◆ 하루 평균 84.4건이던 화재가 116.9건으로

 

경보를 올린 근거는 화재 건수다. 지난달 1일부터 9일까지 하루 평균 84.4건이던 화재는 폭염특보가 확대된 지난달 10일부터 27일까지 100.8건으로 19.4% 늘었다. 이어 지난달 27일부터 지난 4일까지는 하루 평균 116.9건으로 직전 기간보다 15.9% 더 증가했다.

 

한 달 남짓 사이에 하루 화재가 32건 넘게 불어난 셈이다. 폭염특보가 넓어진 시점과 화재가 늘어난 시점이 그대로 겹친다.

 

◆ 원인은 더위가 아니라 더위를 견디는 기계

 

소방청은 “폭염이 길어지면서 냉방기기 사용으로 전력수요가 급증하고, 이에 따라 전기설비 과부하와 과열, 낡은 배선, 에어컨 실외기 화재 위험이 함께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통계로도 확인된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2021년부터 2025년까지 5년간 선풍기와 에어컨에서 난 화재는 2184건으로, 에어컨이 1564건, 선풍기가 620건이었다. 화재는 6월부터 8월 사이에 집중됐고 전선이 눌리거나 훼손되면서 생기는 전기 접촉 불량이 주요 원인으로 꼽혔다.

 

◆ 안 쓰는 코드는 뽑고, 실외기 주변은 비워야

 

송호영 소방청 화재예방국장은 “폭염이 지속되는 시기에는 에어컨과 선풍기 등 냉방기기를 장시간 사용하면서 전기설비에 과부하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며 “사용하지 않는 전기기기의 전원을 차단하고, 에어컨 실외기 주변의 먼지와 가연물을 제거하는 등 생활 속 화재 예방 수칙을 철저히 지켜달라”고 당부했다.

 

배터리도 점검 대상이다. 송 국장은 “배터리와 보조배터리, 전동기기 등은 직사광선이 비치는 차량 내부나 고온의 장소에 보관하지 말고, 충전 중 이상한 냄새나 열, 변형 등의 이상 징후가 발견되면 즉시 사용을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전통시장·노후 공동주택 예찰도 강화

 

소방청은 별도 해제 시까지 전국 소방관서의 화재 대응태세를 강화한다. 재난방송과 안전문자로 폭염기 화재 예방 수칙을 집중적으로 알리고, 소방관서장이 지휘 선상에서 근무하며 가용 소방력과 출동장비의 대응태세를 점검하도록 했다.

 

또 대형화재 같은 긴급상황이 생기면 즉시 긴급구조통제단을 가동할 수 있도록 준비태세를 갖추고, 전통시장과 산업시설, 낡은 공동주택 등 화재취약대상에 대한 예찰 활동도 강화한다. 

 

이밖에 지방자치단체와 전력 관계기관과는 위험정보를 공유하고 비상연락체계를 유지한다.